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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근두근 내 인생 (2014) : 담담해서 더 아프다.
    본다/영화를 봤다 2014. 8. 27. 12:05

    두근두근 내인생

    2014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피해버리고 마는 영화가 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관객에게 눈물을 흘리라고 협박하는 영화' 같은 거 말이다. 물론 실제로 영화를 보지 않으면 정말 그런 영화인지는 알 수 없으니 정정하자면 '협박할 것 같은' 영화. 판단 기준은 대개 소재가 된다. 그리고 선천적 조로증 소년과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은 평소의 나였다면 피했을 것이 분명한 영화다.  


         하지만 모든 것엔 늘 예외가 있고, 강동원은 내 인생의 영원한 예외인 배우다. 장르 불문, 그의 출연작은 일단 보고 나서 생각하는 거지. 그래서 난 그저 그 이유만으로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마침 개봉 전에 미리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그리고 난 이제 말할 수 있다. 이 영화가 단순히 관객에게 눈물을 흘리라고 협박하는 그렇고 그런 작품은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유쾌하고 의뭉스러운 영화였다. 물론 차차 이야기하겠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고, 불편했던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들은 사랑스럽더라. 신체나이 80세의 16세 소년 아름이(조성목)도, 그 아름이와 비슷한 나이에 서로를 만나 사랑에 빠진 대수(강동원)와 미라(송혜교)도. 그들은 불행에 넋놓고 슬퍼만하고 있지 않는다. 괴로워만 하지 않는다. 평범하게, 정말 평범하게 서로를 아끼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아름이의 친구, '짱가' 장씨 아저씨.


         영화는 아름이가 자신의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쓰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아름이의 소설을 통해 보여지는 대수와 미라는 유쾌하고 귀엽다. 물론 실제로 그렇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아마도 그들이 겪었을 무거운 현실은 아름이의 머리 속에서 필터링 되어 보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현재는 TV를 통해 방영되는 다큐 프로그램을 통해 담아낸다. 세 가족이 나란히 쇼파에 앉아 팥빙수를 먹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방송을 보고, 나 역시 보게 된다. 대수와 미라가 아름이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고생하는 이야기나, 아름이가 힘들게 치료를 받는 이야기, 투병하며 겪는 힘들었던 이야기들은 짧은 영화 속 TV 프로그램을 통해 순식간에 지나쳐간다. 그렇다. 이 영화는 현실을 비관하고 부정하며 괴로워하는 데 러닝 타임을 낭비하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간다. 또래 친구가 하나도 없는 아름이는 옆집 '짱가' 장씨 아저씨(백일섭)의 소주잔과 야구르트를 맞부딪히며 유쾌한 우정을 나누고, 아름이가 겪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힘든 병인지는 주치의(이성민)의 본능적인(!) 개그 코드와 함께 웃음으로 승화되며 표현된다.


         그런데 너무나도 먹먹하고, 눈물이 흐른다. 그렇게 어른스럽고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지켜나가는 아름이의 모습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저리다. 아프고 힘들다고 투정을 부려도 모자를 판인데 어찌나 생각이 깊고 어른스러운지. 그래서 한치의 망설임도 머뭇거림도 없이 씩씩하게 앞을 향해 나아가는 영화가 무섭기까지 했다. 아, 이대로 가면 안되는데, 하면서. 



          그리고 대수와 미라가 있다. 힘든 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가진 젊은 부모가 그들이다. 여전히 제 아들보다 더 아이 같은 아빠 대수는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철없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그게 대수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엄마 미라 역시 대수에 비해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여전히 열일곱 시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아름이는 알고 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나 역시도. 난 애초에 이 영화를 본 목적이 강동원이었으니, 대수에 대한 이야기만 조금 하려고 한다. 먼저 언급하자면 분명 대수의 철없는 모습을 그려내는 과정에 아이돌의 보디가드를 하는 장면 등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깨는 듯한 장면이 있어서 아쉬웠다. 개인적으론 강동원의 신선한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흥미롭긴 했지만. 그렇지만, 어쨌든, 대수는 참, 괜찮은 아버지였다. 무엇보다 아름이에게 있어서.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되고, 가장이 된 대수가 꿈을 포기하고 각종 아르바이트와 택시 운전을 하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희망을 놓지 않았던 게 난 참 고맙더라. 아름이의 아버지가 그런 대수여서 참 다행이었달까. 


    * * *


    안 그래도 연휴가 있으면 가끔 가족들이랑 영화를 보러 가는데,

    다가올 추석 볼만한 영화 추천, 가족 영화 추천 작품은 고민할 필요 없이 두근두근 내 인생일 것 같다.





    두근두근 내 인생 (2014)

    5.3
    감독
    이재용
    출연
    강동원, 송혜교, 조성목, 백일섭, 허준석
    정보
    드라마 | 한국 | 117 분 | 2014-09-0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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