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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2010) : 신비로운 된장, 그렇지만은 않은 이야기.본다/영화를 봤다 2010. 10. 23. 17:15된장
2010
대한민국 범죄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살인마가 된장찌개를 먹다가 잡혔다? 바로 그 살인마가 사형 집행 바로 직전에 남긴 말이 '그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 라고? 대체 무슨 된장찌개길래?
이렇게 영화는 그렇게 대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꽤나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이 흥미로운 소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려는 PD 최유진(류승룡)은 이 수수께끼의 된장찌개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바로 이 과정을 통해 최유진이 알아내게 되는 된장에 얽힌 이야기가 이 영화의 내용이다. 처음엔 대체 얼마나 맛있는 된장찌개이길래 그 악랄한 살인마가 넋을 놓고 먹다가 잡힌건지, 죽기 직전이라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 된장찌개를 먹고 싶어했던걸까? 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그 신비의 된장찌개를 쫒다보니 어떤 한 여인이 나타나고 그 여인을 쫒다보니 점점 더 그 된장찌개에 관련된 신기한 이야기들이 밝혀지고... 그렇게 최유진은 어느새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숨겨져있는 이야기를 궁금해하면서 하나둘씩 파헤쳐나가고, 관객들은 최유진이 밝혀나가는 된장의 이야기를 함께 지켜보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이야기의 시작은 꽤 흥미롭다. 그리고 그 흥미로움은 절대적인 맛을 지닌 된장을 찾아내자에서, 그 된장은 어떻게 만들어졌나로 이어지고, 그 된장을 만든 이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전한다. 사실 처음부터 단순히 그 된장찌개를 찾아라! 같은 느낌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가 제대로 전개되긴 할런지 의아해하긴 했다. 그 정도의 이야기만 가지고는 하나의 영화가 만들어지긴 힘드니까. 그러니 처음의 '희대의 살인마가 먹고 싶어하던 된장찌개'는 어찌보면 이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게 하기 위한 떡밥이었던 거고,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는' 된장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나, 가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다. 물론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건, 뭐 다 그렇고 그런 거 아니겠나. 하지만 이 이야기가 결국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수도 있다고 해서 이 이야기가 아예 시시하다는 건 아니다. 나름 신비롭고, 나름 흥미롭긴 하니까. 개인적으로 나는 꽤 좋았다. 화면도 예쁘고, 배우들도 예쁘고, 된장 레시피도 흥미로웠고. 사실 된장이 그렇게 만들어진다는 건 처음 알았다. 하하.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 먹고 싶어진다.
하지만 영화의 진짜 이야기가 뭐든 간에 나는 이 영화에서 두 가지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하면서 관람을 마칠 수 있었다. 하나는 요새 성균관 스캔들에서 나를 즐겁게 해주고 있는 우리 왕님이 출연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배고픈 상태에서 이 영화를 봤던 나로서는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가 화면에 잡힐 때마다 먹고 싶어하면서 입맛을 다실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 정말 진짜 세상엔 존재할 수 없는 맛의 된장찌개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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