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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시리즈를 완벽히 부활시키다.
    본다/영화를 봤다 2014. 5. 22. 08:00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이하 엑퍼클)가 공개된 것도. 물론 그 사이 울버린을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가 하나 있긴 했지만, 상당히 오래간만인 엑스맨의 귀환은 이 시리즈의 열혈 팬임을 자부하는 내게 있어서 상당히 흥분되는 일이다. 아, 혹시나 해서 짚고 넘어가자면 이 영화는 엑퍼클의 후속작이다. 


         3년. 엑퍼클의 개봉 이후 지금까지 사실 헐리웃 영화계는 꽤나 격렬한 변화를 겪었다. 물론 그전에도 상업적으로 충분한 성공을 거둔 코믹스 원작의 영화들은 종종 있어왔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달랐다. 여러 명의 개성 강한 히어로들이 함께 나와 공동의 적과 싸운 '어벤져스'의 대성공으로 일명 히어로 무비들은 주류가 되었고, 마블의 무비버스는 한계를 모르고 확장되어 가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 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이하, 데오퓨)는 내게 기묘한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들게 하며 차근차근 제작되어 가고 있었다. 이렇게 캐스팅 하나, 스틸컷 하나가 공개될 때마다 흥분하기도 하고, 때론 실망하기도 하면서 기다려온 영화인만큼, 드디어 이 영화를 보고 난 지금의 나는 조금은 들떠있고, 약간은 설레는 것도 같다. 그건 아마 내가 이 시리즈를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지켜봐왔기 때문이겠지만, 앞으로도 좀 더 오랫동안 이들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강렬한 확신이 들어서가 아닐까. 


         아, 정말 좋았다. 비록 본편 3부작과 엑퍼클을 보지 못한, 엑스맨 초보라면 다소 난해하고 불친절하게 느껴질 영화일런지는 몰라도 그렇지 않은 내게 있어선 정말, 보물 같은 영화였다. 군더더기 하나 없던 엑퍼클을 나름 착실하게 계승하면서도, 보다 화려하고 인상적이다. 지난 엑퍼클이 마치 뇌사 상태인 것 같던 시리즈를 흔들어 깨워냈다면, 이번 데오퓨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뛰어다니게 만든 거다. 물론 전편들을 보지 못한 채로 본다고 해도, 약간의 집중만 유지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만한 볼거리가 넘쳐나는 영화기도 하다. 시리즈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다양한 뮤턴트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전작들에서 볼 수 있던 익숙한 그들 역시 건재하니까. 


         이렇게 구구절절 내 팬심에 대해서 떠들어대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은 만족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감상문인데 내용에 대해 아예 얘길 안할 수 없으니 짧게 설명하자면, 배경은 근미래. 뮤턴트의 X유전자를 식별해 무차별로 그들을 살해하는 로봇형 병기 '센티넬'로 인해 멸종 위기에 놓인 뮤턴트들이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50년 전의 과거, 1973년으로 울버린(휴 잭맨)을 보내ㅡ정확하게는 울버린의 정신을 과거의 몸에 집어 넣어ㅡ 역사를 다시 쓰려고 한다는 얘기다.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하자면 이 작품의 배경인 1973년은 전작 엑퍼클의 배경이 되는 쿠바 사태가 일어난 1962년으로부터 약 10년 후로, 이외의 모든 엑스맨 관련 작품들보다 앞선 시점이 된다. 즉, 엑퍼클 > 데오퓨 과거 > 울버린 오리진 > 엑스맨 1 의 순서. 그렇게 과거, 1973년으로 돌아간 울버린은 모든 걸 잃었다는 생각에 폐인 상태가 되어버린 찰스(제임스 맥어보이)를 찾아가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결국 영화는 싱어의 첫번째 엑스맨 영화가 던졌던 물음으로 되돌아간다. 엑스맨들, 아니 뮤턴트들은 후천적인 원인으로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 히어로들과는 달리 태생적으로 '다른' 존재들이다. 근본적으로 존재 혹은 존재함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이고, 크고 작은 고민 끝에 결론 내려진 이들의 대응 방식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건간에,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내려진 판단이고 선택이기에, 단순히 선과 악 같은 이분법적인 구분이 힘들다. 얼핏 악으로 보일 수 있는 에릭(마이클 패스벤더)의 방식은, 사실 인간이 뮤턴트들에 대해 취하는 행동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아니, 어찌보면 찰스의 방식보다, 더욱 인간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하는 스포일러가 뒤섞인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 포인트들이다.


