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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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 가즈코의 삶에 빛이 있기를.읽는다/독서 감상문 2018. 10. 14. 20:27
사양斜陽 다자이 오사무 / 유숙자 옮김 다자이 오사무를 처음 알았던 건 중학생 때였다. 한참 일본 문화 콘텐츠들이 알음알음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그 때 보게됐던 드라마 제목이 이었다. 물론 소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지만. 그 드라마 제목은 소설과 달리 인간과 실격 사이에 점이 하나 들어가 있었는데, 그게 저작권 때문이란 이야기가 돌았고, 그렇게 처음 다자이 오사무와 그의 대표작인 이란 소설을 알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중학생의 내가 읽기엔 조금 어려운 내용의 작품이지만 막연하게 요조라는 인물이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좀 더 나이를 먹어가면서 문득 생각날 때마다 반복적으로 읽었던 기억도. 그렇게 다시 그 책을 손에 들 때마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게 되었고 요조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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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나이트 : 과거는 현재를 만들어간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8. 6. 17. 22:19
서커스 나이트サーカスナイト 요시모토 바나나 / 김난주 옮김 요시모토 바나나는 사실 내가 나의 이십대를 추억할 때 떠오르는 이름들 중 하나인데, 지금 생각하면 그저 너도 나도 읽길래, 어, 그럼 나도 읽어볼까, 하면서 집어 들었던 것이 '허니문'이었다. 그러니까 그 시기는 요시모토 바나나라든가 에쿠니 카오리 같은 일본 여성 작가의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문장들로 가득 찬 글을 읽는 것이 유행 비슷한 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들은 그 때의 나보다 지금의 내게 더 잘 맞는다. 그간 겪어낸 삶만큼 더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여전히 요시모토 바나나는 내 이십대를 상징하는 몇 가지 것들 중 하나이고,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넘겨 준 선물 같은, 그런 작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내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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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퍼즐 : 외딴섬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이 품고 있는 퍼즐.읽는다/독서 감상문 2014. 6. 8. 11:45
2014. 000.외딴섬 퍼즐 孤島パズル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ㅣ 김선영 옮김 에가미-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자 역시나 클로즈드 서클 테마를 차용한, 외딴섬 퍼즐. 전작에선 EMC 동호회의 4인이 여행을 떠났다 화산 폭발로 인해 캠프장에 고립되어 버렸다면, 이번엔 새로운 동호회원이자 유일한 여성 회원인 마리아의 초대로 그녀의 가족 및 지인들이 모이는 외딴섬에 가게된 에가미와 아리스가 태풍으로 인해 안그래도 고립된 상태인 섬에 완벽히 갇히게 된다. 물론 벌어지는 것은 연쇄살인이고, 이걸 풀어야 하는 건 에가미와 아리스다. 거기다 더해 애초에 에가미와 아리스가 마리아네 섬에 아무 이유 없이 놀러간 것도 아니다.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남긴 모아이 퍼즐을 풀기 위한 명목으로 초대를 받은 것. 게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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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게임 : 고립된 캠프장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읽는다/독서 감상문 2014. 6. 1. 12:54
2014. 000.월광 게임 月光ゲーム ㅡ Yの悲劇 ’88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ㅣ 김선영 옮김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는 독특한 필명. 그리고 작품 속에 자신의 이름을 지닌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스타일. 무엇보다 Y의 비극 '88 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이 작가는 엘러리 퀸의 열렬한 신봉자다. 물론 이런 표면적인 유사성만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일본의 엘러리 퀸이라 불리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 작가의 데뷔작인 월광 게임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만들어 낸 인상적인 두 명의 탐정 중 하나인 에가미 지로와 화자인 학생 아리스가 등장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캠프장에서 화산 분화를 겪는 청년 무리의 혼란스러움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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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숲 '인간실격' : '이제 나는 완전하게,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3. 17. 22:12
2011. 011. 인간실격 세계 문학의 숲 005 : 人間失格 다자이 오사무 지음ㅣ양윤옥 옮김 문학 작품을 읽을 때에, 그 글을 쓴 사람에 대해서 항상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경우는 그의 주요 작품들이 대부분 그의 자전적인 부분을 반영하고 있기에 작가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하는 필요성이 생긴다. 그리고 그 것은 읽어야 할 글이 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세계 문학의 숲의 네 번째 작품으로 읽게 된 은 이미 한 번 읽었던 경험이 있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접하는 소설을 읽기 전과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기대가 컸는데, 그건 내가 예전과 다르게 좀 더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내 기대는 들어맞았던 것 같다. * * *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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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 꿈의 도시는 없는 곳(無理)이었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1. 6. 23:11
2011. 001. 꿈의 도시 無理 오쿠다 히데오 지음ㅣ양윤옥 옮김 오쿠다 히데오의 글은 이번이 두 번째다. 우연한 기회에 선물을 받았던 '인 더 풀'이 그 처음이었는데, 특이하다는 말 정도로는 설명이 안되는 괴짜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제법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간 발간된 수많은 오쿠다 히데오의 글들을 제껴두고 이번에 읽게 된 것이 바로 이 '꿈의 도시'. 한 번에 읽어내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630페이지의 장편 소설로, 쇠락한 지방의 세 개의 읍을 하나로 통합하며 각 읍의 머릿 글자를 조합해 만든 '유메노 시'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일종의 군상극이다. 그래도 그 긴 길이가 지루하진 않다. 같은 공간 안에서 제각각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다섯 명의 남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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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 일상 속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이야기.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9. 11. 21:07
2010. 045.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2, 古書店アゼリアの死體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ㅣ 서혜영 옮김 처음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내 멋대로 상상했던 게 있다. 책냄새 풀풀 나는 오래된 헌책방에서 기묘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이 헌책방을 무대로 명탐정과 영리한 범인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등등. 뭐 결국은 헌책방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일 거라고 예상하고 기대했단 얘기다. 그런데 어떠했냐고? 아, 뭐, 아예 틀린 건 아니었지만, 기대를 충족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정도의 등장이었고 장소였다, 헌책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즐겁게 보았다, 이 소설. 총 세 작품이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라는 시리즈로 묶여있다던데, 이미 출간된 첫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