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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손발 없는 치어리더 입니다 : 서투름이 매력적인 글,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3. 22. 20:13



    2011. 012.

    나는 손발 없는 치어리더입니다
    어깨동무를 못해도 이어지는 마음이 있습니다
    사노 아미 지음ㅣ황선종 옮김
        

         편견이 있었다.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편견이 아니라,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들에 대한 편견 말이다. 문장 하나하나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힘겹고 감동적인 장애 극복기라던가, 정말 그런 일이,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주위엔 전부 천사며 성인들만 존재하는건가? 하고 물음표를 띄우게 될 정도의 미담이라던가,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이 그러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선천성 사지 무형성'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노 아미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았다. 너무나도 솔직한 그녀의 글은 되려 나를 당황스럽게까지 만들었다. 결코 잘 쓰여진 글이라고는 할 수 없는 다소 투박하고 서투른 그녀의 문장들은 마치 이 소녀의 일기장을 몰래 읽는 듯한 미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도 할 정도였다. 그만큼 이 책은 꾸며지지 않고 솔직하게 쓰여진 글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글 덕분에 나는 그녀가 특별한 대접을 해줘야 하는 장애인이기보단, 조금 다를 뿐인 여동생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정말, 사랑스러운 소녀다.

         * * *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가 절대로 기억하지 못할, 그녀가 태어나던 순간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처음엔 지나치게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했다. 실제로 그러한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그녀 또한 들은 이야기를 옮기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성장한 그녀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가족들에게 장애를 가진 네가 태어났을 때 우리는 이러했었단다,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는 사실 상상하기조차 무서웠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자신이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는 병원 출입을 끊었고, 엄마는 자살을 하려고 했었고, 아버지는 차라리 아이의 목숨을 끊어야겠다고까지 생각했었노라는 이야기들을 해줄 수 있고, 들을 수 있을만큼 강하고 씩씩하게 성장했다는 의미이기도 할테지.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가족들의 절망과 고통을 그녀는 덤덤하게 써내려간다. 가족들, 특히 어머니의 충격이 너무나도 컸기에 태어나자마자 집이 아니라 유아원에 맡겨져 생활해야했던 그녀지만, 그랬던 과거의 자신을 쾌활하고 밝게 묘사한다. 그래서 나는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보통은 장애를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 부정이나 고통, 거부 등이 없었을 리가 없음에도 생략되거나 축소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는 정말로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심지어 이 책 속에는 그녀의 어머니가 '아미를 도저히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요.'라고 아버지와 나눈 대화조차 고스란히 실려있을 정도다. (p. 51)  

         그리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된 아미. 그녀는 타고난 쾌활하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팔도 다리도 없는 자신의 몸에 절망하기보다는 그저 그 또래의 어린 아이들답게 씩씩하게 생활을 한다. 어찌보면 그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그녀를 기준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 특히 늘 옆에서 그녀를 지켜주는 어머니의 고생이나 노력에는 시선을 주지 않는다. 그녀가 그 사실을 깨닫게 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이 이야기는 그녀의 정신적인 성장 또한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늘 많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던 그녀가, 한 순간에 친구들을 모두 잃게 되었던 시기, 늘 쾌활하던 그녀가 등교 거부를 하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 사춘기 시절의 고민들도 마찬가지로 솔직하고 덤덤하게. 물론 그녀가 겪어야 했고 이겨내야 했던 고민들은 장애 그 자체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아예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들이 친구 관계,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흔히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그녀도 똑같이 겪으며 성장해나갈 뿐이다. 그녀도 또한 평범한 소녀일 뿐이니까.

    치어리딩 부의 친구들과 밝게 웃고 있는 그녀 ^^;

         그리고 그녀는 치어리딩과 만난다. 사춘기를 거치며,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몸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되려 어린 시절엔 느끼지 못했던 약한 마음을 가지게 된 그녀가 고등학교에 입학해 치어리딩 부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어렵게 용기를 내어 들어간 치어리딩부. 그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만남이었다. '치어리더'라는 말 속에는 사람에게 용기를 준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치어리더의 정신'이라 불리는 것이 있다. 웃음, 밝음, 활기, 배려, 책임감, 예의 등 치어리더가 본래부터 지녀야 하는 정신을 말한다. 직접 치어리딩부에 뛰어들어 치어리더의 정신을 몸으로 느꼈을 때, 그것이야말로 치어리딩의 진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신은 나에게 손과 발을 선물해주지 않았다. 그 대신 치어리더의 정신을 선사해주었다.
    ㅡ p. 185

         그렇게 그녀는 밝고 씩씩하게 그녀가 신에게 선물 받은 '치어리더의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본래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들이었지만, 힘겨운 사춘기를 거치며 잠시 잊고 있던 그녀가 치어리딩을 통해 그것을 되찾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녀는 이 책을 통해서 그녀가 태어난 순간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치어리딩과 만나는 과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졸업 후 사회에 나가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여전히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그녀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그려내고 있다.
         앞서도 언급한대로 결코 잘 쓰여진 글이라곤 할 수 없지만, 그만큼 그녀의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서투름이 되려 매력인 책, 이랄까. 하하. 

    * * *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예회 연극의 주인공을 도맡아 했던 그녀의 미래가 그녀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


    나는 손발 없는 치어리더입니다 - 8점
    사노 아미 지음, 황선종 옮김/샘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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