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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광 게임 : 고립된 캠프장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4. 6. 1. 12:54


    2014. 000.

    월광 게임
    月光ゲーム ㅡ Yの悲劇 ’88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ㅣ 김선영 옮김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는 독특한 필명. 그리고 작품 속에 자신의 이름을 지닌 캐릭터[각주:1]를 등장시키는 스타일. 무엇보다 Y의 비극 '88 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이 작가는 엘러리 퀸의 열렬한 신봉자다. 물론 이런 표면적인 유사성만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일본의 엘러리 퀸이라 불리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 작가의 데뷔작인 월광 게임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만들어 낸 인상적인 두 명의 탐정 중 하나인 에가미 지로와 화자인 학생 아리스[각주:2]가 등장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캠프장에서 화산 분화를 겪는 청년 무리의 혼란스러움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짧은 프롤로그가 끝난 후, 에가미와 아리스를 포함한 네 명의 에이토 대학 추리소설연구회 회원들이 캠핑을 떠나는 시기로 시점을 되돌린다. 그렇게 우연의 일치로 한 캠핑장에서 모이게 된 총 17명의 대학생들. 서로 만나지 얼마 되지 않은 사이지만 청춘들답게 모두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거기에 더해 우리의 아리스는 간질간질한 연애 감정을 느끼기까지 한다. 하지만 급작스런 화산의 분화로 인해 일행은 캠핑장에 고립되고, 본격적인 사건의 무대, 클로즈드 서클[각주:3]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물론,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거지. 

         사실 이 작품이 엄청나게 인상적인, 콕 찝어서 말하자면 부제를 빌려온, 세계 3대 추리소설 중 하나로 일컬어질 정도인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같은 느낌이냐고 묻는다면 웃으면서 아니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하고. 흔히 그렇듯이 이 작품 속의 대학생들 역시, 만난지 하루 이틀 밖에 되지 않은 것 치고는 상당히 가까워지긴 했지만 사실은 표면적인 거리감이 줄었을 뿐이다. 같이 온 동료들을 제외하면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정말로 없다. 그러다보니 죽은 이들 간의 명확한 관계성도 보이지 않고, 살인범의 동기조차도 짐작하기 어렵다. 이렇게 순수하게 남은 것 혹은 남겨진 것만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추론을 통해 범행이 가능한 사람의 범위를 좁혀나가, 단 한 명의 범인을 지목해야 하는 일명 '범인 찾기' 소설에선 충격적이거나 기발한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독자는 알 수 없는 증거나 트릭을 쓰는 건 반칙. 어디까지나 공정하게 제시된 것들만 가지고 작품 속의 탐정도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월광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뒷통수를 탁 치는 듯한 쾌감이나 깜짝 놀랄만한 트릭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그래도 제법 좋아하는 이야기다. 책표지가 접혔을 정도로 자주 읽기도 했고. 그냥 왠지 모르게 대학생들의 풋풋한 느낌도, 작가의 데뷔작스러운 설익은 느낌도 그냥 마음에 든달까. 물론 지독한 팬심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월광게임
    국내도서
    저자 : 아리스가와 아리스 / 김선영역
    출판 : 시공사(단행본) 2007.12.20
    상세보기



    1. 엘러리 퀸은 두 명의 작가가 공동으로 쓰는 이름이고, 한 명의 소설 속 엘러리 퀸이 등장한다면,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한 명의 작가가 소설 속에선 두 명의 아리스가와 아리스를 등장시킨다는 기묘한 차이점이 있다. [본문으로]
    2. 이 두 명의 콤비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학생 아리스 시리즈'라고 불리며, 혹은 탐정의 이름을 따 '에가미 시리즈'라고 하기도 한다. 세계관 속에선 또 다른 탐정 히무로와 함께 활동하는 화자인 작가 아리스가 집필하는 작품 속 인물들이란 설정이다. 그러고보면 소설 속에서도 작가 아리스는 자신의 이름을 딴 인물을 등장시키는 소설을 쓰고 있닼ㅋㅋ [본문으로]
    3. (추리 소설 속에서) 어떠한 이유로 외부와의 연결이 차단된 고립된 상황. 주로 내부에 살인자가 존재하는 연쇄살인사건의 배경으로 활용된다. 학생 아리스-에가미 시리즈는 전부 클로즈드 서클 테마를 차용하는 특징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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