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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시오페아 공주 : 있을 법한 환상.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0. 1. 21:39


    2010. 046
    카시오페아 공주


      이재익 지음



         '카시오페아 공주'를 읽었다. 읽기 전부터 인기 라디오 방송인 컬투쇼의 PD가 쓴 소설집이라는 얘기를 들었기에, 재기발랄한 무언가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고, '판타지, 멜로, 호러, 미스터리, 로맨스가 결합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소설집' 이라는 선전 문구를 보면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조금 아리송할 따름이다. 확실히 판타지도 있고 멜로도 있고 호러....(라기보단 고어함)도 있는 듯 싶고, 미스터리도 있고, 로맨스도 있는 듯 하지만 몽환적이며 환상적이었다고는 말하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현실적이었으니까. 이 책 속의 다섯 이야기는 정말 있을 법한 느낌을 주는 판타지다. 혹은 있어서는 안되는데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그래서 완전한 판타지 ㅡ최소한 내가 아는 세상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는 첫번째 이야기이자 표제작인 '카시오페아 공주'를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그 기대가 어긋났음을 깨달았다.

         자신을 외계인이라 주장하는 한 여자와 아내를 살해당했던 한 남자가 등장하는 표제작 '카시오페아 공주', 단란한 가정에 옛 친구가 불쑥 찾아들어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섬집 아기', 일탈 같은 사랑을 하기 시작한 두 남녀의 이야기인 '레몬', 작가가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 범죄를 보며 썼다는 '좋은 사람'과 실려있던 글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중독자의 키스'. 이렇게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전혀 다른 소재를 다루고는 있지만 어딘지 비슷한 느낌들을 가지고 있는 이 글들 중, 특히 여러가지 것들 ㅡ그것이 행동이든 감정이든 간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이 등장해 얽히고 설켜있는 '중독자의 키스'는 정말 꽤 괜찮았다. 중독이라는 것, 흔히 카페인이나 니코틴, 알코올 등의 대상을 가지고 쓰여지는 단어이지만 중독이라는 현상이 커버하는 범위는 늘리면 늘어난다고 해도 될 정도로 광범위하다. 나만해도 내 스스로가 활자 중독이고, 축구에 중독되어 있다고 할 정도이니까. 그리고 이 '중독자의 키스' 속의 중독자들은 일반적인 대상이 아닌 것들에 중독되어 있고, 그래서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인상적일 수 있었다. 아, 여주인공인 수아의 경우는 '영화'에 중독되어 있으니 비교적 평범한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책에 실려있는 다섯 개의 이야기들은 그렇게 어쩐지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글들이었다. 그래서 비교적 반전이 예측 가능했고, 이야기의 흐름을 앞서 짚을 수 있다는 것들은 작은 아쉬움이지만 책장을 넘기는 것이 어렵지 않은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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