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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앤트맨(Ant-Man, 2015) : 가볍지만 무겁고, 작지만 커다란 히어로.
    본다/영화를 봤다 2015. 9. 9. 14:43

    앤트맨

    Ant-Man, 2015








         결론부터 말하자면 앤트맨은 어제 부로 마블에서 제작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블 영화가 되었다. 그 하찮고 키치한 느낌의 자그마한 히어로는 사랑스러웠고 용감했다. 무엇보다 어깨에 힘을 뺀 개그코드가 내 감성과 너무 잘 맞아서 영화 보는 내내 웃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어찌나 노력했던지. 박장대소는 아니었지만 두 시간 내내 어깨를 들썩이며 낄낄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아, 내가 이런 기분을 느끼려고 영화를 보는구나, 싶었다. 가끔 이렇게 잠시나마 내가 속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영화를 만나는 일이 너무나도 기쁘고 반갑다.   


         사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새롭게 합류한 이 자그마한 히어로, 앤트맨을 맡은 배우 폴 러드는 아주, 정말 아주 오랫동안 내게 있어 그저 미드 프렌즈의 등장인물인 피비의 옛 남자친구였다. 하지만 드디어 나는 그의 이름과 얼굴을 오롯이 알게 되었고, 앞으론 피비 전 남친이 아닌 앤트맨 스콧 랭을 연기한 배우 폴 러드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행크 핌이 아닌 스콧 랭의 앤트맨이라 참 좋았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전대 앤트맨이 된 행크 핌을 마이클 더글라스가 연기한 것도 신의 한 수.


         이야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자신의 소신을 따르다 범죄를 저질러 수감 생활을 하게 된 스콧 랭(폴 러드)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지만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쉽사리 취직이 되지 않는다. 먼저 출소한 감방 동기의 집에 얹혀 살면서, 사랑하는 딸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삶. 결국 다신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던 그의 의지는 무너지고 은퇴한 부자의 지하 창고를 터는 일에 합류하게 된다. 이런저런 변수를 뚫고 마침내 도달한 비밀 금고 속엔 기이하게 보이는 수트 한 벌 뿐. 엉겁결에 수트를 챙겨가지고 나온 스콧은 호기심에 수트를 입어보고 옷에 달린 버튼을 눌러보다 개미만큼 작아져 버리고 만다. 그렇게 앤트맨의 세계에 발을 들이밀게 된 스콧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자 기겁, 수트를 돌려놓으려고 하다 체포되어 버린다. 그런 그의 앞에 변호사를 자처하며 나타난 행크 핌(마이클 더글라스)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스콧은 일단 이를 수락하며 앤트맨이 되기로 한다. 그 후의 이야기랄까, 스콧이 앤트맨이 되는 과정 밖에 이야기들도 동시에 진행이 되는데, 역시 가장 크고 핵심적인 줄기는 행크 핌의 제자이자 옐로우 자켓, 대런 크로스(코리 스톨)와의 갈등이다. 늘 그렇듯이 이해는 된다. 열과 성의를 다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돌아오는 건 매정한 외면 뿐인 삶. 게다가 그 이유라는 게 자기와 너무 닮아서란다. 어이가 없을 법도 하다. 어쩌면 대런 크로스도 괜찮은 앤트맨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란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행크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고, 대런 크로스는 자신을 인정해 준 쪽의 손을 잡는다. 


         스토리는 대강 그렇게 전개가 되지만 역시 이 영화의 볼거리는 개미 액션이다. 보통 혼자 단독으로 기껏해야 네다섯명씩 뭉쳐서 싸우고 다니는 마블 히어로들과는 달리 우리의 친구 개미 군단을 이끄는 장군처럼 전투하는 앤트맨은 확실히 그 자체만으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매우 작기까지 하다. 그의 시점에선 거대한 격투가 제3자의 시선으론 자그마한 퉁탕거림이라는 사실이 주는 묘한 쾌감. 하지만 그의 시선으로 돌아가면 결코 작거나 허술하지 않다. 하찮은데 하찮지 않은 그런 액션. 처음으로 영화를 3D로 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여지껏 몇몇 영화들을 3D로 본 경험이 있긴 하지만 난 3D팬이 아니다. 모든 영화를 가능한 한 2D로 보고 싶은 사람인데도 앤트맨은 내 첫번째 예외가 되었다. 


    ***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날 사로잡은 가장 큰 포인트는 헐리웃 영화의 흔한 가족 감동 코드나 연애 안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양 로맨스에 목매는 모습들이 잘 나가다도 하찮게 마무리됐던 점이 아닐까 싶다. 글로 설명하자니 참 어려운데, 이제 감동 받으라며 보여주는 장면의 끝에 꼭 살짝 삐딱한 장면이나 대사가 들어가서 피식 웃고 넘어가게끔 만들어줬달까. 그게 별로인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난 그게 참 좋았던 것 같다.  




    앤트맨 (2015)

    Ant-Man 
    7.8
    감독
    페이튼 리드
    출연
    폴 러드, 마이클 더글러스, 에반젤린 릴리, 코리 스톨, 바비 카나베일
    정보
    액션, 어드벤처 | 미국 | 117 분 | 2015-09-0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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