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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을 뒤흔든 명연설 21 : 글의 힘과 말의 힘이 더해진 연설의 힘.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3. 10. 19:51


    2011. 009.
    세상을 뒤흔든 명연설 21
    21 Speeches That Shaped Our World
      크리스 애보트 지음 l 홍희연 옮김
        

         책을 읽는 걸 좋아하지만, 연설문을 모아둔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처음엔 늘 그렇듯이 책을 손에 들고 책장을 넘기면서 씌어져 있는 글들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약 4분의 1 정도를 읽었을 무렵,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 글들이 어째서 나에겐 그만큼의 임팩트를 주지 못하는지 아리송해졌다. 하지만 물론 답은 정해져있었다. 이 책에 실려있는 '세상을 뒤흔든 명연설' 이라는 것은 단순히 종이에 인쇄되어 있는 글자들의 나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만으로는 그 힘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연설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들이 연사의 입을 통해서 세상을 향해 말해지는 순간, 그 곳이 어떤 장소인지, 어떤 상황인지, 어떤 분위기인지가 그리고 누가 말하는 지 등의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세상을 뒤흔들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썩 뛰어난 연설가로는 절대 평가받지 못하는 전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의 연설문의 일부를 인용해보자.

         이제 지구상 모든 지역의 모든 국가들은 결정을 해야만 합니다. 우리 편이 아니라면 모두 테러범의 편입니다. 오늘 이 순간부터 미국은 테러범들이 영내에 머무는 것을 허용하거나 테러범을 지원하는 모든 국가를 적대국으로 취급할 것입니다.
    ㅡ 2부 테러와의 전쟁, p. 213

         지극히 침착한 상태의 독자가 이 문장이 실려있는 그의 연설문을 읽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세상 어느 지도자도 이렇게 당당하고도 뻔뻔하게 단순히 선과 악, 내 편 아니면 무조건 적 따위의 단순하고도 유치한 이분법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게 세계 최강대국의 지도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이런 발언은 결코 그 어떤 지지도 얻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연설이 2001년 9월 20일, 알 카에다의 9.11 폭탄 테러로부터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 피해 지역의 한군데인 펜타곤 근처의 워싱턴 D.C 미 의회에서 행해졌다면 어떨까. 이러한 기조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 연설은 향후 약 10년 가까이 미국의 대외정책의 기준이 되어버리고, 길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전쟁의 시발점이 된다. 이 정도면, 이러한 글도 '세상을 뒤흔들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연설'이 가진 힘이다.

         그렇게 이 책은 '뛰어난 문장'으로 이루어져, 글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그 힘을 증명해내는 연설문이 아니라, 그 연설로 인해 세상의 무언가가 바뀔 정도의 힘을 발휘한 연설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지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이 실려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3년 후, 그 대답이라고 할 수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TV 연설을 소개한다거나,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마틴 루터 킹의 즉흥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와 애녹 파웰의 '피의 강물' 도 함께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다양한 세계의 다양한 관점을 담은 21개의 연설이 실려있는 이 책은 연설문 뿐만 아니라 활자로 인쇄된 연설문을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그 연설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사전 지식 등을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해 싣고 있다. 덕분에 약 500여 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 되어버렸지만, 결코 그 모든 페이지를 읽는 데에 드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보다 그 연설이 행해지던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진 자료 등이 더해졌다면 어떨까, 라는 아쉬움은 조금 들지만 말이다.


    * * *


          21개의 '세상을 뒤흔든' 연설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역시 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지난 2009년, 자신의 공약대로 이집트에 찾아가 행한 연설 '새로운 시작'이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조지 부시와, 신의 의지에 따라 자신들의 나라를 지키고자 할 뿐이라는 오사마 빈 라덴, 그리고 그 양 극단의 화해에 대해 이야기하는 버락 오바마의 연설문이 동시에 실려있는 책이라는 것은 역시 흥미롭다.




    세상을 뒤흔든 명연설 21 - 10점
    크리스 애보트 지음, 홍희연 옮김/에이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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