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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 A (boy A, 2007) : 누가 두번째 기회를 받을 것인지, 누가 결정하는가.
    본다/영화를 봤다 2014. 5. 29. 20:10

    보이 A 

    boy A, 2007



    * 스포일러 주의.






         누가 두번째 기회를 받을 것인지, 누가 결정하는가. 

         Who decides who gets a second chance?


         이 작품의 영문판 포스터에 새겨진 글귀다.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렇게 제법 명확하게 느껴진다. 비록 대놓고 과거에 죄를 지은 누군가가 새 출발을 할 수 있게끔 모두는 이를 순순히 받아 들이라, 며 설교하진 않을지언정 이 영화의 시선은 충분히 노골적이다.


         소년 A. 10살의 소년이 죄를 짓고 재판대 앞에 섰을 때, 세상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소년 A'라 불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소년이 다시 세상으로 나가게 되었을 때, 다른 이름을 선택할 권리도 주었다. 역시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외부와 격리된 채 14년의 시간을 보냈던 소년 A(앤드류 가필드)는 줄곧 그를 서포트해왔던 보호감찰관 테리(피터 뮬란)와 함께 '잭 버리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출소 선물로 테리가 건네준 나이키 'ESCAPE' 운동화를 쥐고서.


         새로운 거리, 새로운 집, 새로운 직장, 새로운 사람들. 잭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다. 세상의 온갖 다양한 것들에 대해 채 알기도 전에 격리되어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화는 테리의 조언에 따라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 커다란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며 조금씩 적응해나가는 잭의 모습을 담는다. 동료들과 가까워지고,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로 인해 혼란스러워하기도 하는 잭의 모습은 꽤나 사랑스럽다. 하지만 잭이 느끼는 불안과 긴장은 고스란히 보는 이에게까지 전해진다. 침대 외엔 아무 것도 없는 허전한 방.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물방울 소리. 문득문득 떠오르는 유일한 친구였던 필립의 모습. 자신의 출소 사실이 악의적으로 쓰여진 신문이나 TV뉴스를 다른 이들의 옆에서 봐야하는 상황까지. 소년 A 혹은 잭. 소년의 진짜 이름을 감춰주는 것으로 그를 보호하려 했던 세상은 한편으론 그를 '악(Evil)'이라 부르며 화를 낸다. 그렇게 잭이 사회에 적응해나가고, 주위에서 그를 받아들여주는 순간 순간마다, 잭의 과거 또한 조금씩, 조금씩 드러나며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한다. 그래도 소년은 잘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시비에 휘말린 동료를 구해내고, 여자친구도 생겼다. 근무 도중, 도로 아래로 떨어진 사고 차량을 발견해 재빠르게 소녀를 구해내는 시점에 이르러선, 그야말로 영웅이다. 


    사랑스러운 앤드류 가필드의 모습은 소년 A에 대한 시선을 어쩔 수 없이 물러지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영화는 후반에 이르러서야, 두리뭉술하게나마 잭이 과거에 저질렀던 사건의 개요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영화 속 다른 모든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처음에는 몰랐던 그 사건을. 이미 어리숙하지만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잭에게 부드러워질대로 부드러워진 내 시선은 사건의 진상을 향해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이 모든 것이 오해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음 좋겠다는 의미 없는 기대를 하고, 잭 혹은 에릭이 아닌 필립이 혼자 저지른 사건이기를 바란다. 최소한 여자친구의 품에서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물으며 엉엉 울어버리는 이 아이의 과거가 부디 용서받을 수 있을만한 일이기를. 영화가 의도한대로, 철저하게 가해자인 소년의 시점에서 영화를 보게 되면, 나처럼 된다.


         그들은 악입니다. 

         They're evil.

         넌 좋은 녀석이야. 좋은 사람이고. 

         You're a good guy. you're a good man. 

         법이 허락하는 한, 가장 오랫동안 격리시켜야 합니다.

         Be sent away for as long as is lawfully possible.

         네가 자랑스러워. 

         I'm proud of you. 


         잭과 에릭은 다르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같거나 비슷한 상황에서 소년이 과거와 다르게 행동하는 모습을 담으며 현재의 잭은 과거의 에릭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봐,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니까. 또 다시 죄를 지은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그 둘은 같은 사람이다. 최소한 누군가에게는 그렇다. 현재의 잭의 행동과 모습만으로 과거에 벌어졌던 비극을 깨끗하게 지워버릴 수 있을까? 정말로 당신은 옆 집에 잭과 같은 과거를 지닌 사람이 살아도 괜찮은가? 글쎄. 이 논쟁은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끝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 * *


         

    처음 클럽에 간 잭이 자기도 모르게 먹게된 약에 취해 몸부림인지 경기인지 모를 춤을 추는 장면.

    그 언젠가 맷닥의 술 취한 기린 춤만큼이나, 영상 작품에서 본 인상적인 춤이다. 하.




    보이 A (2009)

    Boy A 
    8.7
    감독
    존 크로울리
    출연
    앤드류 가필드, 피터 뮬란, 알피 오웬, 케이티 라이온스, 테일러 도허티
    정보
    드라마 | 영국 | 100 분 | 2009-05-21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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