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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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지도 : 작가와 줄다리기 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2. 3. 1. 23:52
시간의 지도 The Map of Time written by 펠릭스 J. 팔마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어 버렸다. 처음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부터 사실, 알고 있었다. 바쁜 일과 속에 책장 하나 넘기기가 힘든 내가 560 페이지나 되는ㅡ게다가 커서 들고 다니기도 힘든ㅡ이 책을 쉽게 읽어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절반 정도만 읽고 감상문을 쓸 작정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그러지 못한 나는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감상문을 쓸 수 없었고, 결국 이 아슬아슬한 시간에 자판을 두들기게 되어버렸다. 아아, 딱 하루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계속 책장을 넘기려는 과거의 나를 제지하고, 지금과 전혀 다른 내용의 감상문을 쓰게끔 할 수 있을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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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길 : 역사의 흐름 속에 새겨진 한 사람의 이야기.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12. 8. 23:54
2011. 000. 아버지의 길 1 : 노몬한의 조선인, 2 : 노르망디의 코리안 이재익 지음 1. 12월에 개봉하는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란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의 가장 치열했던 노르망디 전투의 자료 사진 속 독일 군복을 입은 동양인 사진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 라는 화려한 캐스팅도 캐스팅이지만, 독일 군복을 입고 있었다는 동양인, 그러니까 당시 조선인이었을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더 앞선다. 그리고 이재익의 '아버지의 길'은 '길수'라는 한 조선인 남자가 바로 그 노르망디 속 동양인이 되어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완전히 같은 내용은 아니겠지만, 분명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두 작품 중 나는 소설 쪽을 먼저 접하게 됐다. 2. 이 소설은 한 방송국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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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 가장 약한 것도, 가장 강한 것도 사람이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10. 16. 22:04
2011. 000. 사라진 소녀들 BLINDER INSTINKT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ㅣ서유리 옮김 1. 처음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읽었을 땐, 이런 장르의 소설에 곧잘 등장하는 사이코패스의 이야기일거라고만 생각했다. 10살 남짓의, 붉은 색의 머리카락과 고운 얼굴, 옅게 흩뿌린 듯한 주근깨의 소녀. 게다가 앞을 보지 못하는 어린 아이. 이런 소설 속의 사이코패스들은 대개 특정한 대상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그래서 나는 단지 그 사이코패스가 집착하는 대상이 저런 특징을 가진 소녀로구나,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달랐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단순히 그 사이코패스적인 범죄 자체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 범죄의 또 다른 피해자들 ㅡ쉽게 놓치기 쉬운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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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 나는 상처를 넘어설 것을 '선택'한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9. 21. 22:08
2011. 000.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인생의 크고 작은 상처에 대처하는 법 안드레아스 잘허 지음ㅣ장혜경 옮김 마지막 책장을 덮고, 감상문에 함께 올릴 책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핸드폰 화면 상으로 찍힌 사진은 참 선명하고 깨끗해서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 단 한 장의 사진을 메일로 전송하고, 감상문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전송된 사진을 다운 받아 열었을 때, 핸드폰으로 확인했을 땐 보이지 않았던 푸르스름한 얼룩이 사진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순간 먹먹해졌다. 사진 속 그 얼룩은 마치 멍이 든 것처럼 보였고, 상처라는 것도 이런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거다. 이 책,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이라는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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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숲 '나사의 회전' : 그녀는 무슨 일을 겪은 것인가.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4. 26. 23:35
2011. 015. 나사의 회전 세계 문학의 숲 006 : The Turn of the Screw 헨리 제임스 지음ㅣ정상준 옮김 소설이라는 장르의 글이 초반의 수십페이지가 넘어갈 동안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그 글은 꽤나 진입 장벽이 높은 글이다. 그런 의미에서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은 상당히 높은 벽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뛰어난 소설들이 그 서두에서부터 독자들을 그 매력에 빠지게 하진 못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해서 매력적인 글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 소설, '나사의 회전' 역시 그 높은 장벽을 뛰어넘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간단한 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는 '나사의 회전'은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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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발 없는 치어리더 입니다 : 서투름이 매력적인 글,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3. 22. 20:13
2011. 012. 나는 손발 없는 치어리더입니다 어깨동무를 못해도 이어지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노 아미 지음ㅣ황선종 옮김 편견이 있었다.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들에 대한 편견 말이다. 문장 하나하나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힘겹고 감동적인 장애 극복기라던가, 정말 그런 일이,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주위엔 전부 천사며 성인들만 존재하는건가? 하고 물음표를 띄우게 될 정도의 미담이라던가,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이 그러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선천성 사지 무형성'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노 아미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았다. 너무나도 솔직한 그녀의 글은 되려 나를 당황스럽게까지 만들었다. 결코 잘 쓰여진 글이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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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숲 '인간실격' : '이제 나는 완전하게,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3. 17. 22:12
2011. 011. 인간실격 세계 문학의 숲 005 : 人間失格 다자이 오사무 지음ㅣ양윤옥 옮김 문학 작품을 읽을 때에, 그 글을 쓴 사람에 대해서 항상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다자이 오사무의 경우는 그의 주요 작품들이 대부분 그의 자전적인 부분을 반영하고 있기에 작가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하는 필요성이 생긴다. 그리고 그 것은 읽어야 할 글이 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 세계 문학의 숲의 네 번째 작품으로 읽게 된 은 이미 한 번 읽었던 경험이 있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접하는 소설을 읽기 전과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기대가 컸는데, 그건 내가 예전과 다르게 좀 더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내 기대는 들어맞았던 것 같다. * * *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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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버지를 죽였다 : 그는 아버지를 죽였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3. 16. 22:30
2011. 010.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 O DIA EM QUE MATEI MEU PAI 마리오 사비누 지음 l 임두빈 옮김 어떤 책을 읽기 전에 그 책을 골라서 책장을 넘기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각각 다르고 또 책마다 각각 다르겠지만, 브라질 출신의 작가 마리오 사비누의 첫 장편 소설인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 의 경우는 그 강렬한 제목이 그 계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소리내어 말하기에도, 타이핑을 하기에도 어쩐지 좀 껄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강렬한, '존속살해' 에 대한 담담한 고백을 그 제목으로 가지고 있는 이 소설은 꽤나 흥미로운 글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 했던 생각 혹은 기대와는 많이 달랐지만, 그 어긋남이 결코 불만스럽지 않았을 정도로. 먼저 어긋난 내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