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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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선생님 5 ~ 8 : 세상은 옳고 그름으로만 나뉘어지지 않는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6. 2. 14. 21:16
스즈키 선생님 5 ~ 8 타케토미 겐지 / 이연주, 안은별 옮김 이렇게 읽는 도중에도, 읽고 난 후에도 작품 내 논의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끔 만드는 만화책은 처음인 것 같다. 아니, 굳이 만화책으로 한정짓지 않아도 내가 읽고 접하는 책들 가운데에선 상당히 드문 일이다. 특히 내 자신이 평소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던 상식이 어쩌면 생각없이 수용한 편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라고 내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해 내린 결론이라 믿고 있던 것들이 정말로 그랬던 것인지 의심하게 되는 일은 정말로 그렇다. 지난번 처음 이 스즈키 선생님이란 작품을 접했을 땐, 중학생들과 그 담임 선생님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가끔씩 잊어버리게 될 정도로 날 것 그대로의 표현과 소재에 당황스러워했었지만, 솔직히 이번엔 그렇지 않을 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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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톰 : 가장 IT적인, 그래서 본능적 생존투쟁일 수 밖에 없었던.읽는다/독서 감상문 2016. 2. 11. 21:22
사이버 스톰CYBER STORM 매튜 매서공보경 옮김 한 때 바이러스니 해킹이니 사이버 전쟁이니 하는 소재들이 인기를 끌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단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세기말적인 감성을 느끼게 된다. 어딘지 모르게 음울하고, 신비스러우며, 알 수 없는 흐릿함. 가장 최신의 기술과 선구적인 영역을 소재로 삼고 있었지만 나는 그랬다. 하긴 천재 해커와 인공지능이든 초바이러스든 양자간에 펼쳐지는 이진법의 치열한 수 싸움 따위를 아무리 글로 표현해보았자,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인의 눈엔 그리 비칠 수 밖에. 그러니 분위기라도 양껏 있어보이게, 아예 아무 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게ㅡ뭐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실제 IT(Information Technology) 전문가인 저자가 '가장 현실적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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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 10주기 기념 증보판읽는다/독서의 기록 2016. 1. 27. 13:36
사실은 윤동주 유고시집이 출간 예정인 걸 알고나서,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을 구매했었다. 활자중독이라고 자처하면서도 유난히 시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지만,윤동주 시인은 좋아한다. 참 많이.그래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예약구매를 하고,하루 이틀 미뤄지는 발매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며칠 전 손에 든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10주기 기념 증보판 컨셉으로 발행된 시집이다.부드럽고 질 좋은 표지이지만 빛바랜 색감이 낯설면서도 어쩐지 그리운 느낌.단정한 서체가 내 취향이다. 60여년전에 발행된 시집이고 디자인인데, 촌스럽지가 않다. 초판본 패키지에 들어있는 3주기 초판본.각양각색의 폰트가 존재하는 현재의 시선으로 봐도 귀엽고 예쁜 서체다.증보판과 달리 얇은, 그야말로 시집 같은 시집이라서 붙잡고 몇 편의 시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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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맨의 재즈 : 음울한 선율의 재즈 같은 연쇄살인마 추적극.읽는다/독서 감상문 2016. 1. 8. 22:13
액스맨의 재즈 The Axeman's Jazz 레이 셀레스틴김은정 옮김 20세기 초, 미국 뉴올리언스, 연쇄 살인마 그리고 재즈. 뉴올리언스는 달랐다. 이곳은 미국의 어두운 면이었다. (p.105) 사실 그랬다. 이십세기 초의 미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금주법이지만, 또 다른 하나는 인종차별이다. 노예해방선언이 무색하게, 수십년이 흐른 그 시기에도 태연하게 인종차별이 자행되던 그런 시기. 아이러니하게도 흑인 민속 음악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재즈가 인기가 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그런 시대적 배경과 1918년부터 실제로 발생했던 도끼 연쇄 살인 사건을 결합시켜 독특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작품을 읽는 중간중간 문득 음울한 재즈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그런 거 말이다. 작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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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발행 당시 컨셉의 '초판본 진달래꽃'읽는다/독서의 기록 2016. 1. 4. 21:46
