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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50 (2011) : 특별하지 않고 싶은 특별한 남자의 이야기.
    본다/영화를 봤다 2011. 11. 28. 14:37

    50 / 50
    2011








         50 대 50.


         사실 정말로 세상을 간단하게 본다면, 모든 것의 확률은 50 대 50이다. 쉽게 말해서 어떤 병이든 걸려서 죽을 확률은? 죽을 확률 반, 안 죽을 확률 반. 물론 여태까지 같은 상황을 겪어온 환자들의 치사율이라면 달라지겠지만 인생의 확률은 대개 반반이다. 


         그러니까, 평범하게 살고 있던 남자가 느닷없이 이름조차 낯선 암에 걸릴 확률도 그렇다.


          그건 그 남자가 담배도, 술도 하지 않고, 교통사고가 날까 위험하다는 이유로 운전도 하지 않고, 차가 오가지 않아도 꼬박꼬박 신호등 신호를 지키며 사는 평범한 남자여도 마찬가지다. 물론 운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친한 친구와 함께 라디오 방송국에서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며, 화가인 여자친구와 나름 즐겁게 살고 있는 남자, 아담 러너(조셉 고든 레빗)라도 말이다.

         그랬다. 그저 가끔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없을만큼 아파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암이란다. 또박또박 읽어줘도, 직접 검색해 스펠링을 확인해봐도 제대로 발음조차 하기 힘든, 드물고도 희귀한 암에 걸렸단다. '아, 암이구나.' 아담은 본인도 놀라울만큼 덤덤했다. 함께 살고 있던 여자친구에게도 자신이 암에 걸렸단 사실을 마치 감기에 걸렸다는 얘기를 하는 것처럼 전했고, 가장 친한 친구인 카일(세스 로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부모님께, 치매인 아버지를 줄곧 보살피고 있는 어머니에게 말하는 건 좀 꺼려졌지만 역시 별다른 저항 없이 밝힐 수 있었다. 피자를 먹으면서 말이다. 아담은 되려 충격을 받은 어머니를 위로해야만 했다.


         의사의 추천에 따라 테라피스트 케이트(안나 켄드릭)를 만나기는 했지만 사실 아담은 괜찮았다, 아니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케이트의 말에 따르면 말이다. 그저 아담은 자신보다도 어려보이는 그녀가 약간 못미더웠을 뿐인데. 그녀는 아담이 쇼크 상태라고 말한다. 갑작스레 암 선고를 받은 환자들이 대부분 처음엔 아담처럼 덤덤하고 침착하게 받아들인다고. 그리고 바로 그게 굉장한 쇼크를 받아서라고도 했다. 아담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난 정말 괜찮은데.  

          아, 난 정말 괜찮은 걸까.

         이 영화는 평범하게 살고 있던 한 남자 아담 러너의 이야기다. 갑작스러운 암 선고를 받고 난 후의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그저 덤덤하던 그가 점점 현실을, 무서움을 느껴가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특정한 감정을 유도하려는 유별난 시도도, 이야기를 보다 드라마틱하게 만들려는 의지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ㅡ아예 없진 않다, 그저 보다 과장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거리도 묵묵히 참아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그냥, 아담이 어떻게 암 선고를 받아들이고 겪어내는지,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함께 그냥 보여준다. 물론 시선은 아담이다. 아담의 여자친구, 부모님, 가장 가까운 친구 정도가 주요 등장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오로지 아담의 입장에서, 그의 시선으로 보여진다. 그래설까, 그의 친구 카일은 머릿 속에 여자와의 원나잇 생각 외엔 없어보이고, 그의 어머니는 지나치게 간섭하고 걱정하는 귀찮은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하하. 하지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아담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아담이 부정적으로 세상을 보는 동안엔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어쨌든 이 이야기는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 전혀 그렇지 않기도 하다.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만한 장면들은 되려 편하게, 뻔하게 눈물샘을 자극해줘야 할 부분은 어쩐지 삐딱하게 그려내고 있으니까. 그래도 분명한 것은 괜찮은 영화라는 것이다. 암에 걸린 사람과 그 주변 사람들이 그저 아파하고 슬퍼만 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도. 


    * * *


         아담은 특별한 건 싫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충분히 특별하다.
         병원 침대에 누워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여주는 조셉 고든 레빗만이 그 이유인 건 물론 아니고. 
         아,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조셉 고든 레빗이 아니었다면 난 이 영화를 놓쳤을 거라는 거. 하하.  
         


    * 이 글은 CGV 무비패널 리뷰에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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