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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한 번쯤 상상해봤을 '세계의 책'을 찾는 모험.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1. 2. 4. 21:22


    2011. 004.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거다. 태초부터 까마득한 미래까지 세상의 모든 비밀에 대해 쓰여져 있는 책 같은 거 말이다. 나도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상상을 참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머리가 좀 굵어진 다음부터는 전혀 하지 않게 된 상상이지만, 그래도 혹시 그런 책이 있는 건 아닐까, 라는 판타지만은 마음 속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건 확실하다. 그러니, 이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의 초반부에 나오는 '세계의 책'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두근두근했겠지. 모든 것이 쓰여져있다는 '세계의 책'. 그 외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은 전부 '세계의 책'의 주석서, 라는 설명. 아무리 신선하고 기발한 내용의 책이라도 그건 이미 세계의 책에 쓰여져 있는 거다. 책 사냥꾼이 나오는, '세계의 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이라니, 흥미롭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기대를 보기 좋게 배반한다. 전 세계를 무대로 바로 그 '세계의 책'을 찾아 모험하는 책 사냥꾼의 이야기는 아니었던 거다. 물론 주인공은 현재 헌책방을 운영 중인 전직 책 사냥꾼 반디다. 배경은 우리나라. 대신 한창 호황이던 출판계와 책에 대한 태도가 가혹해질대로 가혹해진 상태의 한국이다.

    ㅡ 소년 모험물입니다.『모모』나『끝없는 이야기』같은…… 대강 그런 종류입니다.
    『모모』와『끝없는 이야기』
    그거 금서 아냐? 어디…….
    김 형사가 키보드를 두드렸다.
    ㅡ 주의 도서이기는 한데 금서는 아니네.
    p. 137

         그렇다. 우리의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가 주의 도서 리스트에 올라있는 시대다. 그런 시대의 어느 날, 책 사냥꾼에서 은퇴하고 헌책방을 운영 중인 반디에게 한 남자가 찾아와 '어떤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거액의 돈과 반디가 간절히 보고 싶어하는 책으로 구슬리기도 하고, 반디의 대학 시절 친구들을 미끼로 협박하기도 하면서. 그 의뢰인은 '미도당' 이라는 헌책업계에선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졌으면서도 그 정체가 숨겨져 있는 집단의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내밀고 우리의 주인공 반디는 그 의뢰를 수락하고 만다. 물론 그 남자가 의뢰한 어떤 책은 '세계의 책'은 아니지만, '세계의 책'이기도 하다. 그거야 세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여튼 '베니의 모험' 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 책을 찾아나선 반디의 모험은 비록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소설 속의 소설' 들이다. 실제로 존재하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ㅡ아마 창작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글들이 책 속의 책, 그리고 책 속의 책 속의 책으로 등장하고, 그렇게 소개되는 책들의 내용 또한 꽤나 재미있어 보인다. 덕분에 책 한 권을 읽었는데도 여러 권의 책 ㅡ그 책이 존재하건 존재하지 않건 간에 많은 책들을 읽은 듯한 기분도 얼핏 든다.

         감상문이니만큼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을 제외하고서도, '책'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흥미롭다. 사람에게 있어 '책'이란 무엇인지, 그 한 사람에게 있어서 '세계의 책'이란 어떤 것인지. 꺾으려 해도 꺾어지지 않을 책의 힘은 어떤 것인지. 책을 사랑하는 이라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한 꼭지들 아닌가. 하하. 사실 '책 사냥꾼'이라는 소재를 보고 처음 생각났던 것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뒤마 클럽'이었다. 조니 뎁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이기도 하고, 여러 차례 읽었던 소설이라 당연하다면 당연한 수순이지만, 사실 이 두 소설은 전혀 다르면서도 비슷한 내용을 다룬다. 어쨌든 책을 욕심내는 이들이라면 즐겁게 읽을만한 소설이라는 것만은 같다. 아, 하지만 책 띠지에 언급된 유명 작가들의 소설과 같은 무언가를 기대하면 안된다는 거, 상식이겠지? 그건 '광고'니까.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8점
    오수완 지음/뿔(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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