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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날들 (2011) : 평범해서, 불편하다.
    본다/영화를 봤다 2011. 9. 27. 21:46
    평범한 날들
    Ordinary Days, 2010











         이 영화를 보기 전 막연히 이런 생각을 했다. 대체 평범하다, 는 건 뭘까.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일까?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남과는 다르다. 그러니 평범=남과 똑같다, 는 얘기도 아니다. 그렇다면 평범하다는 건 대체 뭘까. 흔히 있을 수 있는, 뭐 그런건가? 도무지 답이 나질 않는 의문이 끊임없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난 이 영화, '평범한 날들'을 보면 조금쯤은 그 답을 알 수 있을까, 따위의 기대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기대는 어긋났다. 얼핏 평범한 듯 보이는 세 사람, 두 사람의 남자와 한 사람의 여자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는 독립영화 '평범한 날들'은 송새벽에게 낚였다, 는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시사회가 시작되기 전 이난 감독이 웃으며 던진 말처럼 평범한 무언가를 기대하던 나를 배신했다. 아니, 사실, 평범한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자체가 잘못된 건지도 모른다. 영화니까. 아니면 일견 평범한 듯 보이는 모든 사람의 삶들은 그 하나하나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아아, 정말 평범하지 않았다, 이 영화.

    BETWEEN, 한철

    AMONG, 효리

    DISTANCE, 수혁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자니 사실 조금 불편하다. 세 개의 다른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 속에 옴니버스 식으로 들어있어서, 그 이야기들이 어떤 이야기들이었는지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곤욕, 인 것도 사실이고. 아아,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렵다. 한철의 이야기도, 효리의 이야기도, 수혁의 이야기도 전부 예비 감상자에 대한 예의를 충분히 지키면서 설명하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실은 참 평범하지만, 그들의 일상 속에 일어난 '그 일'들을 이야기해버리면 영화를 볼 때 그 재미가 반감될테니까.


         단지, 이들이 전부 그냥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그런 사람들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썩 실적이 좋지는 않은 보험 설계사 한철(송새벽)도, 오래 사귀어 온 남자친구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은 효리(한예리)도,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면서 까페를 운영하는 수혁(이주승)도. 직장 상사의 일장 연설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열심히 필기를 하는 척, 낙서를 하는 한철의 모습. 열심히 일을 하다 책상 위를 더듬어보곤 커피가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효리의 기분. 모든 걸 훌훌 털고 낯선 외국으로 떠나려는 수혁의 마음. 참, 평범하다. 나도 그러니까. 그래서 이들이 겪는 일들이 참 불편한 것 같기도 하다. 언제고 나한테도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들어서. 


         특히 이 영화를 보고 싶어 위드블로그 캠페인을 신청했던 결정적 이유가 됐던 한 문장, "자신은 괜찮지 않다, 라는 걸 깨닫는" 효리의 에피소드는 여러모로 인상 깊었다. 하지만 분명 효리의 상처는 치유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그녀는 조금 늦긴 했어도 자신이 상처입었다는 걸, 그래서 많이 아프고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 * *


         불편함과 평범함은 사실 꽤 밀접한 관계인지도 모른다. 밖에서 볼 땐 그저 평범하게만 보일 뿐인 타인의 일상을 그렇게까지 적나라하게, 가까이서 지켜보는 게 불편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니까. 덤덤하게 보여지는 화면들이 담아내는 이 세 사람의 평범한 날들은 그래서 평범하지가 않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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