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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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여름, 가을 문턱에 읽을 책들♪읽는다/독서의 기록 2015. 8. 28. 13:07
메이블 이야기 여름 내내 장르소설만 붙들고 있었지만, 바람이 조금 서늘해지니 드디어 다른 쪽으로도 눈이 간다.맹금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메이블이 매라는 사실이 무엇보다 반갑다. 책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짧은 단락만으로도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매는 슬퍼하지도 않고 상처를 입지도 않는다.그저 사냥하고 죽을 뿐이다.스코틀랜드 부둣가의 어느 눅눅한 아침한 낯선 남자가 겁에 질려 퍼덕거리는검은 발톱과 부드러운 은색 눈빛의 매 한 마리를상자에서 꺼내 나에게 보여 주었다.나는 매에게 '메이블'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고케임브리지로 데려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안녕, 메이블! 나란 무엇인가 손에 쥐었던 건 몇 달 전인데 드디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에세이는 가을에 어울린다. 아껴뒀다.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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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굴 : 한국형 장르문학의 또 다른 모습.읽는다/독서 감상문 2015. 7. 29. 21:16
2015. 000.무녀굴 밀리언셀러 클럽 한국편 017 신진오 지음 무녀굴. 이 소설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축축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 '굴'이라는 단어가 내게 그런 느낌이었던 모양이다. 혹은 '무녀'가 그러했거나. 어느 쪽이 되었든 공포, 호러 소설엔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아울러 이 작품 전체를 매우 압축적으로 잘 담아낸 제목이라는 건 틀림없다. 읽기 전부터도 그러할 것 같단 느낌을 받았지만, 다 읽고나서도 역시 참 잘 지어진 제목이구나, 싶다. 직관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그런. 이야기는 젊은 남녀로 이뤄진 산악자전거 동호회의 하이킹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된다. 물론 그들은 제주 김녕사굴. 일명 사굴으로도 불리는 그 곳을 찾는다. 애초에 정해진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마치 운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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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 원작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는 매력적인 작품.읽는다/독서 감상문 2015. 7. 5. 20:47
2015. 000.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Sherlock Holmes -Moriarty-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ㅣ 이은선 옮김 열렬한 셜로키언이 아니라 하더라도, 만약 아서 코난 도일의 '마지막 사건'을 읽은 사람이라면 셜록 홈즈가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사실이 다소 갑작스럽고 의문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난 그랬었다. 하지만 어째설까, 모리어티 교수의 죽음에 대해선 그다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셜록 홈즈와 마찬가지로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는데도ㅡ애초에 모리어티 교수라는 존재 자체가 그렇지만. 물론 지금 앤터니 호로비츠의 이 소설,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을 읽고 나니 이 흥미로운 단편을 보는 또 하나의 방향을 알아낸 기분이 든다. 그리고 전혀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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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프 : 방황하는 스릴러 팬을 위한 안내서읽는다/독서 감상문 2015. 6. 25. 19:06
2015. 000.페이스 오프 FACE OFF 데이비드 발다치 엮음 ㅣ 박산호 옮김 만약 이 책을 집어 든 누군가가 자타공인 영미 스릴러 소설의 엄청난 팬이라면, 이 책의 시도는 상상만 해도 흥분되는, 혹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런 엄청난 하나의 '사건'이다.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와 데니스 루헤인의 패트릭 켄지가, 리 차일드의 잭 리처와 조셉 핀더의 닉 헬러가 하나의 글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사건을 해결하다니. 팬이 쓰는 팬픽션이 아닌, 진짜 그들의 부모인 작가들이 의견 교환을 하며 써내려간 콜라보레이션 작품들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니. 영미 스릴러 문학의 팬이 아닌 이들도 쉽게 와닿게끔 부연 설명을 하자면 그런거다. 아서 코난 도일과 모리스 르블랑이 펜 끝을 맞대고 셜록 홈즈와 아르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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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는, 읽을 책들.읽는다/독서의 기록 2015. 6. 12. 12:29
