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라면 1월 10일, 여행 7일째의 이야기를 해야하지만, 일단 그 날 찍은 사진이라곤 음식 사진 몇 장 뿐이고, 한 일도 쇼핑과 식사 정도 뿐이라서 다음날인 1월 11일 ㅡ 오사카에서의 첫번째 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본격적으로 혼자하는 여행의 첫 날이기도 하고, 이번 여행의 주된 목적인 칸사이 지방에서의 첫 날이기도 한 1월 11일. 전날 도쿄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오사카의 우메다역에 도착한 것이 아침 7시 즈음이었는데, 짐을 끌고 JR 모모다니 역 근처에 있는 숙소, 친구타운에 도착해 배정 받은 방에서 일단 늘어지게 잤다. 오후 1시쯤 도쿄에서 부친 짐을 받고, 약 8일간 머무를 예정이기에 짐도 대강 풀어 정리하고 대강 씻은 후에 숙소를 나선 것이 약 3시경. 느긋하게 여유를 부린 건 야간 버스로 인한 피곤함도 있었지만 일정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계획이라곤 <이마미야에비스 신사에서 하는 토카에비스마츠리를 구경한다>뿐이고 구체적으로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 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태였지만, 역에 도착해 내리자마자 급조한 듯이 보이긴 해도 제법 눈에 띄는 안내판이 있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길을 계속 걷다보니 어느 순간, 조금씩 사람들의 행렬이 생겨나고, 이 마츠리를 위해 신사에 기증된 등롱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마미야에비스신사에서 1월 9일부터 11일간 열리는 토카에비스마츠리는 오사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마츠리로, 장사꾼의 도시라고도 불리는 오사카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만큼, 상업의 신인 에비스신, 통칭 에벳상에게 1년 간의 재물운이나 상업의 번창을 기원하는 마츠리다. 가장 사람이 많이 찾는 날은 토오카인 10일이라고도 하는데 어쨌든 사흘간 100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모인다고 하더라.
이 마츠리의 특징은 마츠리에 참여한 사람들의 손에 각종 부적이 주렁주렁 매달린 대나무 가지가 들려있다는 것인데, 이마에비스신사에 들어올 때는 누렇게 바랜 ㅡ1년 묵은 대나무가, 빠져나갈 때에는 파릇파릇한 새 대나무라는 것이 차이점. 즉, 꽤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지난해 마츠리에서 받아온 대나무를 1년 동안 고스란히 보관했다가 다음해의 마츠리에 다시 들고와 태워버리는 것이다.
이마미야 신사에 들어가면 후쿠무스메들이 대나무를 나눠주고 있는데ㅡ후쿠무스코도 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남자 분에게 받았다 ㅋㅋ 이 대나무에 갖가지 부적들을 사서 거는건데, 대나무는 신사 내에서만 받을 수 있다. 물론 각종 부적들은 신사 내에서도 살 수 있고, 마츠리 상점가에서도 살 수 있지만 대부분 후쿠무스메들에게 사서 후쿠무스메가 직접 걸어주는 쪽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더라.
후쿠무스메는 따로이 이 마츠리를 위해 선발하는데, 신사 내에서 각종 부적들을 판매하고 걸어주는 일을 하는 것은 후쿠무스메들 뿐만이 아니라, 아주머니들이나 지역의 주민들로 보이는 분들도 계셨다. 후쿠무스메를 포함해 부적을 판매하고 걸어주는 사람들만 해도 거의 백여명에 가까웠으니, 마츠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장난이 아니었다. 어쨌든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키가 작은 나로서는 신사 내부가 제대로 보이지가 않더라 ㅎㅎ 아, 물론 사람들에게 찔리거나 할 수 있는 대나무는 머리 위로 들고 다니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부착되어 있다.
나도 얼떨결에 대나무를 받았는데 딱히 필요하지 않아서 한참을 들고 다니다가, 기념으로 일부만 잘라서 책갈피에 꽂아서 들고 왔고, 이 정도의 마츠리에 왔으니까 줄을 서더라도 오미쿠지 한 번 뽑아보고 싶어서 기다란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뽑은 대길! ㅋㅋㅋㅋㅋ...이지만 흘림 채로 쓰여 있어서 무슨 얘긴지 전혀 -.-...
