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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 Things I Hate About You (1999) : 기대하지 않았던 사랑스러움.
    본다/영화를 봤다 2013. 7. 18. 15:41

    내가 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10가지 이유

    10 Things I Hate About You, 1999

         




    유치하지만 참 사랑스러운 영화 


        진짜 아무 기대도 없이 봐야 될 법한 영화였고, 정말 아무 기대 안하고 봤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영화였고, 그렇게 보는 게 맞는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사랑스럽다고 말하지 않으면 나 자신한테 거짓말을 하게 되므로 솔직하게 말하자. 이 영화, 뻔하고 유치하지만 참 사랑스러운 영화다. 시간 상으로도 이미 14년 전의 영화고, 미국의 10대가 주인공이니 지금의 내가 보기엔 간지러울 정도지만, 정말 그랬다. 어쩌면 내가 이 영화를 본, 아니 보기로 결심한 이유인 배우와 상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야기는 카메론(조셉 고든 레빗)이 전학 오던 날, 비앙카에게 첫 눈에 반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문제는 비앙카가 아주 엄격한 아버지에게 그녀의 언니가 데이트를 하기 전까진 데이트를 할 수 없도록 금지당하고 있다는 것. 카메론은 비앙카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그녀의 언니인 캐서린을 먼저 데이트 시켜서, 비앙카가 자신과 데이트를 할 수 있도록 계략을 짜게 된다. 학교 내에서 아웃 사이더로 지내고 있던 패트릭(히스 레저)이 그 계략의 주인공. 그렇게 패트릭은 비앙카를 노리는 또 다른 사람인 조이에게 돈을 받고 캐서린에게 접근하게 되지만, 점점 캐서린에게 진심으로 빠져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물론 음모와 계략으로 시작된 만남인만큼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또 다른 갈등이 생기게 되긴 하지만, 그런 것들은 다 잘 해결되게 마련이다. 그런 영화니까.


    놓치지 말아야 할 10가지 장면 _써야하는 내용 특성 상 전반적으로 스포일러. 주의.


         하나. 영화 초반 패트릭이 보여주는 광기 어린 접근불가쉴드. 그 중 백미는 물론 카메론이 처음 패트릭에게 다가가 말을 걸 때다. 


         둘. 상점 앞에서 자신의 차 바로 뒤에 주차한 조이의 카를 박아버리는 캐서린. 거래를 위해서 캐서린을 꼬시려고 와 있던 패트릭이 이 사건을 목격하기도 한다. 아마, 이 시점이, 패트릭이 진심으로 캐서린을 생각하게 된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셋. 술집에서 당구를 치고 있던 패트릭을 찾아간 카메론과 친구가 그들이 알아낸 캐서린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는 장면. 캐서린이 예쁜 남자를 좋아한다고 했다며 아주 심각한 얼굴로 말하는 카메론. 그게 뭐? 란 얼굴로 그들을 빤히 쳐다보다 어이없다는 듯이 '니네 지금 내가 안 예쁘다는 거냐'며 정색하는 패트릭 ㅋㅋ 물론 겁나 예쁘다. 


         넷. 카메론의 정보로 캐서린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 패트릭이 그녀가 자주 다니는 클럽에 찾아가 능청스럽게 캐서린을 꼬시는 장면. 밀당이 쩔어준다. 



         다섯. 학교에서 다들 거리를 두는 캐서린이 파티에서 술에 잔뜩 취한 채로 테이블 위에 올라가 미친 듯이 춤을 추다 쓰러지는 장면. 술 한 모금 안마시고 캐서린만 졸졸 따라다니던 패트릭은 이미 캐서린에게 푹 빠져있다. 


         여섯. 비앙카에게 삐진 카메론이 투덜투덜거리다 비앙카에게 키스 당하는 장면. 한 번 거절당했지만 비앙카의 부탁은 또 거절하지 못해 집에 데려다주면서도 마음에 남은 건 있어서 삐죽삐죽거리는 아직 어린 티가 팍팍 나는 조셉 고든 레빗의 사랑스러움. 


         일곱. 패트릭이 자신에게 화가 나 있는 캐서린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불러주는 'Can't take my eyes off you'. 축구를 하고 있던 캐서린은 교내 방송 시스템을 통해 학교 전체에 울려퍼지는 패트릭의 노래에 마음이 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글로 써놓고 머릿 속으로 상상만 하면 내가 다 부끄러워서 얼굴이 터질 것 같지만, 의외로 아니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스무 살의 히스 레저가 겅중겅중 뛰어다니며 부르는 'Can't take my eyes off you'는. 


         여덟.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로 프롬에 가지 못하게 된 비앙카에게 찾아간 캐서린의 고백. 서로를 이해하려고조차 하지 않던 두 자매가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물론 비앙카는 아직 어려서 순순히 받아들이지만은 않지만.

     


         아홉. 프롬에서 자신들을 가지고 논 조이에게 날리는 비앙카의 회심의 펀치와 니킥. 물론 바로 전 장면의 카메론도 멋졌지만, 어째 이 영화에서 더 매력적인 건 소녀들이다. 

     

         열. 수업 과제로 캐서린이 지어온 소네트를 발표하는 장면. 영화에서 정확히 언급하지는 않지만, 내 짐작이 맞다면 이 영화의 제목인 '10 Things I Hate About You'는 바로 캐서린이 지은 이 소네트의 제목과도 같을 것이다. 물론 대상은 패트릭이고. 그 후의 장면으로 봐선 패트릭도 자기가 먼저 손을 내미려고 했던 걸로 보이지만 먼저 성공한 건 캐서린이었다. 


         보너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미공개 컷들. 특히 첫번째 컷의 히스 레저는, 정말, 사랑스럽다 ㅠㅠ 


    히스 레저, 그의 빛나는 스무 살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을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의 그도 볼 수 없는데, 과거, 풋풋했던 스무 살의 히스 레저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실 히스 레저와 조셉 고든 레빗이라는 두 배우 때문에 내 취향도 아닌 이 영화를 보려고 한 건 맞지만 솔직히 조셉 고든 레빗의 첫 대사, 첫 장면에서 보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ㅡ절대로 그의 잘못이 아니다. 이건 순전히 내가 이런 영화를 잘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멈춘 것은 조셉 고든 레빗의 카메론과 바톤 터치하면서 상담실로 들어온 패트릭, 그러니까 히스 레저였다. 여전히 잘 생긴 얼굴도 아니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도 아니고, 그저 그의 목소리가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들었던 것 같다. 


          현재 진행형으로 좋아하는 배우가 새롭게 만들어가는 작품을 감상해나갈 수 있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좋아하던 배우가, 내가 그를 알지 못하던 시절에 찍은 풋풋한 작품을 뒤늦게나마 볼 수 있다는 건 제법 행복한 일이다. 게다가 스무 살이다. 너무 어리지만도 그렇다고 너무 어른인 것만도 아닌 사랑스러운 나이. 영화를 찍었던 시기엔 어쩌면 열아홉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하. 뭐랄까, 정말 좋아하지 않는 타입의 영화였던 것조차 감사한 것 같다. 아니었다면 진작에 봐버렸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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