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아시스를 만날 시간 : 그해 여름… 글래스턴베리 록 페스티벌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1. 11. 21:01
2010. 056.오아시스를 만날 시간
그해 여름… 글래스턴베리 록 페스티벌
전리오 지음
미리 고백부터 하자면, 난 이 책이 글래스턴베리에 다녀온 저자의 에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받아들었을 때, 에세이답지 않은 두께에 한 번 놀랐고, 책장을 넘겨 책을 읽기 시작한 후에는 그 속에서 피아노 교습을 받으며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회사원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음에 두 번 놀랐다. 물론 이런 착각은 이 책을 읽기 전에 책 소개를 읽지 않고 넘긴 내 탓이지만, 그건 어떤 영화든 책이든 직접 보기 전엔 패스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변명이 되지 않는다. 뭐 그렇다고 이 책이 내가 멋대로 상상했던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다는 게 불만인 것은 아니다. 예상을 멋지게 빗나갔기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역시 이런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을 계속해서 얻기 위해서라도 사전 정보를 최소화하는 버릇은 평생 안 고치고 살지 싶다. 하하.
이 책은 소설이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회사원, 김 대리가 피아노 교습을 시작하며 일탈을 꿈꾸고, 갑자기 나타난 데이비드라는 영국인을 만나게 된다. 그 만남으로 인해 갑작스레 '글래스턴베리' 에 가게 되는 그는 우여곡절 끝에 현지 사정에 밝은 동행인도 구하고, 그렇게 사흘 동안 세계의 중심에서 음악을 즐기고 다시 돌아온다. 주인공인 철민을 중심으로 짧게 요약하면 그렇다. 물론 그 안에는 삶이 있고, 고민이 있고, 과거가 있으며 현재와 미래도 있고, 사랑은 물론이고 음악도 있는 이야기지만.
수많은 작가들은 자신들의 글 속에 자기 자신의 체험을 녹여내곤 한다. 이 글 또한 그렇다. 아니, 특히 그렇다고 해야할까. 결코 능숙하게 쓰여진 글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다른 건 몰라도 저자가 직접 체험하고 느꼈을 글래스턴베리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하면, 그곳을 단 한 번이라도 꿈꿨던 사람은 분명 크든 작든 흥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글 속의 글래스턴베리는 소설 속 이야기라기 보다는 정말 그 곳을 다녀온 이가 쓴 여행기를 보는 기분까지 들기 때문이다. 이야기 자체가 가진 매력과는 별개로 이 글의 만족도는 읽는 이의 '글래스턴베리'에 대한 생각에 따라 갈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사실 나는 딱히 락 음악 매니아,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대신 워낙에 취향이 잡식성이라 아이돌 음악에서부터 클래식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듣는 감상자이긴 하다. 물론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해주면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오아시스'를 포함해서, 뮤즈라던가, 콜드 플레이라든가, 음악이 좋아서 MP3 에 담아두고 듣곤 하는 밴드들은 꽤 있고,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엔 너바나도 자주 들었고... 그래서 최소한 이 글 속에 등장하는 밴드들, 음악들을 모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그게 이 이야기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아, 그래서 오아시스를 무사히 만났느냐... 하면, 글쎄. 만난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읽는다 > 독서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학 개그 콘서트 : 철학책을 보며 낄낄 웃게 될 줄이야. (8) 2010.11.16 눈속임 그림 : 실재와 그림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화가들의 유쾌한 도발. (4) 2010.11.08 크리에이티브 테라피 : 보다, 크리에이티브하게 살고 싶다면. (9) 201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