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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퍼케이션 : 이우혁의 화려하고도 잔혹한 귀환.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0. 7. 21:50



    2010. 047.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
    BIFURCATION HYDRA

      이우혁 지음



         무척이나 오래간만인 이우혁의 신작 '바이퍼케이션'의 감상문 서두를 그의 전작에 대한 얘기로 풀어내는 것은 참 식상하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 무엇보다 그의 데뷔작인 '퇴마록 시리즈'는 내가 '바이퍼케이션'을 읽고 싶어했고, 결국 읽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작가 이우혁이 '바이퍼케이션'을 통해 뛰어넘어야 하는 대상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퇴마록' 이후로도 '왜란종결자'라든가 '치우천왕기' 같은 여러가지 작품들이 존재하지만 어쨌든 작가 이우혁의 대표작은 '퇴마록'이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다른' 이우혁을 볼 수 있을 거라던 호언장담은 사실이었고, 정말로 '퇴마록'의 이우혁과 '바이퍼케이션'의 이우혁은 확실히 다르면서도 비슷하더라.

         '바이퍼케이션'의 배경은 미국이다. 단순히 이야기의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미국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모든 것이 미국적이라는 얘기다. 주인공은 물론이고, 그들의 행동, 그들이 이끌어나가는 사건까지 그 모든 것들이 마치 한 편의 미드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전개된다고 설명하면 쉬울까. 작가는 하이드라를 비롯해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끄는 소재들이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배경을 미국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는데, 확실히 그 선택은 틀린 것 같진 않지만, 덕분에 '바이퍼케이션'에선 작가 이우혁이 가지고 있던 한국형 장르 소설적 특징을 찾아보긴 힘들다. 역사와 신화를 넘나드는 방대한 지식을 토대로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점은 이우혁스러웠지만, 그 완성작은 이우혁스럽지 않았단 얘기다. 물론 재미없단 얘긴 아니다. 그러니 정말로 기존의 이우혁을 기대하고 본다면 아마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전혀 다른 이우혁을 기대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의 재미는 충분하니까.

         이제 이 '바이퍼케이션'이 대체 어떤 내용의 글인가를 쓸 차례인데, 원래도 책을 읽고 그 감상문을 끄적일 때 그 내용에 대해 정말 최소한의 것만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이 '바이퍼케이션'에 대해서는 대체 어디서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될런지 감이 영 안 잡힌다. 미국의 한 작은 도시에서 갑자기 연이어 잔혹하다는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라고 하자니 뭔가 확실하게 빠졌고, 그 빠진 것에 대해 얘기하자니 복잡하고 너무 깊어서 예비 감상자들에 대한 지나친 참견이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어쨌든 '바이퍼케이션'은 기존의 이우혁 팬에게도, 그렇지 않은 이에게도 제법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글인 것만은 확실하다. 단, 잔혹한 묘사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겠다. 거기에 더해 글을 읽고 그 장면을 머릿 속으로 곧잘 상상해버리곤 하는 사람도. 나도 사실 그런 것을 그리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후자의 경우엔 해당하지 않는 편이라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거든.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그의 글이 읽기 편해졌다는 거다. '퇴마록' 때만 해도 그의 문장은 사실 문법적으로 오류가 제법 있던 편이라 부드럽게 술술 익히지 않을 때도 있고, 다시 읽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만들던 거부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바이퍼케이션'에서는 그렇게까지 어색한 부분은 찾아보기 힘드니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그가 다시 개정판을 내놓을 예정이라는 퇴마록까지도 기대가 되게 만드는 부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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