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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 개그 콘서트 : 철학책을 보며 낄낄 웃게 될 줄이야.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1. 16. 18:07


    2010. 057.
    철학 개그 콘서트
    철학, 개그처럼 즐겨라!
      토머스 캐스카트, 대니얼 클라인 지음 ㅣ 김우열 옮김
        


        철학 개그 콘서트. 자칫하면 책의 제목이 이 책을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하게끔 만들지도 모르겠다. 철학과 개그라니. 말이 안되는 거 같지 않은가? 철학이라는, 그 타이틀만 들어도 어쩐지 머리가 아파오는 학문과 개그가 어떻게 어울릴까. 실제로 나도 굉장히 궁금했다. 대체 어떻게 철학을 개그로 풀어낸다는거지? 싶어서.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한 후로는 의외로 나도 철학에 빠삭했었잖아? 따위의 건방진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지, 철학 개그에 빠삭한거지. 하하.

         본문 중, 일상언어철학에 대한 이야기에서 비트켄슈타인과 그의 추종자들은 '전형적인 철학적 의문들이 난해한 이유'는 '혼란스러운 언어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는데, 정말로 그렇다. (p. 178) 그간 철학이 어렵고 헷갈리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철학자들에겐 난해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일반인인 내게 있어 철학용어들이 어려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이 책 속에서 알기 쉬운 단어로, 그것도 개그로 풀어 설명한 철학 이론의 간단한 개념들이 이렇게 쉽게 느껴질 리가 없지 않은가.
    정말로 철학과 개그는 형제, 아니 그렇게까지 가깝진 않더라도 최소한 사촌 쯤은 되는 사이인 거 아닌가 싶다.

         이런 이야기를 보자.

         테드가 친구 앨을 만나더니 소리쳤다. "앨!너 죽었다더니!"
         "무슨 소리야. 보다시피 멀쩡히 살아 있다구." 앨이 웃으며 말한다.
         "말도 안돼! 너 죽었다고 말해준 사람이 너보다 훨씬 믿을 만하다구."
    ㅡ 논리학, P. 68

         과연 앨은 뭐라고 대답해야 했을까? 멀쩡히 살아있는 자신을 보고도 그렇게 우기는 테드가 어처구니가 없었을 거다. 여기서 테드와 관련있는 철학적 개념은 뭘까? 우리도 꽤나 잘 알고 있는 '권위에 호소 오류'다. 알다시피 타당하게 인용하는 것은 오류가 아니지만, 이렇듯이 살아있는 앨을 보고도 앨이 죽었다는 다른 권위자의 말에 확신을 가지고 우기는 테드의 경우는 확실히 오류에 빠져있다. 단편적인 책의 내용 밖에 전달할 수 없는 감상문의 특성상 흔히 알려져있는 예를 들 수 밖에 없었지만, 이 책 속에는 이보다 더 까다롭게 느껴지고 어렵게 생각되는 다양한 철학 이야기가 이렇게 피식 웃을 수 있는 개그와 함께 가득 담겨져있다. 그러니까 요는 이거다. 이 책에 실려있는 개그를 보고 피식, 혹은 낄낄 웃을 수가 있다면 최소한 나는 그 개그에 담겨져있는 철학 요소에 대해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그게 아니면 파악할 수 있다, 뭐 그런 거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개 개그와 철학이 이어질까? 저자들은 그를 '개그의 구조와 결말이 철학 개념의 구조와 결말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자극'하기에 철학과 개그는 '동일한 충동'에서 시작된다는 거다. 즉 '우리의 인식 체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세계관을 뒤집어엎고, 삶에 관해 숨겨져 있던 불편한 진실을' 뒤져내려든달까. (p. 14) 뭐,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째서 철학과 개그가 이렇게 위화감없이 연결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금방 알게 된다. 중요한 건, 철학이 그렇게 생각만큼 어렵지도, 재미없지도 않다는 거. 되려 일상 생활에서 주고받는 농담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와 가까운 학문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이 책은 마지막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본문이 끝나고, 부록으로 넘어가면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글이 나오겠지 싶지만, 이들이 '철학사의 중대한 순간'이라 이름 붙인 연표도, 책 속에 나온 '용어해설'도 그저 웃으면서 볼 수 밖에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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