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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 바이 : 미완성으로 남아버린 다자이 오사무의 유작, '굿바이'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0. 14. 23:17


    2010. 051.
    굿 바이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집 - 그가 우리에게 보낸 마지막 인사는 '익살'이었다.

      다자이 오사무 지음 ㅣ 박연정 외 옮김



         나에게 있어서 유일한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 실격'이었다. 가지고 있는 그의 유일한 작품도 그것이고, 읽어본 적이 있는 것도 '인간 실격' 뿐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나에게 다자이 오사무는 딱 '인간 실격'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대로의 이미지 밖에 없던 작가였다. 우울하고 어둡고 냉소적이며 퇴폐적이고 자기 파멸적인 그런. 그러니 그의 다른 면ㅡ익살이라고 표현된 그런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에 기대하고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거 같다. 하지만 이 단편선집이 오로지 그런 새로운 다자이 오사무만으로 채워져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쓰여진 그의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는 유작, '굿 바이'를 표제작으로 하고 있는 만큼, 그 작품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익살'을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함께 실려있는 다른 작품들ㅡ 당시 아쿠타가와 상의 수상작보다 유명한 후보작이었던 '역행'을 비롯해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추억'이나 '내 반생을 말하다'와 같이 알려져있던 다자이 오사무 혹은 실제의 쓰시마 슈지[각주:1]를 엿볼 수 있는 글들 또한 수록되어 있다. 그의 유머와 풍자를 기대하며 읽기 시작한 책이었지만, 다양한 다자이 오사무를 볼 수 있었기에 더욱 만족스럽다. 물론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순간 느꼈던 것은 '미완' 이라는 단어로 인한 아쉬움이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단편 선집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그의 '유머와 풍자'였기에 이 글에선 표제작이자 다자이 오사무의 미완성 유작인 '굿 바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사실 앞서 실려있던 다섯 편의 다른 글을 보면서는 여전히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다자이 오사무를 새삼스레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실려있던 '굿 바이'가 가져다주는 신선함이 더 컸던 걸지도 모르겠다.

         '굿 바이'의 주인공은 다지마 슈지라는 이름의 잡지사 편집장이다. 다지마 슈지. 다자이 오사무의 본명인 쓰시마 슈지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을 가진 그는 엄청난 여성 편력의 호남자이기도 하고 암거래를 하며 돈을 모으기도 하는 어딘가 수상쩍은 사내다. 글 속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람둥이인 주제에 묘하게도 여자에게는 일편단심으로 대해서' 인기가 많은 그는 갑자기 여자도 암거래도 모두 정리하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싶어진다. (p 135) 타이틀대로 모든 여자들과 '굿 바이'하고 싶어진 거다. 그리고 이 글은 이 남자, 다지마 슈지가 암거래를 하며 만났던 한 여자, 나가이 기누코와 함께 여자들과 굿 바이하는 과정을 그린, 아니, 그리다 멈춰버린 글이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면 채 몇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나는 분명 이 이야기를 알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내가 읽었던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 실격'이 유일하다. 그런데 어째서 알고 있는걸까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끝까지 읽고 난 뒤에 생각이 났다. 몇 달 전에 'BUNGO 일본 문학 시네마' 라는 타이틀의 단편 드라마 시리즈에서 '굿 바이'를 영상화한 작품을 봤었고, 그게 바로 다자이 오사무의 '굿 바이'였다. 미완이라는 말로 끝나버린 소설의 끝이 아쉽기도 하고, 드라마는 어떻게 끝났었는지 기억이 안나기도 해 다시 찾아보았는데, 다시 보고나니 내가 어째서 그렇게 생생하게 이 글을 본 적이 있었나 의심을 했는지 곧 깨달았다. 어쩌면 그렇게 대사 하나하나를 원작 그대로 옮겨놓았는지, 그런 작품을 보고도 원작을 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이상하다 싶을 정도였다. 문학 시네마답게, 문학 작품을 고스란히 영상화한 드라마였던 거다. 혹 이 글에 대해 당장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보면 될 것 같기도 하다 ^^;
     

    다지마 슈지.

    나가이 기누코.

          똑같은 내용의 이야기이고 진행이지만 드라마는 소설과는 달리 그 여운을 즐길 수 있게끔 끝이 난다. 소설의 경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되는 건지 지나치게 궁금하게 해놓고 느닷없이 끝이 나지만 말이다. 그렇게 다자이 오사무는 이 글을 연재하던 중에 자신의 생일날 자살로 생을 마감해버렸고, 그의 글을 읽는 이들은 영원히 이 글의 끝이 어떻게 맺어질 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진심으로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좀 더 그의 '익살'을 보고 싶은데.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에 대한 최후의 구애는 내 자신의 익살'이라고 표명했다고 한다. 그래설까, 내가 이전에 접한 그의 글 속에서 그는 끝없는 자기 연민과 파괴를 반복하는 어쩐지 접근하기 힘든 인물이었지만, 확실히 '굿 바이' 속에서 그가 내민 손은 미소지으며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 다자이 오사무의 본명으로, 다자이 오사무는 그의 필명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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