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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드벤처 라이프 : 자유인의 자유로운 이야기.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0. 3. 17:26


    2010. 048.
    어드벤처 라이프
    Adventure Life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ㅣ 양윤옥 옮김



         본디 에세이라는 게 자유로운 글이긴 하지만, '어드벤처 라이프'는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 글을 쓴 '다카하시 아유무'라는 사람이 얼마나 자유로운 사람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느낌의 책이다. 글 첫머리에 그는 이 책 속에《다카하시 아유무라는 서른 살 남자의 모든 것,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이십 대의 나날을 달려온 그의 행동과 감각의 기록,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 싶은 마음》이 담겨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정말로 이 책은 스스로를 자유인이라 칭하는 저자와 어울리는 참 자유로운 책이었다. 슬며시 미소짓게 되어버릴 정도로.

         이 책은 저자인 다카하시 아유무의 이십대를 스스로 밝히고 있는 글이다. 그러니 그의 경력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책의 내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가능하다. 책날개에 쓰여져 있는 저자 소개를 보면,

    다카하시 아유무 Ayumu Takahashi
    1972년 도쿄 출생. 자유인.
    스무 살, 대학을 중퇴하고 친구와 아메리칸 바 <ROCKWELL'S> 개점. 2년간 4개 지점으로 확장. 스물세 살, 자서전을 내기 위해 친구와 SANCTUARY 출판사 설립.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프로듀스. 자서전 <날마다 모험>도 베스트셀러가 됨. 스물여섯 살에 결혼. 결혼식 3일 뒤, 모든 직위를 버리고 아내와 둘이서 세계 일주 여행에 나섬. 2년간 수십 개국을 방랑한 끝에 귀국. 이후 오키나와로 이주하여 자급자족의 네이처 빌리지, BEACH ROCK VILLAGE 주재.
    (하략)

    그렇다. 다카하시 아유무는 이 책을 통해 그가 대학을 중퇴하고 느닷없이 아메리칸 바를 열고, 출판사를 열고, 자서전을 쓰고, 결혼을 하고 세계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오키나와에 자리를 잡고 살게 되었던 20대였던 시절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살았기에 '후회하지 않는' 이십대를 돌아보면서,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삼십대를 살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는다. '머리가 좋다거나 요령이 좋다거나 타고난 재능 같은 것에는 전혀 자신이 없지만,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라면 반드시 마지막까지 노력한다는' (p. 135) 단단한 자신감 혹은 각오를 가지고 말이다. 

        사실 이 책을 직접 읽기 전에 나도 바로 이 작가 소개를 읽었었고, 그래서 그의 삶이 궁금했었다. 한 켠으론 이런 자유로운 삶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그를 부러워하면서도, 솔직히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나 돈에 곤란을 겪어보지 않았던 사람이겠거니, 멋대로 오해를 했었다ㅡ그리고 그것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내 자신의 변명이기도 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책 속에서 그가 '지옥의 자금마련' 이란 이름을 붙여주곤 웃으며 얘기하는, 하지만 결코 재미있지만은 않았을 그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맨 몸으로 부딪혀 얻어내기까지의 이야기를 보며 솔직하게 부러워하지 못하고 덮어놓고 비아냥거렸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언제나 '이제 본격적으로 뛰어들 때다!' 하는 참에 주눅이 들어 슬슬 도망치면서 마음속으로는 대충 변명을 하고, 나름대로 진지하게 뛰어든 일을 취미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만족해버리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페이드아웃……. 항상 그렇게 똑같은 패턴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MY SHOP / cocktail & dreams, p. 39)
    시작하지 못하고 포기하려 했던 그의 모습은 마치 나와 같았다. 그 이유까지도. 그와 나의 차이점이라면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나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는 거랄까. 아마 나는 앞으로도 계속 망설일 것이고, 계속 포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그처럼 '안 돼! 이번만은 도망치지 말고 정면으로 도전해!' (p. 40) 라는 외침이 내 속에서 들려올 거라는 희망은 있지 않을까, 분명. 조금 늦더라도 말이다.

         이 책 속에 실린 글은 분명 잘 쓰여진 글은 아니다. 멋들어지고 세련된 에세이를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드벤처 라이프'는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모험인 자유인이 쓴 글 답게 참으로 자유롭고, 그 구성도 다소 산만할 정도로 이것저것 그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솔직하다. 이십대의 내가 이십대였던 그를 보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라고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가 정말로 솔직하게 그의 이십대를 이야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위인이라고 알려진 이들의 명서가 아니라 만화책이 인생의 지침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까지도 말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자유로운 인생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으며, 살아갈 것이라는 저자를 그저 부러워만 하기보다 어쩐지 울컥해서 나도 해봐야겠다, 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삼십대에 들어선 그가 지나간 이십대를 웃으면서 이야기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그러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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