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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비 어프레이드 (2011) : 기묘한 전설 비틀기, 그리고 어린 소녀.본다/영화를 봤다 2011. 8. 31. 14:20돈 비 어프레이드 : 어둠 속의 속삭임
Don't Be Afraid Of The Dark, 2010
영화 내용에 대해 다소 상세한 언급을 하고 있는 글입니다.
먼저 말해두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길예르모 델 토로'가 아니다. '제작'도 아니고 '작품'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어서 착각하기 쉽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트로이 닉시'다.
하지만 영화 곳곳에서 길예르모 감독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환상적인 세트도 그렇고, 신비로운 느낌의 어린 소녀 또한 그렇다. 또, 장르를 규정짓기 어려운 모호함도.
이 영화에선 북유럽의 동화 속에 나오는 '이빨 요정' 이야기가 기묘하게 비틀려있다. 원래대로라면, 빠진 이를 침대 밑에 넣어두고 잠이 들면 요정이 찾아와 이를 가져가고 대신 돈을 놓아두고 간다, 는 공포스럽다기보단 되려 귀여운 느낌을 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이 영화는 매우 괴악하게 비틀어 선보인다. 이들은 이를 얻기 위해 되려 사람을 공격하는 공포스런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그것도 집요하기까지한.
그 이빨 요정, 아니 요정이라고 해도 되는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 작고 흉측한 존재들에게 쫒기는 것은 어린 소녀 샐리(베일리 매디슨)다. 엄마와 함께 살고 있던 샐리는 아빠 알렉스(가이 피어스)에게 보내진다. 홀로 비행기를 타고 아빠에게 온 샐리에게 인형을 건네며 활짝 웃는 한 여자는 아빠의 여자친구인 킴(케이티 홈즈). 이들이 샐리를 데리고 간 곳은 고풍스러운 대저택. 이 곳은 실종된 유명한 화가 블랙우드가 살던 곳으로, 알렉스와 킴은 이 저택를 리모델링 하고 있었다.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공개 파티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택을 판매하고 새 집으로 이사갈 때까지의 짧은 기간동안 머무를 예정이었던 것이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다운 멋진 저택이다.
그런데 이 저택, 수상하다. 엄마에게 버려졌다는 충격, 그리고 평소부터 다소 심리적인 문제를 안고 있던 샐리는 처음 집에 온 날 밤부터 이상한 속삭임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소중히 여기던 인형을 망가트리고, 물건을 떨어트리고, 끊임없이 샐리를 부르는 그들. 한편, 알렉스는 자신의 커리어를 반전시킬 이 블랙우드의 저택을 성공적으로 세상에 선보이고 판매하기 위해 매일같이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샐리가 정체 모를 존재들에 의해 괴로워하는 것도 그저 샐리의 심술 혹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존재들의 악질적인 장난조차 샐리의 짓이라고 여기고 화를 내기까지.
하지만 샐리가 말하는 것들은 단순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 못한 소녀의 망상 따위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샐리의 아버지가 아닌, 킴이 먼저 깨닫게 된다. 영화 속에선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킴은 어린 시절이 그다지 행복했던 것 같지 않다. 샐리와 비슷하거나, 아니면 또 다른 이유로 다소 힘든 유년기를 보냈다며 지나가는 것처럼 언급될 뿐이지만. 어쨌든 킴은 샐리를 진심으로 걱정하게 되고 샐리 또한 필사적으로 킴을 의지하게 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될 뿐이다.
영화의 결말까지 얘기해버릴 순 없지만, 그래도 이건 말하고 넘어가자. 사실 이 영화의 백미는 흉물스런 '이빨요정'들이 아니라 공포에 사로잡힌 어린 소녀 샐리를 연기한 베일리 매디슨이다. 어둠 속에서 공포에 질린 어린 소녀 샐리를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영화 자체는 늘 그렇듯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운 모호한 느낌이지만, 베일리 매디슨의 연기만큼은 주목할 만 하다. 샐리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킴 역할의 케이티 홈즈도 꽤 괜찮았던 것 같고. 하지만 나도 그의 팬이긴 하나, 가이 피어스를 기대하고 보는 건 조금 곤란할지도 모르겠다. 하하.실제로도 꽤나 닮았다.
* * *
이럴수가. 이빨 요정은 착한 요정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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