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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병기 활 (2011) : '활'이 생기를 불어넣은 추격 액션극.
    본다/영화를 봤다 2011. 9. 19. 14:34

    최종병기 활
    2011




     

     



     

         아무도 관심없는 얘기겠지만 난 활을 좋아한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활을 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그 애착은 나름 집요한 구석이 있어서, 대개 전사, 마법사, 궁수, 도적 등으로 캐릭터의 직업군이 나뉘어지는 온라인 게임을 할 때도 늘 내가 선택하는 직업은 궁수일 정도다. 그래설까. 이 영화, '최종병기 활'은 그 제목부터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활'이라니. 게다가 '최종병기'라니. 하하. 별 거 아닌 얘기지만, 내가 왜 이 영화를 기대했는지에 대한 설명으론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활 혹은 궁사'에 대한 내 집착과는 별개로 이 영화는 제법 볼만한 영화였다. 청나라의 침공으로 수많은 포로가 잡혀가고 일방적으로 당해야만 했던 역사적 굴욕의 시기,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국사 교과서의 무미건조하게 쓰인 문장을 읽기만 해도 화가 나는 그 시기에 '있었을 수도 있을 법한' 활의 명수 '남이(박해일)'가 혈혈단신으로 침략자 청의 군대를 헤집어놓는 꽤나 통쾌한 스토리 전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팩션이다. 우리네 역사에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그래서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를 볼 때와는 다른 감정 이입이 가능하다. ㅡ사실 이 감상문에서는 아포칼립토와의 유사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감독이 언급했던 대로, 이 부분만큼은 확실히 그렇다고 느꼈기에 덧붙인다.

    뿌우~

          영화는 일단 남이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한다. 역적이 된 아버지가 즉결당하는 것을 지켜본 뒤, 아직 어린 여동생 자인(문채원)을 데리고, 아버지의 유품인 활만을 지닌 채, 아버지의 친우 김무선(이경영)의 집으로 가게 되는 것. 역적의 자식이니 신분을 숨기고 살아야했던 남이는 덕분에 다소 염세적인 성격으로 성장하지만, 활솜씨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만큼 뛰어난 청년이 된다. 그리고 당찬 성격의 여동생 자인 역시 아름답게 성장했다. 신세를 지고 있는 집의 도련님 서군(김무열)이 사랑에 빠질 만큼. 하지만 남이는 자인과 서군의 결혼이 탐탁치가 않다. 이래저래 고생길이 보인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사랑스러운 여동생이고 고마운 은인의 아들이다. 내키지 않더라도 혼인을 허락하지만, 자신은 그 땅을 떠나려 마음 먹는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 곱게 단장한 여동생을 보지도 못한 채 그저 꽃신 하나 내려놓고 훌훌 떠나려던 남이는 급습해오는 청나라 군대와 맞닥뜨린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쥬, 쥬신타!

          병자호란 당시 끌려간 50만명의 포로 중 하나로 자인과 서군은 끌려가게 된다. 남이가 마을에 도착했을 땐, 이미 마을은 폐허가 되어 있었다. 남은 것이라곤 시체들 뿐. 은인 김무선의 사체를 수습한 남이는 곧바로 붙잡힌 여동생을 되찾기 위해 청군을 쫒기로 한다. 그리고 이 때 청의 왕자 도르곤(박기웅)이 이끄는 청군은 쥬신타(류승룡)가 이끄는 소규모 부대만이 후발대로 남고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순서대로 설명하자면 청군 - 남이 - 쥬신타 순으로 서로를 쫒게 된다. 그리고 사극, 하면 떠오르는 칼이 아니라 원거리에서도 상대방을 살상할 수 있는 활이 주된 무기로 사용되고 있기에 이 영화는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박진감을 갖춘 추격액션극이 될 수 있었다. 얼마나? 그건 봐야 안다. 말로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봤자 가장 와닿지 않는 게 영화의 액션에 대한 설명 아니던가.


         그래서 영화가 어땠느냐, 는 결론을 내려야 할텐데, 사실 난 꽤 재미있게 봤다. 가장 인상깊던 캐릭터가 의외로 자인이었다는 점을 빼면 예상과 별로 다르지 않은 그런 감상을 할 수 있었으니까. 박해일도 그렇고 류승룡도 그렇고 연기하는 걸 보고 크게 실망한 적이 없는 배우들이기도 하고. 특히 쥬신타 역의 류승룡은 다른 어떤 배우보다도 청나라 말이 참 자연스럽게 '들렸던' 기억이 난다. 어차피 나도 전혀 모르는 언어니까 진짜 자연스러웠는지 어떤지는 알게 뭐야, 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자연스럽다, 아니다, 정도는 느낄 수 있는거임. 하하. 그 밖에는 뭐, 굳이 흠잡을 생각도, 크게 칭찬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런 면들이 없다는 게 아니라 안하고 싶다는 것에 가깝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엔 이 영화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병자호란이 마음에 걸리고, 진지하게 논하자니 허무한 공론에 그칠 것이 분명해서 말이다. 어쨌든 모든 영화 관람의 기본은 '자신의 선택'이라는 게 지론인지라,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을 중요시해서 관람을 할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라는 얘기로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영화 감상문 하나 끄적이면서 너무 커다란 얘기를 하라고 하는 건 내 성격에 안맞는다. 하하.


    * * *

         굳이 영화의 감상을 별 점으로 매기자면, 이 영화는 별 세 개 반이다. 그런데 알라딘 평점은 반점짜리가 없다. 이럴 경우 부득이하게 별 세 개나 네 개 중에 고르게 된다. 어떤 영화는 네 개를 선택하지만, 이 영화는 세 개.  똑같은 별 세 개 반이라도 다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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