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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득이 (2011) :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어준' 사랑스러운 영화.
    본다/영화를 봤다 2011. 10. 30. 12:30

    완득이
    2011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김춘수 시인의 '꽃'을 살짝 비튼 홍보 문구가 쓰여 있다.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내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다!> 라고. 물론 이건 원작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문장일수도 있겠지만 읽지 않은 나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ㅡ하지만 정말 완득이로선 그런 심정일테니 원작에 나오는 문장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여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이 영화, 완득이는 내가 미처 부르기도 전에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어준' 사랑스러운 영화라고. 

         사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는 건, 최소한 이야기 자체만큼은 상당히 매력적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관계자들 풀어서 책 사들여 만드는 그런 베스트셀러 말고, 진짜 베스트셀러. 그런 의미에서 완득이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진 영화다. 원작을 보지 못한 나 같은 감상자의 경우 반대의 논리도 성립한다. 이런 매력적인 영화의 원작이라니,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고 영화 관람 후 상영관을 빠져나오며 생각했으니까. 이건 대단한거다. 왜냐면 상영 후 번개 같던 무대인사를 보며 반 쯤 혼을 빼놓은 상황에서도 든 생각이란 걸 고려하면 말이다. 하하.

         아아. 하지만 물론 뭐가 먼저가 됐든 상관 없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선 탄탄한 이야기와 문장들이 살아 움직이는 영화의 원작을 보지 못했다는 건 어떤 의미론 영화를 보다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게 해 준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감상문을 쓰면서 여러차례 언급한 부분이지만, 글이란 건, 100명에게 100가지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런 선입견도 구체화된 이미지도 없는 상태였던 나는 그런 무방비 상태로 만난 완득이가 참 즐거웠고, 유쾌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캐스팅이라니. '성균관 스캔들'로 '대세'에 올라 어디론가 흘러갈 듯 싶더니 훌쩍 뛰어내려 원래의 길을 다시 걸으려 하는 유아인이 반갑고, 연기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능청스럽고 '유아인보다 멋진(!)' 김윤석이 버티고 있다. 그 뿐인가. 맛깔나는 조연들이 매 순간순간 시선을 붙잡는다. 이야기가 힘이 있고, 배우들도 마찬가지라면, 그 영화 괜찮은 영화 아닌가?

     

         그래설까 사실 난 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인지 과연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안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귀찮아서도 아니다. 솔직한 심정으론 인상 깊었던 수십가지 장면들을 하나하나 설명해가면서 혼자 다시 한 번 낄낄대거나 울컥하거나 설레여보고ㅡ설레이는 장면, 있다, 한 서너 신 정도였다, 나는ㅡ 그러고 싶은 거지. 근데, 그렇게 되도 않는 문장으로 설명하기엔 생생히 살아있는 배우들의 표정과 목소리와 움직임이 아깝다. 그래서 안한다. 어쩔 수 없이 줄거리를 설명하는 수 밖에.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완득이다, 도완득(유아인).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참 고독하고도 불우한 청춘이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겠고, 엄마는 없고, 아버지는 영화 속 등장인물의 말을 빌리자면 '요즘도 있나' 싶은 '꼽추'에 장터를 돌며 춤을 추느라 가출을 해도 눈치채주지 못한다. 그리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옥탑방 이웃 선생이 하나 있다. 그 선생이란 사람이 느닷없이 느이 엄마 살아있다고, 거기다 필리핀 사람이라고 알려줘봤자 기가 찰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디로 보나 완벽히 불우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완득이를 '그 자신이 동정하는 것 이상으로는' 결코 동정하지 않는다. 그저 그 안에서 덤덤히, 가끔씩 투닥이며 살아가는 완득이와 그 주변 인물들을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그저 보여줄 뿐이다. 

         사실, 이 영화가 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그렇게 가벼운 것들이 아니다. 무시해서도, 그저 가볍게 웃어넘겨서도 안되는 그런 이야기들을 이 영화는 불쾌하지 않게, 너무 무겁지 않게, 어느 쪽에 많이 치우치지도 않게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수많은 장면 중에서도 병원에 입원해있는 동주 선생에게 병문안을 갔던 완득이의 모습이 제법 크게 남아있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다른거지만. 하하. 

         그래서 결국 도완득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그러게 말이다. 그조차도 이 영화는 알려주지 않으니까. 하지만 확실한 건, 완득이는 달리고 있다는 거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묵묵하게. 그리고 이건 예상이지만, 완득이의 기도 내용도 바뀌지 않았을까. 하하. 

    * * *

         얼마 전 영화 '컨테이젼'의 이야기를 하면서 남에게 추천할 용기가 안나는 영화, 라는 언급을 했었는데 완득이는 반대다. 완전 용기 있게 추천한다. 그냥 가서 보면 된다고. 아직 안보신 분, 지금 가서 보시면 되는 겁니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 보고 온지도 벌써 꽤 지나서 이야기가 가물가물하다. 나도 한 번 더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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