FACE OFF 페이스 오프 추리 스릴러 작가들의 합작소설!작가들의 분신과도 같은 탐정들이 한 작품 속에서 만난다!와우. 솔직히 광고 문구에 혹하는 타입은 아니지만,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와 데니스 루헤인의 패트릭 켄지가 한 팀이 된다는데어떻게 설레이지 않을 수가 있겠나, 싶다. 그렇다. 설렌다. 오사카 소년 탐정단 오래간만에 구매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언제나 그렇듯이 별다른 기대는 없고 무더운 여름에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오사카가 배경이니만큼 사투리가 잘 살아있을 원서가 더 땡기긴 하는데,한 여름의 일본 원서만큼 생각만해도 땀이 뻘뻘 나는 건 없다보니. 형사의 아이 신간들 몰아서 살 때 같이 샀다. 미미 여사의 글은 많이 읽어보지 않았고, 몇 개 읽은 것조차 사실은 조금 미미 여사의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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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 퍼즐 : 외딴섬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이 품고 있는 퍼즐.읽는다/독서 감상문 2014. 6. 8. 11:45
2014. 000.외딴섬 퍼즐 孤島パズル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ㅣ 김선영 옮김 에가미-학생 아리스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이자 역시나 클로즈드 서클 테마를 차용한, 외딴섬 퍼즐. 전작에선 EMC 동호회의 4인이 여행을 떠났다 화산 폭발로 인해 캠프장에 고립되어 버렸다면, 이번엔 새로운 동호회원이자 유일한 여성 회원인 마리아의 초대로 그녀의 가족 및 지인들이 모이는 외딴섬에 가게된 에가미와 아리스가 태풍으로 인해 안그래도 고립된 상태인 섬에 완벽히 갇히게 된다. 물론 벌어지는 것은 연쇄살인이고, 이걸 풀어야 하는 건 에가미와 아리스다. 거기다 더해 애초에 에가미와 아리스가 마리아네 섬에 아무 이유 없이 놀러간 것도 아니다. 마리아의 할아버지가 남긴 모아이 퍼즐을 풀기 위한 명목으로 초대를 받은 것. 게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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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게임 : 고립된 캠프장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읽는다/독서 감상문 2014. 6. 1. 12:54
2014. 000.월광 게임 月光ゲーム ㅡ Yの悲劇 ’88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ㅣ 김선영 옮김 아리스가와 아리스라는 독특한 필명. 그리고 작품 속에 자신의 이름을 지닌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스타일. 무엇보다 Y의 비극 '88 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이 작가는 엘러리 퀸의 열렬한 신봉자다. 물론 이런 표면적인 유사성만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일본의 엘러리 퀸이라 불리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이 작가의 데뷔작인 월광 게임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만들어 낸 인상적인 두 명의 탐정 중 하나인 에가미 지로와 화자인 학생 아리스가 등장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캠프장에서 화산 분화를 겪는 청년 무리의 혼란스러움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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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 '어떻게 했느냐'보다 '왜 했느냐'를 이야기하다.읽는다/독서 감상문 2012. 8. 14. 22:50
2012. 000.잠복 張込み마츠모토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1 마츠모토 세이초 지음 ㅣ 김경남 옮김 내가 마츠모토 세이초를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그러니까 8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난 그 때 그의 소설을 읽었던 건 아니었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일본 드라마를 봤었다, '모래그릇'이라는 동명의 제목을 가진. 당시의 나는 지금보다 조금 어렸었고, 모래그릇이라는 작품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려 결국 끝까지 보지 못했었다. 또 있다.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드라마 중 하나인 '야광의 계단'이 그렇고, '검은 가죽 수첩'이라든가, '짐승의 길' 같은 하나같이 무거운 사회의 혹은 인간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다양한 드라마들을 통해서 나는 마츠모토 세이초를 만나왔다. 그래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