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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룸(Room, 2015) : 방 밖으로 나오니, 거기엔 또 다른 방이 있다.
    본다/영화를 봤다 2016. 3. 6. 20:29

    ROOM, 2016












    오랜 시간 동안 갇혀있던 방을 빠져 나왔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방이 있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의 방은 내가 스스로 열 수 있는 문이 있는 방이란 거다. 


    (제이콥 트렘블레이)은 엄마 조이(브리 라슨)와 함께 사는 방에서 나가본 적이 없다. 아니, 그 방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왔기에 방 외의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그런 잭의 삶이 만족스러웠을 것이라든가, 좋았을 거라든가, 행복했었을 거라든가. 그런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물론 잭은 그랬을 거다. 자신이 갇혀있다 혹은 자유를 구속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다면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를 갖거나 이러한 삶이 괴롭거나 힘들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테니까. 잭은 마치 계란 껍데기를 부수고 나오기 전의 병아리와 같은 존재였다. 그저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모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 방이 잭의 모든 세계였기에, 소년은 아마도 행복했을 거다. 


    잭에게 있어 그 방의 바깥은 우주였고, 갈 수 없는 공간이다. TV 속에는 TV 나라가 있지만, 그것들은 진짜가 아니다. 일주일에 한 번, 그 방을 찾는 존재가 있긴 하지만, 그럴 때마다 벽장 속에 있어야 했던 잭은 그가 진짜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다. 소년은 생일 케이크에 촛불이 없어 슬프고 화가 나긴 하지만, 그 방에서 사는 것이 괴롭거나 힘들었던 건 아니었다. 소년이 아는 세상은 그 방이 전부였으니까. 하지만 조이는 아니었다. 그리고 잭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갑작스레 벽 바깥의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엄마가 낯설고 무서웠겠지. 잭의 작은 세계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소년은 부정하고 밀어내는 것 외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이 영화는 장장 7년 간의 감금 생활에서 벗어나는 조이와 잭의 극적인 탈출극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않는다. 그저 감동적이라고, 참 잘 되었구나, 하며 눈물을 흘리게 하지 않는다. 물론 잭과 조이가 그 방을 벗어나는 과정은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꽈악 쥐게 만들었고, 작게 응원의 소리를 내게끔 만들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드디어 방에서 빠져나와 병원에서 보호를 받게 된 잭과 조이에게 담당의는 이야기한다. 잭이 아직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나이인 것이 다행이라고. 그리고 잭에게 있어 그것은 사실이었지만, 조이는 어떨까. 17살에 납치되어 7년간 감금생활을 해야했던 그 소녀 말이다. 


    영화는 주로 잭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래서 이 영화는 생각보다 무겁거나 아프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시선은 조이의 생각과 감정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그녀가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순간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는 나로 하여금 보다 깊게 그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잭이 갇혀있던 방의 문은 진작에 열려, 소년에게 한 번에 보는 게 불가능할 정도의 많은 세계를 안겨주었다. 이 사랑스러운 소년은 느리지만 분명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조이의 문은 그저 마침내 열렸을 뿐, 그녀는 여전히 갇혀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모순적인 아버지의 시선, 악의없는 호기심으로 가득한 주변의 태도, 그녀 또한 17살의 어린 나이로 악랄한 범죄에 희생당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간과한 채, 아이의 엄마로서의 자격을 의심하고 되묻는 언론. 7년이란 시간은 그녀를 잭의 어머니로 만들었고, 17살의 소녀는 여전히 그 방에 웅크린 채 갇혀있다. 


    * * * 


    조이와 잭이 함께 걷게 될 세상이 아주 조금이라도 행복이 더 많은 그런 세상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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