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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브레인 : 디지털 이주민을 꿈꾸는 디지털 원주민.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0. 17. 21:04


    2010. 052.
    아이브레인 iBrain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에 진화하는 현대인의 뇌

      개리 스몰 · 지지 보건 지음 ㅣ 조창연 옮김


          나는 디지털 원주민일까, 디지털 이주민일까.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우선 디지털 원주민은 뭐고, 이주민은 뭔지 아는 것이 먼저다. 그럼 그건 뭘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 사회는 디지털 원주민과 디지털 이주민이라는 두 개의 문화적 집단' 으로 나누어지고 있으며, '디지털 원주민은 컴퓨터 기술 세대에서 태어난 사람이고 디지털 이주민은 성인이 되어서야 컴퓨터 기술을 받아들인 사람'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2장 뇌 격차, p. 49) 이 정의에 따르면 아마도 내 세대의 사람들은 디지털 원주민일 것이고,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디지털 이주민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이러한 분류가 필요한가가 궁금해진다. 왜냐하면 아마도 그게 이 책이 쓰여진 이유일 테니까.

         사람의 뇌는 그에게 주어지는 매일 매일의 자극을 통해 반응하고 움직이며 변화한다고 한다. 당연히 그 자극의 종류에 따라 변화 양상은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뇌에 주어지던 자극이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의해 성격 자체가 혁명적으로 변해버렸다면 뇌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저자는 이 점에 대해 디지털 원주민, 즉 태어나면서부터 다양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자극을 받은 그들의 뇌는 기존 디지털 이주민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다양한 연구와 시험의 결과들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엔 꽤 흥미로운 내용들이 담겨있다. 예를 들면, 인터넷 사용에 능숙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에게 동시에 인터넷 검색을 시키고 그들의 뇌의 반응을 살펴본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물론 그 각각의 집단의 뇌는 활성화되는 부분이 달랐는데, 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노출된 세대의 뇌가 그렇지 않은 세대의 뇌와는 다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앞으로의 세상은 디지털 원주민들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보다 더 발달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영향을 받을테니 점점 더 디지털 원주민의 특징은 커질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그들은 디지털 이주민 세대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학습법에 의해 개발된 뇌가 가진 장점을 잃어버릴 수 있음을 저자는 걱정한다. 물론 현재 오롯이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세대들은 아직 원숙하지 않은 상태이며, 나이와 경험을 쌓게 될 그들의 뇌가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겪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온라인 상의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면대면 상황이나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에는 점점 서툴러져가는 것만은 사실이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것, 말이 아닌 상대방의 몸짓이나 얼굴 표정 등을 통해 상대방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점점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주위에서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할 때, 얼굴을 보고 직접 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문자로, 메일로 통보하듯 해버린다는 사람, 본 적 있지 않은가.

         뇌는 주위의 자극에 끊임없이 반응하고 변화한다. 그리고 이 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분명 나이에 따라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이 바뀌는 것은 사실이지만, 디지털 이주민들 역시 훈련과 경험을 통해 디지털 원주민들 못지않게 자유롭게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이용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디지털 원주민들 역시 디지털 이주민들과의 직접적인 접촉 및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들의 다양한 장점들을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그 상호간의 교류와 서로에게 끼칠 영향력을 통해 서로의 뇌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론적으로 서두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해보자. 나는 어느 쪽 인간일까. 문자 그대로라면 나는 아마 디지털 원주민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주민일 수 밖에 없다고도 생각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현재처럼 지배적이지 않았던 때에 내 가치관은 형성되었고, 그래서 새로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이는데에 대한 거부감도 없지만, 기존의 방식들 또한 나는 선호하기 때문이다. 당장 책만 해도 사락사락 소리 내면서 책장을 넘기며 읽는 게 좋으니까. 그 어느 쪽에도 완벽하게 속하지 않은 중간 상태의 사람인 거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을 양 쪽 사이의 뇌 격차를 줄이자는 내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혹 디지털 이주민이라면 디지털 테크놀로지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고, 디지털 원주민이라면 지나친 원주민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일 수도 있을 것 같다.

    *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긴 내용보단 교정에 대한 얘긴데, 이 책 너무 오류가 많다. 띄어쓰기 오류부터 시작해서 오타는 물론이고, 6장의 자가진단 항목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점수 배정이 잘못되어 있다고 밖에 볼 수 있는 항목도 있다. 다시 인쇄를 하게 된다면 그 부분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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