딱히 부적을 살 것도 아니면서 그냥 그 흥겹고 복작복작한 분위기가 좋아서 나도 한참을 대나무를 머리 위로 치켜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나는 대길이라서 오미쿠지를 묶진 않았지만 이 근처에 나 같은 대나무가 필요없는 방문객들이 가지런히 대나무를 놓아두었길래 나도 이 곳에다 대나무를 내려놓고 다시 신사 내부로 들어갔다.
호랑이 해를 맞아 걸려있는 호랑이 그림. 가장 위쪽에 걸려있는 등에 그려진 커다란 귀의 인상 좋은 아저씨가 에비스신, 통칭 에빗상이다.
신사 본전의 앞 쪽에는 이렇게 지난해에 받아간 대나무와 대나무에 걸린 부적들을 한 곳에다 모아 태우기 위해 커다란 상자가 놓여져있다. 저기에 걸린 부적들은 대부분이 개당 천 엔 이상씩 하는 것들로 대부분이 서너개씩은 사서 걸기 때문에 그다지 싼 가격은 아니지만 다들 1년동안 고이 보관했던 대나무을 그대로 들고와서 미련없이 박스에 넣고는 새로 받은 대나무에 각종 부적들을 새로 사서 건다. 태우는 것까지 보고 싶긴 했지만 아침부터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배가 고팠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신사를 빠져나왔다.
역시 마츠리는 주변의 왁자지껄한 상점가 구경이 더 재미있는 지도 모르겠다 ㅋㅋ 말로만 듣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게 전부였던 지라 그런 게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지니 신기해서 사진 찍는 것도 잊고 돌아다녔는데 금붕어낚기가 실제로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후다닥 한 장 찍었다. 정말 낚고 있어 ㅋㅋㅋㅋ
각종 먹거리들도 물론 마츠리의 생명 ㅋㅋ 이런저런 먹거리들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눈요기만 하는 것으로 참아야했다. 그렇게 끝없이 길게 늘어진 상점가를 기웃기웃거리며 구경하면서 걷고 걷다보니 어느새 난바역인 것이다(....)
역시나 난바역은 넓고도 넓어서 역에 연결된 곳들만 구경해도 끝이 없다. 저녁을 먹을만한 곳을 찾으려고 일단 난바역에 연결된 난바파크스로 들어갔는데 TOYSRUS를 발견하는 바람에 저녁은 또 미뤄졌다.
3월 3일의 히나마츠리용 히나 인형들을 벌써부터 팔고 있다. 보다 크고 정교한 인형일수록 값은 비싸진다. 좀 자그마한 세트라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고, 백화점에서 팔고 있는 고급 인형들은 아이들에게 사줄만한 인형의 가격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가. 보통의 백화점에서는 사진을 찍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토이저러스에서 한 장 찍어봤다.
그리고 드디어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ㅡㅜ
난바역 내부에 있는 라멘 가게에서 구루메 세트(라멘+교자+샐러드)를 먹었는데 배고파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맛있어서 완식 후에 나와서 기분 좋게 가게 외부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기분 좋게 밥을 먹고난 후에 길을 잃었는데(...) 그렇게 헤매다가 발견한 신년기념 장식품. 휑한 홀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서 사진 찍으면 안되는건가 싶었는데 지나가던 커플이 가까이에서 기념 사진을 찍길래 나도 한 장. 물론 나는 혼자여서 기념 사진이 아니라 장식물만 찍었지만... 난바역인지 어딘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ㅋㅋ
마츠리 구경을 마치고, 밥도 배부르게 먹고, 길은 좀 잃고 헤맸지만 어쨌든 무사히 숙소로 귀가. 이렇게 오사카에서의 첫번째 날을 마쳤다.
1월 11일, 오사카에서의 첫 날, ㅡ 토카에비스마츠리.
왓쇼이, 왓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