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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색 고양이 홈즈의 '추리' : 22년 전 태어난 고양이 탐정.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9. 8. 17:01


    2010. 044.
    삼색 고양이 홈즈의 '추리'
    三色猫ホームズの推理

      아카가와 지로 지음 ㅣ 정태원 옮김



         우아한 고양이 탐정 '홈즈'가 등장한 시리즈 물의 첫번째 이야기가 바로 이 '추리' 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고양이 탐정 홈즈가 이 세상에 나온 지 22년이 지났고, 총 시리즈 물의 권수가 수십개에 육박함에도 나는 얼마 전에서야 처음, 이 고양이 탐정 이야기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내내 이 글이 22년 전에 쓰여진 글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고, 덕분에 다소 진부한 듯한 설정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는 사실을 말해둬야겠다. 물론 설정적으로 그랬다는 것이지, 그것이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미스터리의 재미를 크게 떨어뜨리는 일은 없었다는 것도.

         이 작품은 앞서 말했듯이 고양이 탐정 '홈즈'가 처음 세상에 등장하는 글이고,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앞으로 홈즈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게 될 형사 가타야마와의 첫만남이 이뤄지는 이야기이며, 그들이 함께하게 된 계기가 되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 정통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 사건이라함은, 어느 여대의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연쇄살인사건. 하필이면 피와 여자를 무서워하는 어리버리한 가타야마가 그 사건을 담당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물론, 왠만한 추리 소설들이 다 그러하듯이 사건은 하나에 그치지 않고, 쫓으면 쫓을수록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으로 튀어나간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 사건들은 교묘하게 얽혀있기에 새로운 것이 나왔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꽤 충실하게 미스터리의 규칙을 답습해나가는데, 단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사건을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사람인 가타야마 형사가 아니라 고양이인 홈즈라는 것이다. 아, 물론 고양이 홈즈는 결정적 힌트를 제공할 뿐, 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추론하여 결론을 내는 것은 가타야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둘의 아직은 언발란스한 콤비네이션이라고 해야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소설을 정통 미스터리로 분류해도 괜찮을 결정적인 이유는 물론 그 트릭에 있다. 이제는 정말 옛날 미스터리 소설들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진부한 트릭 중 하나가 되어버린 밀실 살인이다. 물론 아오 왜 살인은 맨날 밀실에서만 일어남? 하고 진저리를 칠테면 쳐도 좋지만, 밀실도 밀실 나름이다. 그 트릭에 관련된 제반 정보를 거의 다 제공하고도 어떻게 밀실을 만들었느냐, 를 쉽게 생각해내지 못하게 만든다면, 그 트릭은 성공한 거다.
    난 솔직히 진범은 거의 초반부터 예측하고 있었지만, 이 트릭에 관련된 궁금증만큼은 해결될 때까지 줄곧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난 범인이 누군지 알았다니까?' 라고 거들먹거릴 수는 있지만 트릭을 알기 전까진 단순히 심증 밖에 가질 수 없는 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것도 애거서 크리스트의 글을 읽었을 때와 비슷하다는 점에서도 이 소설, 정통 미스터리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물론 내가 생각해내지 못한 것일뿐, 정통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입장에선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미스터리 소설들을 좋아하는, 까탈스럽지 않은 미스터리 애호가 입장에서 다 출간되기만 한다면 수십권에 이를 이 고양이 탐정 홈즈가 반갑기만 하다. ㅡ다소 부드럽게 읽혀지지 않는 번역의 경우는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말이다. 듣자하니, 이 고양이 탐정 홈즈 시리즈의 초기 작품들은 제법 여러 차례 국내에 소개되었다고 하던데, 꾸준히 소개되지 못하고 매번 다시 처음부터 초기 작품들만 소개되고 마는 악순환이 이번에는 제발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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