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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웃집 사이코패스 : FBI 프로파일러들이 파헤친 연쇄살인범의 심리.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0. 12. 23:37


    2010. 049.

    이웃집 사이코패스
    FBI 프로파일러들이 파헤친 연쇄살인범의 심리

      폴 롤랜드 지음 ㅣ 최수묵 편역


         나는 그들에게 상처를 입힐 생각이 없었다. 그저 죽이고 싶었을 뿐이다.
    ㅡ 데이비드 버코위츠, '샘의 아들'
         듣기보다 겁나지 않았다. 무척 재미있었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ㅡ 알버트 드 살보, '보스턴 교살자'

         굉장히 섬뜩한 제목이지 않은가. '이웃집 사이코패스' 라니. 그만큼 사이코패스들은 그들이 잡혀가는 순간까지도 그들이 그런 잔혹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인물들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평범하게 우리 옆 집에 살며 우연히 마주치면 웃으며 인사 나누던 이가 알고보면 잔혹한 연쇄살인마, 라는 상상을 유도하는 이 책의 제목은 참 평범하면서도 무섭기 그지없다. 물론 책 속에 가득 담겨있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이야기들 역시 그것이 영화나 소설과 같이 만들어낸 상상 속의 이야기들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었고 존재했었던 현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섬뜩하고,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생각은 모르겠기 때문에 더욱 무섭다.

         대체 사이코패스란 어떤 이들을 말하는 것일까. 그냥 미친 사람들일까. 사이코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그들을 단순히 그냥 미친 사람으로 착각하기 쉽게 만들지만[각주:1] 그들은 단순히 미친 사람인 것만은 아니라고 이 책은
    다양한, 실존했던 사이코패스들의 이야기와 그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분석해온 FBI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있다. 외국에서 쓰여진 책이니만큼 대부분의 내용은 미국을 중심으로 미국의 범죄자들과 프로파일러들이 그들을 분석한 사례에 대한 이야기지만 꼭지마다 우리나라의 사이코패스들과 프로파일러들에 대한 이야기도 더해져있어 흥미롭다. 특히 미국의 사례들이나 우리나라의 사례들이나 비슷한 행동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더더욱 그렇다.

         그들ㅡ주로 연쇄살인범과 성폭행범들은 단순히 사이코, 미친 사람이 아니다.
    FBI 프로파일러들은 이 책 속에서 그들에 대해 '비정상일 뿐이다. 미친 것은 절대 아니' 라고 이야기한다. (p. 173) 그들은 미쳐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합리적인 판단이 불가능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금치산자가 아니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명확하게 알고 있으며, 그것이 잘못된 ㅡ법적으로 처벌받을 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상태에서 행동을 하고, 그 행위의 결과를 '처벌받지 않기 위해' 심신상실의 상태를 연기하기도 하고, 깊게 후회하고 뉘우치는 척을 하기도 하며 그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행동한다. 또한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미친 사람'의 그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금치산자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법의 헛점을 노리며, 상황판단이 어려운 정신분열자와는 다르게 주변에 경찰이 있으면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기도 한다[각주:2]. 그렇기에 그들의 정신 상태가 어떠한지를 판단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는 얘기다. 자칫 잘못 판단해 사이코패스를 정신분열증으로 착각하고 그들을 치료하는 일은 '뛰어난 사이코패스를 확대 재생산하게 되는' 일이 되어버릴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p. 177)     

         이 책은 이렇게 각종 사이코패스들과 그들의 잔혹한 범죄와 그들을 연구해 온 프로파일러들의 활약상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자세하고 세세하게 모든 케이스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파일러들이 다양한 정보를 종합해 그들을 정확하게 유추했다, 정도이지 어떻게 그러한 프로파일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은 각종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좀도둑들조차 자신의 지문을 지우고 족적을 감추려 드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얘기하고 있으니까. 어떻게 수사하는지 털어놓고 그를 범죄자들이 알아서 예방하도록 하진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책이 의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ㅡ주위의 모든 이들을 사이코패스라 의심하고 경계하라는 내용이 아닌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어쨌든 난 책을 읽고난 뒤에 약간의 섬뜩함을 느꼈고, 다소 오랫동안 사이코패스들에 대해 생각했다. 최근에 본 영화나 소설들 속의 그들도 사이코패스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사실 그것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던 것 뿐이지만. 어쨌든 이 책은 꽤 흥미롭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조금 무서웠던 걸 빼면 말이다.

         아, 그리고 이 책은 특히 여성들이 나는 그런 이들에게 속지 않을거라고 자신하는 부분에 대해서 경고를 하기도 한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 '결코 미친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을 분간해내는 일은 오랜 경력의 프로파일러들조차도 힘든 일이니까 말이다.


    1. 이 책은 그래서 히치콕 감독의 걸작 영화 '사이코'의 제목이 틀렸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이코가 아니라 사이코패스가 정확한 표현이란다. [본문으로]
    2. 이러한 행동을 '프로파일링 용어로 '경찰 지척의 원칙(The Policeman at My Elbow Principle)'이라고 부른다' (p. 17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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