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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닌자 거북이 TMNT (2007) : 어렸을 적 기억이 되살아나다.
    본다/영화를 봤다 2010. 10. 9. 23:52
    닌자 거북이 TMNT
    TMNT, Teenage Mutant Ninja Turtles, 2007











         어렸을 적에 나는 만화 영화를 참 좋아했었는데, 특히 주제가를 따라서 흥얼거리는 걸 정말 좋아했다. 잠자리에 누워서 동생과 번갈아가며 서로 알고 있는 만화 주제가를 경쟁적으로 부르다가 시끄럽다고 혼나기도 했고, 그러다 지쳐 잠들어버려서 다음날 누가 이겼는지 투닥거렸던 기억도 난다. 그 때의 내가 가장 좋아하던 주제가 중에 하나가 닌자거북이었다. 돌연변이 닌자거북~ 돌연변이 닌자거북~♬ 하는 그 노래 말이다.

         레오나르도, 라파엘, 도나텔로,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을 가진 네 마리의 돌연변이 닌자 거북이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선명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모른다고는 할 수 없을 만큼은 남아있다.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우연히 보면서 옛 기억을 더듬으며 이 이상한 거북이들이 그 때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조금 기뻤던 것 같다. 역시나 거대한 돌연변이 쥐(..)인 이 녀석들의 스승도 건재했고, 명랑한 미켈란젤로나, 똑똑한 도나텔로, 다혈질의 라파엘, 그리고 생각이 깊었던 레오나르도도 여전히 똑같이 생긴 거북이 모습 그대로였다. 단지 조금 가혹하게 말하자면 영화 본 편 뒤에 따라붙는 서비스 에피소드 같은 어정쩡함은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가 의심스러울 정도였지만, 팬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으로 본다면 그리 나쁠 것만은 없지 싶다. 그러니까 팬이 아니라면 굳이 볼 필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실 이 거북이들은 일종의 히어로이고, 이들은 굳이 나누자면 배트맨과 같은 부류의 다크 히어로들이다. 그러니 그에 걸맞는 스토리를 기대했던 부분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거대한 적이었던 슈레더ㅡ가 맞는지 쉬레더가 맞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를 물리치는 데 성공한 네 마리의 거북이들의 그 후의 이야기이자 또 다른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인지라, 후속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기분이 내내 들었다. 결국 징검다리 같은 느낌이었달까. 한시간 반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 타임의 절반 가량을 다시 뭉치게 된 거북이들의 관계 회복을 그려내고 있었으니 ^^; 그 거북이들이 맞서야할 새로운 적은 이미 3천년전에 깨어난 악이라며 거창하게 시작하지만, 사실 그들에게 더 어려운 건 그 적을 물리치는 일보다 자기들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아니, 이미 신뢰는 하고 있지만 솔직하지 못한 거북이들의 삽질을 멈추게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들은 다시 사이좋은 형제로 돌아간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나고. 결국 이들은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진 못했다. 후퇴했던 부분만큼만 걸어서 제자리로 돌아왔을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역시나 후속작을 암시하는 대사가 등장하고. 과연 만들어질런지는 모르겠지만 ^^;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해줬다는 것 말고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 없었던 영화이긴 하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아쉬운 것도 사실이니. 보다 괜찮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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