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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녀의 조건(魔女の条件, 1999) : 그녀가 마녀가 되기 위한 조건.
    본다/일드를 봤다 2010. 12. 7. 23:50

    마녀의 조건 魔女の条件
    (TBS, 1999年 4月 ~ 6月, 11부작)

    마츠시마 나나코, 타키자와 히데아키, 쿠로키 히토미


         한 사람의 여자와 한 사람의 남자가 만나 사랑을 하기 시작했다. 틀린 사랑, 잘못된 사랑 같은 게 있을 수 있는 지 없는 지는 둘째치고 그 사랑이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걸까. 아, 말하는 걸 잊었는데 여자는 교사고 남자는 그녀의 제자다.

         1999년에 제작된 드라마, '마녀의 조건'. 이 드라마를 한 줄로 요약하면 아마 '교사와 학생 간의 금단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 정도가 될 거다. 현재까지도 금기시되고 있는 소재이니 제작 당시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26세의 여교사 히로세 미치와 17세의 고등학생 쿠로사와 히카루를 연기했던 마츠시마 나나코와 타키자와 히데아키는 그 때 당시 공교롭게도 각자가 맡은 배역과 같은 나이였더랬다. 다행히 마츠시마 나나코는 여교사가 아니었지만, 타키자와 히데아키는 정말 남학생이었다. 덕분에 당시 타키자와 히데아키가 인기 절정의 아이돌이었다는 걸 굳이 고려하지 않아도, 당시로선 파격적인 베드신까지 연기해낸 이 드라마는 어쨌든 여러모로 화제작일 수 밖에 없었다.

    히로세 미치.

    쿠로사와 히카루.

         어느 날 26살의 젊은 여교사 히로세 미치는 자다 일어난 남자 친구에게 프로포즈를 받는다. 얼떨결에 청혼을 승락하고 반지까지 받아든 그녀는 엄격한 아버지의 눈을 피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새벽같이 나서는데, 길을 서두르던 그녀의 뒤로 급커브를 돌아나오느라 미처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던 오토바이 하나가 돌진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간신히 충돌만은 피했지만 그녀와 오토바이의 운전자, 17세의 고등학생 쿠로사와 히카루는 심하게 도로 바닥을 구르게 되고, 이게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피까지 흘리는 심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한사코 병원은 가지 않겠다며 사라져버린 소년. 오토바이를 피하느라 내동댕이쳐진 가방 속에서 굴러 나가버린 반지는 흔들리게 될 미치의 사랑을 예언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 둘은 만났고,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하며, 자유의 나라를 꿈꾼다. 그리고 물론 사랑하기 시작한다. 사실 어째서 이 둘이 그렇게 간절히 서로를 원하고 사랑하게 되었는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이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그 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부분이다. 나도 그런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사랑이란게 그런거 아닌가.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미친 짓을 그들은 시작한 것 뿐이다. 무엇보다 그렇지 않으면 드라마가 전개되지 않으니 그건 감안해줄 수 밖에 없기도 하고. 안 그러면 못본다, 이 드라마. 어쨌든 그들은 감히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시련이 그들에게, 아니, 그녀에게 찾아온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그건 정해진 일이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 '마녀의 조건' 이니까.

         '마녀의 조건'. 여교사와 남학생 간의 사랑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룬 한국 드라마의 제목은 듣기만 해도 간질간질한 '로망스'인데 반해 '마녀의 조건'이라니, 아무리 금단의 사랑이라지만 러브 스토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본디 제목이라는 건 영화건 드라마건 소설이건 간에 그 안에 품고 있는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역할을 하는 것일테니 의미가 없을 리 없는데 말이다. 마녀라는 건 기본적으로 여자를 전제하고 있으니 아마도 여주인공인 히로세 미치가 마녀인가 보다. 하긴 드라마를 보고 있다보면 알게 된다. 그저 사랑을 했을 뿐인 그녀를 세상이 어떻게 대하는지, 그야말로 현대판 마녀 사냥이니까. 그렇게 그녀가 마녀라고 치면, 조건은? 그녀는 자신의 제자인 히카루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마녀가 되었으니 무엇이 조건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11부작의 이 드라마는 지금 보기엔 다소 촌스럽고 유치하지만 그래도 그런 미치가 어떻게 살아나가는지, 미치와 히카루가 그들이 찾던 자유의 나라에 가게 되는지를 성실하게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안에선 꽤 볼만했던 드라마로 남아 있을 정도로는, 말이다.

    ***

         요즘도 종종 해외가쉽란 등에서 제자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교사들에 대한 기사들을 본다. 그들은 '사랑'이라고 얘기하지만 세상은 '범죄'라고 한다. 현실은 드라마처럼 환상을 그려내는 공간이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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