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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 코리아 : 내가 김진명을 쉽게 읽지 못하는 이유.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9. 9. 19:50


    2010. 040.
    바이 코리아
    BUY KOREA

      김진명 지음



              지금보다 더 어렸던 시절, '하늘이여 땅이여'라는 소설을 통해 처음 '김진명'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 후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비롯해서 '가즈오의 나라', '황태자비 납치사건', 그리고 '코리아 닷컴' 까지 그의 신간이 나올때마다, 혹은 구간들을 뒤져서 읽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의 글을 편하게 읽지 못하게 되어버렸고, 꾸준히 발표되는 그의 '흥미로워 보이고 재미있을 것 같은' 신작들을 의식적으로 피하게 되어버렸다. 어째서? 물론 처음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테지만 최근엔 그저 습관처럼 그렇게 해왔던 것 같다. 그러다 북테스터로 선정되어 아주 오래간만에 읽게 된 그의 소설이 바로 이 '바이 코리아'다. 이미 출간된 지 꽤 된 작품이지만 올해 한 권짜리 양장본으로 재출간이 되었다더라. 그렇게 오래간만에 작가 김진명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꽤 금방 어째서 내가 그의 글들을 피하기 시작했는지 떠올렸고, 그 불편함은 여전히 내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다.

         바이 코리아. 책 서두의 작가의 말에서 김진명은 이공계의 중요성에 대해 강하게 ㅡ인문계 출신인 내가 좀 울컥할 정도로 이야기한다. 과학 기술의 중요성 ㅡ심지어 미래를 지배하게 될 지식기술자의 대부분이 과학기술자라고까지 이야기하는 '소설가'가 그러한 사실을 '문학'을 통해 그 뜻을 주장하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어쨌든 그렇게 김진명은 과학 기술 하나가 나라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음을 주장한다. 소설을 통해서. 그의 의지를 받아 이 글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젊고 능력있는 기자 '정의림'이다. 우연히 만나게 된 한 남자와의 인연. 예기치 못하게 연결되는 고리들. 석연치 않은 동료의 죽음. 커져가는 의심과 호기심. 그렇게 의림은 독자와 마찬가지로 다음에 일어나게 될 일들을 궁금해하며 이야기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닌다. 처음부터 과학 기술을 들이민다면 머리가 아파질 독자들은 책장을 덮을테니, 의림이 처음 쫓게 되는 것은 전 대통령의 숨겨진 비자금과 '인재' 즉, 사람, 특히 한국의 뛰어난 영재들을 사고파는 집단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은 이 정도로도 충분한 소재가 되겠지만, 김진명은 늘 거대한 판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이렇게 거창하며, 흥미롭게 쓰는 작가 아니던가. 한 번 시작하면 어떻게 느끼든지간에 끝까지 보게끔 만드는.

         그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들은 실재하는 기업인 '삼성'과 이병철, 이건희 라는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마치 현실의 이야기인양 옷을 덧입는다. 마치 한국 그 자체인 것처럼 그려지는 삼성과 이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 그리고 바로 여기서부터 내가 불편해하는 김진명이다. 팩션이라고 하던가. Fact 와 Fiction의 합성어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깔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낸 글들 말이다. 사실 나는 그렇게 팩션으로 분류되는 글들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언젠가 '미실' 에 대한 글에서도 밝혔듯이 그 팩트와 픽션의 결합이 때론 불편할 때도 있다. 김진명의 글들은 대부분 그래서 불편하다고 느낀다. 지나치게 익숙한 현실을 끌어들여, 어쩌면 현실과 팩션의 중간에 위치해있는 음모론과 같은 느낌까지도 준다. 음모론이라면야 음모론으로 받아들이고 즐기겠지만, 이건 소설 아니던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은 역시 이야기꾼 김진명의 힘이겠지. 이건 정말이다. 이렇게 투덜거릴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바이 코리아 역시 그의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단 한 번에 읽어내렸으니까. 감상자에게 있어서 사실 이런건 일종의 딜레마다. 영화건 드라마건 소설이건간에, 불편한데도 거북한데도 끝까지 보게 되어버리는 작품이라는 것은.

         물론 당연하게도 마지막의 마지막은 '소설다운' 픽션으로 마무리를 한다. 거창하게 벌려놓은 판을 후다닥 식탁보로 한번에 싸버리는 듯한 결말이지만 그렇게 해야만 그의 글을 음모론이 아닌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으니 어쩔 수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바이 코리아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김진명
    출판 : 자음과모음 2010.07.28
    상세보기
    ↑ 새로 생긴 인터파크 플러그인을 한 번 적용해 보았다. 깔끔해서 괜찮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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