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 꿈 같은 영상, 독한 이야기.본다/영화를 봤다 2014. 4. 27. 17:07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반짝이는 분홍빛인지. 귀엽고 앙증맞아 보이기까지 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역설적으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잔혹한 비극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좋았다. 꿈 속을 떠도는 듯한 영상과 지독한 현실을 발랑 까내놓는 이야기의 절묘한 밸런스. 복잡다난한 구스타브(랄프 파인즈)의 삶 속에서 톡톡 튀어나와 미소 짓게 만드는 디테일들이 이 영화를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드니까.
난 그냥 좋아하는 배우들이 떼거지로 나오길래, 그리고 취미로 모으고 있는 전단지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이 영화를 보기로 했었다. 그리고 본지도 꽤 됐지. 거의 3주 전이니까. 사실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글을 쓰려면 하루가 48시간이어도 모자르다. 그래서 감상 직후에 이런 저런 할 말이 많아서 냅다 감상문을 쓰게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조금 달랐다. 보고 난 뒤의 여운이, 영화를 보고 있을 때보다 느꼈던 모든 감정들보다 진했다. 3주가 지나도록 그 감정들이 머릿 속을 떠다녔고, 그 사이 끔찍한 일들이, 그 어떤 재난 영화보다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고, 난 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꿈 속을 거니는 듯한 영상을 떠올렸다.
어쨌든 이 영화는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게 가장 좋은 영화다. 어떤 말로 내가 느꼈던, 그리고 지금도 느끼고 있는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랄프 파인즈가 볼드모트로만 기억에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내려가기 전에 당장 봅시다. 이 아저씨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사랑스러운지를 알 수 있을테니까. 물론 그 외에도 크든 작든 모든 배우들이 하나 같이 매력적이라는 건 덤. 애드리언 브로디의 섹시한 나쁜놈이라든가, 에드워드 노튼의 단정한 제복도 눈길을 끌었고, 개인적으로 몇 안되는 컷인데도 인상에 강하게 남아있던 건 마담 D의 저택의 하녀인 클로틸드 역의 레아 세이두였다. 참 매력적인 얼굴의 배우다.
***
주드 로의 신작을 접할 때마다 점점 넓어지는 듯한 이마를 실감하며 안도한다.
그래도 괜찮네? 나쁘지 않아! 하면서.
'본다 > 영화를 봤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원 (Guzaarish, 2011) : 스스로의 죽음을 '청원'하다. (0) 2014.05.21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The Amazing Spider-Man 2, 2014) : 완벽한 스파이디, 그렇지 못한 빌런. (0) 2014.04.25 Welcome to the Punch (2013) (0) 2013.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