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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의 길 : 역사의 흐름 속에 새겨진 한 사람의 이야기.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12. 8. 23:54


    2011. 000.
    아버지의 길
    1 : 노몬한의 조선인, 2 : 노르망디의 코리안
      이재익 지음
        

         
    1.     12월에 개봉하는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란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의 가장 치열했던 노르망디 전투의 자료 사진 속 독일 군복을 입은 동양인 사진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 라는 화려한 캐스팅도 캐스팅이지만, 독일 군복을 입고 있었다는 동양인, 그러니까 당시 조선인이었을 그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더 앞선다. 그리고 이재익의 '아버지의 길'은 '길수'라는 한 조선인 남자가 바로 그 노르망디 속 동양인이 되어가는 여정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완전히 같은 내용은 아니겠지만, 분명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두 작품 중 나는 소설 쪽을 먼저 접하게 됐다.

    2.     이 소설은 한 방송국 PD가 특집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한 병원의 노인을 만나러 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얼핏 얼핏 스치듯 작가 본인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이 인물은. 굳게 닫힌 조개마냥 입을 열지 않는 노인을 꾸준히 방문하고 마음을 열려 시도한다. 그리고 마침내 꾹 닫혀있던 노인의 입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놀라운 것이었다. 가족이 단체로 탈북을 시도했다, 홀로 살아남은 노인의 기구한 운명보다 더욱 기구한 그 노인의 아버지의 이야기 말이다.

    3.     사실 이 소설 속 등장인물은 '길수' 뿐만이 아니다. 조선의 평범한 아버지에서 일본군으로, 소련군으로, 독일군으로 끌려다니게 되는 길수가 지나가게 되는 길 위엔 길수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전부 당시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겪어야만 했던 고통과 아픔, 그리고 품고있던 희망까지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는 듯한 인물들이다. 강제로 일본군에 징집돼 끌려온 남자, 엉겁결에 형 대신 끌려온 소년, 일본군에 대항하는 독립군, 일본군의 적인 소련군, 스파이, 위안부, 자신이 살기 위해 일본군에 충성을 맹세한 인물까지... 실제로 있었고, 있었을법한 다양한 인간군상이 여과없이 그려진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픽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는 분명 그들과 비슷한 삶을, 바로 그 시기에, 살았을 거라는 거다. 그만큼 이 글은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은 적나라함과 덤덤함으로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당시의 시대를 그려낸다.


    4.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역시 '길수'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여러번 죽고도 남았을 고난과 역경, 위기를 오직 아들에게 돌아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내는 남자다. 사실 그에겐 남다른 과거가 있었다. 그 역시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대의를 품고 살았던 남자였다. 하지만 그에겐 더욱 소중한 것이 생겨버렸다. 가족. 아들. 작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그것을 위해 그는 모든 것을 건다. 그리고 그는 지켜보게 된다. 세계를 걸고 전쟁을 한다고 설쳐대는 이들 틈 속에서.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현재 입고 있는 군복의 나라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건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니까. 살아남는 것. 그래서 아들에게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을, 꿈을 품을 수 있는 것. 그것이 그를 노르망디까지 이끌었다.

    5.     노인은 바로 그 길수의 아들이었다. 길수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소중히 마음 속에 품고 있던 바로 그 건우. 소설이란 장르에 어울리는 찡한 이야기도, 오싹한 이야기도 건우가 풀어낸 이야기 속엔 들어있다. 하지만 마냥 속 편하게 책장을 탁 덮고 개운해할 수 없는 것은 이게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 아닐까.

    아버지의 길 1 - 8점
    이재익 지음/황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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