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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The Amazing Spider-Man 2, 2014) : 완벽한 스파이디, 그렇지 못한 빌런.
    본다/영화를 봤다 2014. 4. 25. 17:37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The Amazing Spider-Man 2, 2014

     

     

     

     

     

     

     

     

     

         새삼스럽지만, 모든 것에 대해 그다지 너그럽지 못한 상태로 영화를 본다는 건 그리 추천할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내 자신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일까. 우울증이 의심될 정도로 무겁게 가라앉은 자신을 조금이라도 북돋아주기 위해서, 그리고 기다리던 작품이었기도 했기에, 개봉 첫 날 보러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게 내 상태 때문인지, 실제로 영화의 완성도가 그래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여전히 머릿 속에 인상 깊게 남아있는, 그리고 시간의 마법까지 더해져 점점 이상적인 상태로 둔갑해가는 샘 레이미와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는 마크 웹과 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넘어야 할 벽임에는 틀림없다. 제작 시기가 그리 차이나지 않는 리부트 작품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뭐 그런 거? 물론 난 기본적으론 상당히 너그러운 감상자라서 전작이었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부터 이미 이 새로운 스파이디에게 반해있긴했다. 스파이더맨은 찌질하면서도 발랄하고 유쾌한 친구 같은 슈퍼 히어로다. 그리고 찌질함만이 유난히 강조됐던 토비의 그것보다 비록 외모는 찌질해보이지 않을 지언정, 행동과 말로 지나치게 고운 외모를 충분히 커버하고, 토비의 스파이디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유쾌발랄함이 살아있는 앤드류의 스파이디가 지극히 취향이었던 것 뿐이지. 굳이 뭐 원작에서의 스파이디와 유사하니 마니 할 생각은 없다. 슈퍼히어로가 대세인 시기와 슈퍼히어로는 유치하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영화 속 슈퍼히어로가 같을 수는 없으니까.

     

    시종일관 발랄하게 재잘대며 재빠르게 움직이는 스파이디는 사랑스러웠다.

        

         중요한 건 이번에도 그런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디 혹은 피터 파커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거다. 물론 유쾌발랄한 스파이디의 재잘거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면 자막이라는 난관을 뛰어넘어야 하긴 하지만. 거기다 스톱/슬로우 모션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전작보다 화려하고 인상적으로 완성된 액션 시퀀스도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줬고. 사실 뉴욕의 마천루 사이를 자유롭게 활강하는 스파이더맨은 모종의 이유ㅡ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난 3D 안경을 쓰고 스크린을 보면 종종 웅장함이나 위압감을 느껴야 할 것들이 미니어쳐로 보여서 김이 팍 새곤 한다.ㅡ로 3D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무조건 3D를 선택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 역시 눈요기만큼은 확실하다.

     

         문제는 빌런이었다.

     

         빌런은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주인공이자 결국은 승리하는 슈퍼히어로만큼이나 중요한 설득력과 비중을 가져야만 하는 존재다. 게다가 현헐리우드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마블 코믹스 원작 중 스파이더맨의 판권만을 확보하고 있는 제작사 소니가 한 명 밖에 없는 슈퍼히어로 대신 제법 매력적인 빌런들을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은 이미 '베놈'과 '시니스터 식스'의 스핀오프 계획으로도 증명된다. 그래서 이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러닝타임의 상당부분을 빌런들에게 할애했다. 개봉 전부터 셋이나 되는 빌런이 등장한다고 떠들석하기도 했다. 게다가 그 빌런들이 스파이더맨의 숙적 그린 고블린, 집요하게 스파이더맨을 괴롭혀왔던 일렉트로란다. (떡밥 수준으로만 등장한 라이노에 대한 얘기는 제껴두기로 한다.) 대안 할 수가 없지 않나?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일렉트로는 그저 기분 나쁠 정도로 오싹한 관심병 환자로 묘사됐고, 스파이디의 수많은 적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복잡하고 입체적인 캐릭터인 해리 오스본은 갑자기 확 돌아버린 미친놈 수준으로 그려졌을 뿐이다. 거기다 더해 샘 레이미 트릴로지에서 제임스 프랑코가 훌륭하게 만들어 냈던 해리 오스본의 기억이 남아있는 감상자의 입장에선 어이가 없다못해 화가 날 정도였다. 전작이 없었더라면? 글쎄, 그래도 난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그리 나쁘진 않다. 영화의 어떤 부분에 중심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갈릴 타입의 영화로 완성됐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나 원작을 모른다면 더더욱 가볍게 즐길 수 있을 수 있을 테고. 내 안에선 마블의 로미오 타이틀을 획득하고 있는 피터 파커와 그의 첫사랑 그웬(엠마 스톤)의, 실제 커플 케미 돋는 간질간질 밀당 로맨스도, 뭐, 그리 나쁘지 않다. 사실 난 앤드류의 대사나 표정, 엠마 스톤의 연기 같지 않은 리액션 등을 보면서 헐 대사가 아니라 진심인데? 하면서 애드립을 의심했는데, 그게 진짜 애드립이란 사실을 나중에 지인을 통해 알게 되서 충격을 받기도 했다. 공개 연애의 끝판왕 돋네. 헐.

     

    ***

     

    가장 좋았던 장면.

    감기 걸린 피터 파커가 슈퍼에서 훌쩍거리며 조끼 입고 베낭 맨 채로 코스튬 입고 악당을 처리했던 디테일ㅋ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2014)

    The Amazing Spider-Man 2 
    7.5
    감독
    마크 웹
    출연
    앤드류 가필드, 엠마 스톤, 제이미 폭스, 데인 드한, 캠벨 스코트
    정보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 142 분 | 2014-04-2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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