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 일상 속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이야기.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9. 11. 21:07


    2010. 045.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2, 古書店アゼリアの死體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ㅣ 서혜영 옮김



         처음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내 멋대로 상상했던 게 있다. 책냄새 풀풀 나는 오래된 헌책방에서 기묘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 이 헌책방을 무대로 명탐정과 영리한 범인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등등. 뭐 결국은 헌책방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일 거라고 예상하고 기대했단 얘기다. 그런데 어떠했냐고? 아, 뭐, 아예 틀린 건 아니었지만, 기대를 충족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정도의 등장이었고 장소였다, 헌책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즐겁게 보았다, 이 소설. 총 세 작품이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라는 시리즈로 묶여있다던데, 이미 출간된 첫번째 이야기와 곧 출간될 거라는 세번째 이야기도 꼭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불운한 여자, 아이자와 마코토의 황당한 소원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녀는 넓디 넓은 바다에 대고 '야! 이 나쁜 놈아!' 를 외쳐보는 게 소원이었던 거다. 그래서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하자키의 바닷가에 찾아들게 된 마코토. 바다는 거기에 대고 아무리 욕을 하고 원망을 퍼붓는다고 보복하지 않으니까, 그녀는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그런데, 왠걸, 바다는 의도치않게 그녀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 울며 악을 쓰던 그녀에게 '익사체' 하나를 떠밀어준 것이다. 이렇게 그녀는 하자키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새로운 불운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그녀의 불운이 이 소설의 전부는 아니다. 마코토 이외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누가 누군지 헷갈릴 정도... 까진 아닌가. 하하. 어쨌든 그들의 이야기 또한 이 소설의 또 다른 축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불운의 여자 마코토를 비롯해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주인인 베니코, 지역 라디오 방송의 DJ인 치아키, 하자키 지역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마치코, 하자키 경찰서의 고마지와 이쓰키하라 등등등... 보통 추리 소설에 이렇게까지 많은 인물들이 확실하게 하나 이상 씩의 역할을 나눠가지고 등장하는 건 꽤 드물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등장만 한다면야 비슷한 글들이 꽤 있겠지만,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이들 중 누구 하나가 없으면 이야기가 조금 허전하다 생각될 정도로 등장하는 인물들 하나하나가 자신의 몫을 단단히 챙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이 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싶다. 가볍게 읽다가 깜짝 놀라서 다시 앞으로 책장을 넘겨야 했던 건 좀 불만이지만, 어느 하나 의미없는 것이 없다는 사실은 꽤 만족스러웠으니까.

         조용하고 작은 하자키라는 작은 도시를 무대로 일어나는 비일상적인 사건. 숨겨져 있는 것은 내가 예상했던 것이 아니었고,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이 즐거웠다. 처음엔 로맨스 소설 밖에 없는, 까탈스런 주인이 있는 헌책방 어제일리어에도 조금 실망을 했지만, 지금은 실제로 이곳이 존재한다면[각주:1] 꼭 가보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근데, 아마, 베니코는 내게 책을 팔진 않을 것 같다. 난 추리 소설을 더 좋아하니까.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와카타케 나나미 / 서혜영역
    출판 : 작가정신 2010.08.10
    상세보기

    1. 물론 존재 안한다. 하자키 자체가 가상의 도시니까. [본문으로]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