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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사제들 (2015) : 촌스럽지 않은 한국형 엑소시즘 영화.
    본다/영화를 봤다 2015. 12. 21. 14:54

    검은 사제들

    2015, The Priests








         사실 최근의 내 영화 감상문 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빼도박도 못하고 강동원 팬이라는 티가 너무 많이 난다. 물론 틀린 말이 아니니 부정은 안하겠지만, 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2015년은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패턴의 영화 감상을 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다보면 감상문을 쓰는 일이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곤 한다. 올해만 해도 킹스맨이 그랬고,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도 그러했다. 검은 사제들도 그럴 뻔 했다.


         나는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들을 좋아한다. 카톨릭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 건 아니다. 사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런 영화를 볼 기회가 생기면 꼬박꼬박 가서 봐왔다는 경험이 유일한 증거이자 이유다. 그래서 이 영화도 스틸컷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던 순간부터 기대하고 기대해왔다. 거기다 강동원인데 기대를 안할 수가 없지 싶었고. 그런데 막상 개봉을 하고 나서 좀처럼 시간이 나질 않아 보러 가질 못했다. 11월 말이 되어서야 간신히 첫번째 감상을 마쳤을 정도였으니 아마 첫 주부터 봤다면 지금 본 것보다 두 배 정도는 봤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강제로 절약된 티켓값은 잘 뒀다가 블루레이 나오면 사야지.


         영화 내용은 어렵진 않다. 시작부터 장미십자회니 12악령이니 이쪽 계통의 콘텐츠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제법 익숙한 이름들이 튀어나오고, 전형적이지만 한국적인 엑소시즘, 즉 구마예식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대부분의 엑소시즘 영화가 그렇듯이 검은 사제들 또한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구마예식을 준비하고 행하는 과정이다. 그 특별한 것 없는 사이사이에 최부제(강동원)가 끌어안고 있는 트라우마와 김신부(김윤석)가 짊어지고 있는 짐들을 엿볼 수 있고. 짧게 끝날 줄 알았던 구마예식이 계절이 두 번 바뀔 때까지 지리하게 이어지고 그 사이 수명의 보조사제들이 백기를 들고 달아난 상황에서야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를 알게 된다. 디데이까지 만나는 일 없이 전화통화로만 지시사항을 전달받고, 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모든 준비를 갖추고서야 처음으로 만나지만 매끄럽게 굴러가지 않는다. 보는 방향이 서로 다르니 잘 될 리가 없고. 하지만 돌아올 놈은 돌아오는 법이다.  


         사실 유치하거나 다소 촌스럽지 않을까, 란 걱정을 제법 했었다. 기우였지만. 수단을 펄럭이며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는 강동원은 제법 비현실적이었지만, 어떤 캐릭터를 연기 하더라도 평범한 한국인화에 성공하는 김윤석은 비현실의 경계를 현실로 끌어내린다. 그 부분이 참 좋았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배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어떤 지점 같은 게 검은 사제들에는 존재한다. 예를 들면, 최준호(강동원)가 김범신(김윤석)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러는 댁은) 뭐가 그리 특별하시냐고 비아냥거리는 장면처럼. 물론 그 끊어질 듯 팽팽히 당겨진 활 시위는 뭘 그렇게 발끈하냐는 김신부의 말 한마디에 툭 힘을 잃어버리지만 잡은 손을 놓친 않는다. 별 거 아닌 대사 몇 마디가 완성해 낸 독특한 관계성이 참 흥미롭고 즐거웠다. 앞으로도 계속 최부제는 꼰대 기질 잔뜩 드러내며 김신부 말 꼬투리 잡으며 티격태격 투닥투닥 거리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에 방점을 찍은 것은 영신이 역할을 맡은 배우 박소담이다. 강동원 보러 갔다가 박소담에 반해서 돌아온 지인들의 사례가 한 둘이 아닐만큼. 솔직히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런 연기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칭찬을 늘어놓는 것도 버겁다. 말 그대로 백문이 불여일견인 연기였다. 정말로 악마가 들린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


    세 번 이 영화를 보면서 매번 지난 관람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생각했다.

    특히 영신의 입을 빌어 토해내듯이 뱉어진 대사들이 인상적이었고, 흥미로웠다. 

    그렇게 남들처럼 모르는 척 하면서 살라는데 왜 움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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