    울버린, 에릭(매그니토), 찰스(프로페서 X), 퀵실버.


         사실 미드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에반 피터스가 퀵실버 역으로 캐스팅됐단 소식을 들었던 순간부터, 사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기대하는 캐릭터는ㅡ매카의 찰스에겐 미안하지만ㅡ 퀵실버였다. 그리고 브라이언 싱어는 그 기대를 배반하긴커녕, 기대 이상의 만족스러움을 안겨주는 캐릭터 묘사와 액션 시퀀스로 보답해줬다. 정말, 엑스맨 시리즈 뿐만 아니라 모든 히어로물을 통틀어도 손에 꼽을만큼 인상적인 녀석이 아닐까. 그리고 이걸 보고나니 유사한 능력을 가진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DC의 TV시리즈물이 걱정되기 시작할 정도였으니. 그런만큼 짧은 등장이 아쉽긴 했지만 강한 임팩트를 안겨준 것만은 사실이다. 


         십년이 지나는 동안 찰스는 곱게 나이 든 것 같은데, 에릭은 왜 어려졌을까. 하지만 시간이 흐른만큼, 잘 담아두지 못하고 세상을 향해 다 드러내던 적의와 분노를 제 안에 갈무리하는 법은 익혔나보다. 그 성질머리는 어디 안갔지만, 그래도 엑퍼클보다 좀 더 능글맞아지고, 보다 본편의 매그니토(이안 맥켈런)스러워진 에릭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즐거웠다. 반면 나이브하게 보일 정도로 긍정적이고 사랑스럽던 청년에서 신경질적이고 비관적인 인물로 변한 듯한 찰스 또한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 본성 역시 어디 안간다. 굳게 막고 있던 귀를 여는 순간, 찰스는 다시 예전의 그로 돌아가게 되니까. 


         아, 그리고 이건 정말 소소한 건데, 과거에서 울버린과 찰스가 행크(니콜라스 홀트)와 같이 각종 장비로 들어찬 방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한켠에 놓여있던 TV에서 계속 스타트렉 TOS가 흘러나온닼ㅋㅋㅋㅋ 내 캡틴 커크ㅠㅠㅠㅠㅠ 아니, 솔직히 그 방에 들어가는 순간 그 TV화면이 스크린 가득 클로즈업 되서 영화 보다 경기 일으킬 뻔 했닼ㅋㅋㅋㅋ 게다가 잘 들으면 대사도 들려섴ㅋㅋㅋ 영화 대사 말고 그쪽에 신경이 쏠리기까짘ㅋㅋ 이런 소소한 재미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단 게 행복하닼ㅋㅋㅋㅋ


         마지막 에필로그와 쿠키 영상까지 정말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하. 이렇게 싱어는 자연스럽고도 깔끔하게 내 머릿 속의 악몽을 지워주는 데 성공하고야 말았구나.


         ***


    왜 미스틱 얘기는 한마디도 없냐면, 미스틱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하면 글을 끝낼 수가 없을 것 같아서다.

    데오퓨에서의 미스틱은 포스터 상의 이미지 크기 만큼이나 중요하고 인상적이니까.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14)

    X-Men: Days of Future Past 
    8.3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휴 잭맨,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제니퍼 로렌스, 할리 베리
    정보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 미국 | 134 분 | 2014-05-22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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