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독서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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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퍼즐 : 외딴섬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이 품고 있는 퍼즐.읽는다/독서 감상문 2014. 6. 8. 11:45
2014. 000.외딴섬 퍼즐 孤島パズル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ㅣ 김선영 옮김 에가미-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자 역시나 클로즈드 서클 테마를 차용한, 외딴섬 퍼즐. 전작에선 EMC 동호회의 4인이 여행을 떠났다 화산 폭발로 인해 캠프장에 고립되어 버렸다면, 이번엔 새로운 동호회원이자 유일한 여성 회원인 마리아의 초대로 그녀의 가족 및 지인들이 모이는 외딴섬에 가게된 에가미와 아리스가 태풍으로 인해 안그래도 고립된 상태인 섬에 완벽히 갇히게 된다. 물론 벌어지는 것은 연쇄살인이고, 이걸 풀어야 하는 건 에가미와 아리스다. 거기다 더해 애초에 에가미와 아리스가 마리아네 섬에 아무 이유 없이 놀러간 것도 아니다.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남긴 모아이 퍼즐을 풀기 위한 명목으로 초대를 받은 것. 게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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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게임 : 고립된 캠프장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읽는다/독서 감상문 2014. 6. 1. 12:54
2014. 000.월광 게임 月光ゲーム ㅡ Yの悲劇 ’88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ㅣ 김선영 옮김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는 독특한 필명. 그리고 작품 속에 자신의 이름을 지닌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스타일. 무엇보다 Y의 비극 '88 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이 작가는 엘러리 퀸의 열렬한 신봉자다. 물론 이런 표면적인 유사성만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일본의 엘러리 퀸이라 불리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 작가의 데뷔작인 월광 게임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만들어 낸 인상적인 두 명의 탐정 중 하나인 에가미 지로와 화자인 학생 아리스가 등장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캠프장에서 화산 분화를 겪는 청년 무리의 혼란스러움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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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 '어떻게 했느냐'보다 '왜 했느냐'를 이야기하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2. 8. 14. 22:50
2012. 000.잠복 張込み마츠모토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1 마츠모토 세이초 지음 ㅣ 김경남 옮김 내가 마츠모토 세이초를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그러니까 8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난 그 때 그의 소설을 읽었던 건 아니었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일본 드라마를 봤었다, '모래그릇'이라는 동명의 제목을 가진. 당시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어렸었고, 모래그릇이라는 작품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려 결국 끝까지 보지 못했었다. 또 있다.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드라마 중 하나인 '야광의 계단'이 그렇고, '검은 가죽 수첩'이라든가, '짐승의 길' 같은 하나같이 무거운 사회의 혹은 인간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다양한 드라마들을 통해서 나는 마츠모토 세이초를 만나왔다. 그래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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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지도 : 작가와 줄다리기 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2. 3. 1. 23:52
시간의 지도 The Map of Time written by 펠릭스 J. 팔마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어 버렸다. 처음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부터 사실, 알고 있었다. 바쁜 일과 속에 책장 하나 넘기기가 힘든 내가 560 페이지나 되는ㅡ게다가 커서 들고 다니기도 힘든ㅡ이 책을 쉽게 읽어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절반 정도만 읽고 감상문을 쓸 작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그러지 못한 나는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감상문을 쓸 수 없었고, 결국 이 아슬아슬한 시간에 자판을 두들기게 되어버렸다. 아아, 딱 하루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계속 책장을 넘기려는 과거의 나를 제지하고, 지금과 전혀 다른 내용의 감상문을 쓰게끔 할 수 있을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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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길 : 역사의 흐름 속에 새겨진 한 사람의 이야기.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12. 8. 23:54
2011. 000. 아버지의 길 1 : 노몬한의 조선인, 2 : 노르망디의 코리안 이재익 지음 1. 12월에 개봉하는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란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의 가장 치열했던 노르망디 전투의 자료 사진 속 독일 군복을 입은 동양인 사진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 라는 화려한 캐스팅도 캐스팅이지만, 독일 군복을 입고 있었다는 동양인, 그러니까 당시 조선인이었을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더 앞선다. 그리고 이재익의 '아버지의 길'은 '길수'라는 한 조선인 남자가 바로 그 노르망디 속 동양인이 되어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완전히 같은 내용은 아니겠지만, 분명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두 작품 중 나는 소설 쪽을 먼저 접하게 됐다. 2. 이 소설은 한 방송국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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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 가장 약한 것도, 가장 강한 것도 사람이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10. 16. 22:04
2011. 000. 사라진 소녀들 BLINDER INSTINKT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ㅣ서유리 옮김 1. 처음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읽었을 땐, 이런 장르의 소설에 곧잘 등장하는 사이코패스의 이야기일거라고만 생각했다. 10살 남짓의, 붉은 색의 머리카락과 고운 얼굴, 옅게 흩뿌린 듯한 주근깨의 소녀. 게다가 앞을 보지 못하는 어린 아이. 이런 소설 속의 사이코패스들은 대개 특정한 대상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그래서 나는 단지 그 사이코패스가 집착하는 대상이 저런 특징을 가진 소녀로구나,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달랐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단순히 그 사이코패스적인 범죄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 범죄의 또 다른 피해자들 ㅡ쉽게 놓치기 쉬운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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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 나는 상처를 넘어설 것을 '선택'한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9. 21. 22:08
2011. 000.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인생의 크고 작은 상처에 대처하는 법 안드레아스 잘허 지음ㅣ장혜경 옮김 마지막 책장을 덮고, 감상문에 함께 올릴 책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핸드폰 화면 상으로 찍힌 사진은 참 선명하고 깨끗해서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 단 한 장의 사진을 메일로 전송하고, 감상문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전송된 사진을 다운 받아 열었을 때, 핸드폰으로 확인했을 땐 보이지 않았던 푸르스름한 얼룩이 사진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순간 먹먹해졌다. 사진 속 그 얼룩은 마치 멍이 든 것처럼 보였고, 상처라는 것도 이런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거다. 이 책,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이라는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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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숲 '나사의 회전' : 그녀는 무슨 일을 겪은 것인가.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4. 26. 23:35
2011. 015. 나사의 회전 세계 문학의 숲 006 : The Turn of the Screw 헨리 제임스 지음ㅣ정상준 옮김 소설이라는 장르의 글이 초반의 수십페이지가 넘어갈 동안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그 글은 꽤나 진입 장벽이 높은 글이다. 그런 의미에서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은 상당히 높은 벽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뛰어난 소설들이 그 서두에서부터 독자들을 그 매력에 빠지게 하진 못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해서 매력적인 글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 소설, '나사의 회전' 역시 그 높은 장벽을 뛰어넘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간단한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는 '나사의 회전'은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