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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 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스- (2010) : 보고 싶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다.
    본다/영화를 봤다 2010. 11. 4. 21:50
    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
    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2010







         어떤 영화를 보려고 마음 먹었을 땐, 그 영화에게 바라는 기대치라는 게 늘 있기 마련인데 그 기대치가 필요 이상으로 높았을 경우, 그 영화에 만족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쓸데없이 높은 기대치를 갖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참 좋을 거다. 최소한 큰 실망은 안할 거 아닌가. 하지만 영화를 직접 보기 전까진 내가 품은 이 기대치가 높은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는 지나치게 높았던 기대를 매번 배신 당한다. 근데 솔직히 올리버 스톤에 월 스트리트에 마이클 더글라스인데, 나 정도 기대 안하고 이 영화 보는 사람 있긴 한가...

         내용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배경은 제목 그대로 월 스트리트. 수많은 사람들이 뜨고 지는 와중에도 돈 만큼은 잠들지 않고 달리는 곳이다. 그 곳을 배경으로 교도소에서 출감해 돌아온 '인사이더' 고든 게코와, 그의 딸 위니 게코(캐리 뮬리건)의 연인이자 젊고 유능한 펀드 매니저 제이콥 무어(샤이아 라보프)가 만나게 되고, 제각각 품고 있는 생각을 바탕으로 머니 게임을 하려고 하는 거다. 초반엔 꽤 흥미로웠다. 진짜 할 거 같았으니까. 그런데 이 영화엔 위니 게코가 존재한다. 그녀의 존재는 내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건져 낸 미덕임과 동시에 이 영화가 그저 그런 미국 영화 중 하나로 머물러버리게 하는 계기다. 좋았던 건 캐리 뮬리건이 무척이나 귀엽고 예뻤다는 거고, 좋지 않았던 것은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위니 게코의 존재 그 자체, 라고까지 하면 조금 심한가. 그녀가 없었더라면 좀 더 파워풀하고 치열하며 날카로운 무언가를 볼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뭐 그렇게 대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는 중이다보니.

    캐리 뮬리건은 참 사랑스러운 배우다.

         이 영화는 속편이다. 이미 같은 감독이 같은 제목으로 같은 배우와 만들었던 영화가 있어서, 이 영화의 서브 타이틀인 '머니 네버 슬립스 Money never sleeps.' 는 그 전 작에서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가 남긴 명대사. 사실 처음엔 후속작이라는 사실은 몰랐다. 단순히 영화관에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커다랗게 세워져있던 마이클 더글라스와 샤이아 라보프의 판넬을 보고서도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고. 그러다 이 영화를 봐야겠구나, 생각한 건 솔직히 아직도 머릿 속에 남아있는 이 대사, '머니 네버 슬립스' 때문이었다. 물론 전 작인 '월 스트리트'를 본 건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어렴풋하게 남아있던 그 기억이 내게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한 껏 높이게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뭐, 이래저래 푸념처럼 이런 얘기들을 늘어놓고는 있지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굳이 이럴 거면 왜 속편을 만든거야, 싶은 거지. 이런 이야기를 할 거라면 굳이 고든 게코가 아니었더라도 괜찮았을텐데... 뭐 이런 생각도 좀 들고.

         영화를 본 뒤에 허무함이 남아서 올리버 스톤의 인터뷰를 몇 개 찾아 읽었다. 거기서 그는 이 영화의 결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하더라. 나도 틀렸다고는 생각 안한다. 단지 내가 그의 영화를 통해서 보고 싶었던 게 그게 아니었던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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