내가 직접 시집을 사서 보게 되는 일이 생길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었는데,구매했다. 초판본 진달래꽃.표지나 패키지에 낚이는 일도 거의 없는 편인데, 불가항력에 가까웠다. 경성에서 김정식이란 사람이 보냈다.물론 컨셉이지만 당시 디자인의 우표와 소인 등을 디테일하게 재현.구깃구깃해진 갈색 봉투마저 마치 진짜 소포처럼 보인다.물론 여기엔 좀 다른 사정이 있긴 했지만. 당시에 그랬듯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씌여진 제목.앞서 이 소포를 보내줬던 김정식은 시인 김소월의 본명이다.책 자체의 디자인이나 컨셉, 인쇄 상태까지도 옛 느낌이 가득난다. 처음 김소월 시인이 썼던 진달래꽃은 이러했구나. 처음 알았다.사실 나는 시라는 걸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학교에서 배웠던 시들 중 가장 좋아했던 시 중에 하나가 이 진달래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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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징 : 미래 화성, 계급사회 전복을 향한 의미있는 움직임.읽는다/독서 감상문 2015. 12. 10. 21:27
레드 라이징RED RISING 피어스 브라운이원열 옮김 마지막 책장이 가까워올수록 이렇게 끝이 난다고? 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었고, 기어이 책장을 덮게 되었을 때 부리나케 옆에 놓인 핸드폰을 들어 책의 제목을 검색했다. 다행스럽게도 삼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엔 출간되지 않았더라. 피어스 브라운의 미래 화성을 배경으로 한 이 디스토피아 삼부작의 첫번째 이야기, 레드 라이징은 그렇게 강렬하고, 인상적인, 계속 읽고 싶은 작품이었다. 미래 화성의 깊은 땅 속. 주인공인 대로우는 헬다이버다. 거대하게 진화한 살무사와 곳곳에 산재한 가스 포켓을 피해 민첩하고 재빠르게 작업을 해낼 수 있는 뛰어난 헬다이버이자 척박한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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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선생님 1~4 : 옳다고 배웠던 것들이 과연 옳은 것일까.읽는다/독서 감상문 2015. 11. 30. 21:01
스즈키 선생님 1 ~ 4 타케토미 겐지 / 홍성필, 오주원, 송치민 옮김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별 다른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그 때는 그 나름대로 흥미로운 작품일 거란 기대를 했었겠지만, 1권부터 4권까지 다 읽고 난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로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게 틀림없다. 일본의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스즈키 선생님이 그간 보아온 일본 드라마나 영화 속 열혈 교사들의 또 다른 복제품일 거라는 생각만 빼면 말이다. 정말로 나는 이 작품이 그런 일본 특유의 교훈과 해피엔딩을 품은 만화겠거니 했다. 하지만 그런 내 얄팍한 기대는 1권을 채 반도 보지 않은 시점에 와르르 무너졌고, 느긋하게 책장을 넘기던 손이 빨라졌다. 그만큼 스즈키 선생님이란 작품은 다소 자극적이었고, 생소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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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 상실과 희망, 그리고 아름다운 참매 메이블을 보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5. 9. 4. 22:47
2015. 000.메이블 이야기 H is for Hawk 헬렌 맥도널드 지음 ㅣ 공경희 옮김 나는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아마도. 솔직히 말하자면 저자 헬렌 맥도널드(이하 헬렌)가 아버지를 잃은 상실의 아픔으로 괴로워할 때는 기대했던 참매의 이야기가 좀처럼 나오지 않아 책장을 넘기는 손이 무뎌졌다. 하지만 그와 함께 그녀가 어릴 적부터 동경해오던 참매를 데려오기로 결정하고, 정말로 참매와 대면하기까지의 과정이 지리하면서도 한켠으론 자그마한 흥분이 채워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이야기, 그녀의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어릴 적 보았던 매잡이와 매에 대한 이야기들이 두서없이 섞이면서도 명확한 하나의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헬렌은 메이블과 만난다. 어린 참매 메이블.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