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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브 모노레일 : 여섯 편의 흥미로운 타임리프 이야기.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6. 7. 3. 14:53

    러브 모노레일

    제 1, 2회 타임리프 공모전 수상 작품집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운 고집이지만 난 한 때 단편소설을 읽지 않았었다. 뭔가 부족한 것 같고 많은 것들이 생략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라고 변명해보지만 말 그대로 변명일 뿐이다. 나이를 먹고, 문학은 아닐지언정 짧게나마 문장을 쓰는 일을 하게 된 이후 그 생각은 달라졌다. 길지 않은 분량 속에 완벽한 기승전결과 설득력을 갖춘 짧은 글의 매력을 그제서야 알게 된거지. 


         바로 그 단편집인 '러브 모노레일'은 재미있었다. 공모전의 수상작품들답게 조금은 어설프면서도 신선한 느낌이 가득한 여섯 개의 글들이 마치 그 소재처럼 내 시간을 가지고 가버렸다. 시간을 의미하는 시계의 톱니바퀴와 표제작 속의 모노레일이 인상적으로 표현된 표지를 넘긴 후엔, 한 번도 쉬지 못하고 끝까지 읽어야 했으니까.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여섯 개의 작품 중에서 내 시선을 가장 끌었던 건 2회 최우수상 수상작인 '어느 시대의 초상'이었다. 수록된 작품 중 가장 짧으면서도 가장 거대하고 흥미로운 세계관을 풀어낸 인상적인 글이었다. 무엇보다 익숙한 개념들이 그대로, 비록 의미는 조금 다를지언정, 세계관 속에 녹아들어 있어서 빠르게 이 글 속의 세상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게 좋았다. 짧은 글만으로도 참 다양한 상상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작품이었지만, 한 권짜리 긴 글이나 두 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로 본다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많이 들더라. 아직도 갖고 있는 의문 중에 하나는 시간 이주를 통해 이동하는 이들이 겹치지는 않는가? 하는 것. 노동력의 손실이 발생하면 끝까지 추적하는 이들이 있느니만큼 그런 존재의 중첩 현상 같은 건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글을 읽는 내내 묘하게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리고 역시 2회 공모전 작품이자 우수상 수상작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도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역시나 섬세하게 잘 만들어만 준다면 영화로 봐도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었고. 앞서 언급한 '어느 시대의 초상'이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으로 가득하다면, 이 작품은 누구나 한번쯤 하는 상상을 독한 현실 속에 풀어놓는다. 그리고 그 상상이 글 속에서나마 실현이 되어버리니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에 점점 힘이 들어가더라. 안타까움과 아쉬움, 뭐 그런 감정들 덕분에.


         장르문학에서도 특정 소재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이 있다는 건 참 반갑고 감사한 일인 것 같다. 덕분에 이런 매력적인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었으니까. 앞으로도 끊기지 말고 계속 이어나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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