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 나는 상처를 넘어설 것을 '선택'한다.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9. 21. 22:08



    2011. 000.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인생의 크고 작은 상처에 대처하는 법
      안드레아스 잘허 지음ㅣ장혜경 옮김
        

          마지막 책장을 덮고, 감상문에 함께 올릴 책의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핸드폰 화면 상으로 찍힌 사진은 참 선명하고 깨끗해서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 단 한 장의 사진을 메일로 전송하고, 감상문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전송된 사진을 다운 받아 열었을 때, 핸드폰으로 확인했을 땐 보이지 않았던 푸르스름한 얼룩이 사진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순간 먹먹해졌다. 사진 속 그 얼룩은 마치 멍이 든 것처럼 보였고, 상처라는 것도 이런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거다.

         이 책,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이라는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이 이야기하는 '상처'는 눈으론 볼 수 없 지만 분명 존재하는 마음 속, 혹은 정신적 생채기를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그런 상처를 타인에게 줄 수 있고 또 타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 상처를 쉽게 이겨내고 극복하는 건 아니다. 더더군다나 그 상처를 딛고 보다 커다란 무언가를 얻어내는 사람은 훨씬 더 적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누구나 고통과 절망의 에너지를 성공과 희망의 원동력으로 바꿔나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다소 산만하고 정리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지만, 이런 투박한 문장의 연결은 되려 조곤조곤 상처받은 누군가를 위로하는 듯한 저자의 목소리를 읽는 느낌을 주는 듯도 하다. 어째서 이렇게 긍정적이냐고? 처음부터 끝까지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로 넘치던 저자에게서 조금쯤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다시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사랑을 향한 동경은 우리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깊은 상처일수록 의미를 부여하고 그 상처를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상처받기 쉬운 마음만이 사랑하는 마음이 될 수 있다.

         위의 세 문장은, 저자가 직접 요약한 이 책의 내용이다. 난 마지막 책장에서 이 문장들을 발견하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세 문장이 여태껏 이 책을 읽어온 착실한 독자들이 아니라 책의 결말이 궁금해 마지막 책장부터 펼치는 성급한 독자들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런 독자들에게 화를 낸다거나, 앞 장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읽으라고 타이르는 것이 아니라, 친절하게 요약을 해주는 길을 선택했다. 정말, 끝까지, 한없이 긍정적인 사람인 듯 하다, 이 안드레아스 잘허, 라는 인물은. 어쨌든 그의 요약은, 비록 첫 장부터 착실하게 읽어내려온 나를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명쾌하고 분명하다. 저자가 직접 한 요약이니 믿어도 좋다.

         이 책은 표지에서 한 가지 질문을 한다. "왜 어떤 사람은 상처에 넘어지고, 또 다른 사람은 상처를 넘어서는가?" 라고.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대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선택'이다. 물론 그 선택은 혼자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주변의 가족, 친구, 혹은 멘토들의 도움으로 이뤄지는 것일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은 가지고 있는 것이 다르기에, 누군가의 도움 없인 혼자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는 법이다. 중요한 것은, 또 다시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 웅크린 채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상처를 입었음을, 또 다시 상처를 받을 수 있음을,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부정하고 똑바로 보지 않는다면 그 상처를 이겨내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해진다. 있지도 않은 문을 여는 방법은 없으니까. 

         온 세상의 아픔을 자기 자신이 다 지고 있는 양, 투덜거리고 아파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반대의 것도 그렇지 않을까. 내가 상처를 받았다고, 나 자신을 끊임없이 불쌍해하고 가여워하는 것은 내 인생 속에서 내게 상처를 준 그 '가해자가 주인공'인 것과 마찬가지다. (p. 263) 내게 상처를 준 것만도 괘씸한데, 그 상대를 내 인생 속의 일부의 시기나마 주인공으로 삼아줄 것까진 없다는 것이다.

    *  *  *

         이 책은 쉽게 읽히면서도 그렇지 못하다. 마치 말하는 것처럼 이어지는 문장은 내가 겪었던 과거의 혹은 겪을 지 모르는 미래의 일들을 떠올리게 하고 상상하게 한다. 이미 겪었던 일이라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겪지 않은 일이라면 내가 그럴 리 없다거나 당연히 그렇게 할텐데 괜한 소리를 한다고, 때때로 투덜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무엇이던가.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이다. 그래서 난 이렇게 생각했다. 언젠가 내가 정말 아프게 될 때, 다시 한 번 이 한 권의 책 속에서 읽었던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면, 누군가를 용서해야 되느냐 마느냐를 고민하게 될 때, 저자가 활자를 통해 내게 건넨 그 제안을 고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내가 아파보기 전에는 절대 몰랐던 것들 - 8점
    안드레아스 잘허 지음, 장혜경 옮김/살림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