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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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Room, 2015) : 방 밖으로 나오니, 거기엔 또 다른 방이 있다.본다/영화를 봤다 2016. 3. 6. 20:29
룸ROOM, 2016 오랜 시간 동안 갇혀있던 방을 빠져 나왔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방이 있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의 방은 내가 스스로 열 수 있는 문이 있는 방이란 거다. 잭(제이콥 트렘블레이)은 엄마 조이(브리 라슨)와 함께 사는 방에서 나가본 적이 없다. 아니, 그 방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왔기에 방 외의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그런 잭의 삶이 만족스러웠을 것이라든가, 좋았을 거라든가, 행복했었을 거라든가. 그런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물론 잭은 그랬을 거다. 자신이 갇혀있다 혹은 자유를 구속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면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를 갖거나 이러한 삶이 괴롭거나 힘들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테니까. 잭은 마치 계란 껍데기를 부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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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2016) : 크게 소리내어 울고 싶었다.본다/영화를 봤다 2016. 2. 18. 23:31
동주DongJu ; The Portrait of A Poet 정말로 그랬다. 사실 크게 소리내어 울고 싶었고,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래서 아직도 숨이 턱턱 막힌다. 부끄럽게도 난 윤동주를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라고 말해왔었고, 그런 주제에 그의 시를, 아니 그의 시어 하나조차도 마음으로 받아내지 못했었다. 그 부끄러움을 몰랐던 나는 부끄러운 존재였다. 뒤늦게나마 알았다한들, 이번엔 알고 있기에 부끄럽다. 이제야 어째서 그가 남긴 시들 속에 '부끄럽다'는 단어가 그리도 많았었는지, 조금, 아주 조금이나마 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 이 영화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난 동주와 몽규의 연표가 올라가는 걸 바라보며 조금 전보다 더 서럽게 울고 싶어졌었다. 엔딩에서야 색을 입고 빛나게 웃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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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2015) : 촌스럽지 않은 한국형 엑소시즘 영화.본다/영화를 봤다 2015. 12. 21. 14:54
검은 사제들2015, The Priests 사실 최근의 내 영화 감상문 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빼도박도 못하고 강동원 팬이라는 티가 너무 많이 난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니 부정은 안하겠지만, 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2015년은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패턴의 영화 감상을 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다보면 감상문을 쓰는 일이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곤 한다. 올해만 해도 킹스맨이 그랬고,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도 그러했다. 검은 사제들도 그럴 뻔 했다. 나는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들을 좋아한다. 카톨릭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 건 아니다. 사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런 영화를 볼 기회가 생기면 꼬박꼬박 가서 봐왔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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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Ant-Man, 2015) : 가볍지만 무겁고, 작지만 커다란 히어로.본다/영화를 봤다 2015. 9. 9. 14:43
앤트맨 Ant-Man, 2015 결론부터 말하자면 앤트맨은 어제 부로 마블에서 제작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블 영화가 되었다. 그 하찮고 키치한 느낌의 자그마한 히어로는 사랑스러웠고 용감했다. 무엇보다 어깨에 힘을 뺀 개그코드가 내 감성과 너무 잘 맞아서 영화 보는 내내 웃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어찌나 노력했던지. 박장대소는 아니었지만 두 시간 내내 어깨를 들썩이며 낄낄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 내가 이런 기분을 느끼려고 영화를 보는구나, 싶었다. 가끔 이렇게 잠시나마 내가 속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영화를 만나는 일이 너무나도 기쁘고 반갑다. 사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새롭게 합류한 이 자그마한 히어로, 앤트맨을 맡은 배우 폴 러드는 아주, 정말 아주 오랫동안 내게 있어 그저 미드 프렌즈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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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2014) : 담담해서 더 아프다.본다/영화를 봤다 2014. 8. 27. 12:05
두근두근 내인생2014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피해버리고 마는 영화가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관객에게 눈물을 흘리라고 협박하는 영화' 같은 거 말이다. 물론 실제로 영화를 보지 않으면 정말 그런 영화인지는 알 수 없으니 정정하자면 '협박할 것 같은' 영화. 판단 기준은 대개 소재가 된다. 그리고 선천적 조로증 소년과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평소의 나였다면 피했을 것이 분명한 영화다. 하지만 모든 것엔 늘 예외가 있고, 강동원은 내 인생의 영원한 예외인 배우다. 장르 불문, 그의 출연작은 일단 보고 나서 생각하는 거지. 그래서 난 그저 그 이유만으로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마침 개봉 전에 미리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그리고 난 이제 말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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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즈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 2014) : 우주에서 슈퍼너구리와 감성나무를 만났습니다.본다/영화를 봤다 2014. 7. 31. 22:3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 2014 * 스포일러 주의 여지껏 수많은 영화를 봐오면서 영화 홍보 문구에 공감해 본 적이라곤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정말 '믿고 보는 마블'이다. 생각해보면 출연진 중 널리 알려진 배우들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캐릭터들이고, 한국에선 원작조차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니 마블에서 만들었다는 것 말곤 홍보 포인트가 없었겠다 싶기도 하지만, 정말 그 말 그대로라서 따로 덧붙일 말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 영화가 기존에 공개됐던 마블의 영화들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안되지 싶다. 일단 배경부터 우주로 확장되었고, 어벤져스의 쿠키 영상 이래, 드디어 본편에 등장한 타노스나 메인 빌런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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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 민란의 시대 (2014), 강동원의 조윤을 받아들이다.본다/영화를 봤다 2014. 7. 27. 20:59
군도 : 민란의 시대KUNDO : Age of the Rampant, 2014 * 스포일러 주의. 솔직히 주제가 뭐든, 장르가 뭐든, 무슨 내용을 담고 있든 무슨 상관일까 했다. 그저 강동원하고 하정우가 한 화면에 나온다는 것만으로 보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기에, 개봉 다음날 조르르 달려가 보고 온 영화, '군도'. 거기다 더해 평소 애정을 갖고 지켜보고 있던 조 배우도 있잖아? 그러니까 솔직히 배우 한 명만으로도 기꺼이 내 시간과 돈을 바치는 내 입장에선 안 보고 넘기는 게 더 이상했던 영화다, 군도는. 결과적으로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보며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는 둘째치고, 난 이 이유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가치가 충분했었던 것 같다.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는. 반대로, 만약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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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A (boy A, 2007) : 누가 두번째 기회를 받을 것인지, 누가 결정하는가.본다/영화를 봤다 2014. 5. 29. 20:10
보이 A boy A, 2007 * 스포일러 주의. 누가 두번째 기회를 받을 것인지, 누가 결정하는가. Who decides who gets a second chance? 이 작품의 영문판 포스터에 새겨진 글귀다.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렇게 제법 명확하게 느껴진다. 비록 대놓고 과거에 죄를 지은 누군가가 새 출발을 할 수 있게끔 모두는 이를 순순히 받아 들이라, 며 설교하진 않을지언정 이 영화의 시선은 충분히 노골적이다. 소년 A. 10살의 소년이 죄를 짓고 재판대 앞에 섰을 때, 세상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소년 A'라 불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소년이 다시 세상으로 나가게 되었을 때, 다른 이름을 선택할 권리도 주었다. 역시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외부와 격리된 채 14년의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