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060.
제임스 카메론
상상하라, 도전하라, 소통하라
이윤정 · 김지영 지음
아바타와 제임스 카메론
영화 감독 '제임스 카메론'. 왠만한 배우 이상으로 유명한 이 영화 감독은 지난해, 자기 자신이 만들었던 영화 '타이타닉'이 가지고 있던 흥행수입기록을 그 차기작인 '아바타'로 갱신하는데 성공했다. 타이타닉이 1997년도 작품이니, 12년 가까이 그 어떤 영화도 깨지 못했던 그 기록을 스스로 말이다. 하지만 영화 '아바타'를 이야기할 때 그 놀라운 흥행 성적보다도 먼저 얘기되는 것은 역시 3D다. 3D 그 자체가 새로운 것도 아니고, 영화에 3D가 처음 사용된 것도 아니지만, '아바타' 이후에서야 3D가 '사운드와 컬러의 등장에 이은 영화 역사상 제 3의 위대한 발명' 이라고까지 이야기되며, 영화 감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p. 23)
그래서 이 책은 영화 '아바타'로부터 시작이 된다. 어떻게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 같은 소박한 의문을 가지는 나 같은 독자의 흥미를 끌기 좋은 서두다. 제임스 카메론은 처음부터 천재적인 영화 감독이었던걸까? 그래서 그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던 '아바타' 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만들어냈으며 끊임없이 만들어갈 수 있는걸까. 물론 이 책에 의하면 답은 '그런 것만은 아니다', 다. 아예 천재성이 없다고는 차마 얘기할 수 없을만큼 제임스 카메론은 뛰어난 사람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성공이 그 천재성으로부터만 비롯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상상하고, 도전하다.
생각해보면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 이전에도 세계 최고의 감독들 중 하나였다. 그러니 '타이타닉' 이후로도 굳이 실패할 가능성을 짊어지고 무리하게 '아바타' 프로젝트를 시작할 필요는 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는 안주하기보다는 도전하는 길을 택했다. 이 책 속에서 볼 수 있는 제임스 카메론은 늘 그래왔던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상상해오던 것들을 영상을 통해 영화화하는 일에 매력을 느껴 영화 감독이 되었던 그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에 도전하며 '터미네이터'를 미래로부터 불러들였고, '에이리언'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여전사를 만들었으며, 심해 속에 잠들어있던 '타이타닉'을 다시 물 위에 띄웠고, 급기야 새로운 '아바타'의 세상을 창조했다.
애초에 제임스 카메론의 관심사는 '특수효과'였단다. 진짜가 아닌 것,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SF 속의 상상 속의 산물들을 최대한 진짜 같이 보일 수 있게 만드는 것들에 관심을 가졌던 거다. 그렇게 시작한 그의 영화 인생은 아바타에 이르러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내는데 이르렀고, 이는 '
8달러가 넘는 돈을 내고 어두운 공간에 들어와 앉아' 그의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을 위해 완벽에의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제임스 카메론이기에 가능했던 걸지도 모른다.
(p. 37)
그리고, 소통하라.
이 책 속에는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영화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어떠한 지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제법 많이 들어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완벽주의자'에 '아티스트'인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촬영 현장은 현장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이 두 손 두 발을 다 들 정도의 '전쟁터' 같은 현장이라고 한다. 아주 사소한 소품 하나라도 마음에 들지않으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재촬영을 반복하는 건 예사고, 연기하는 배우가 죽음의 위기를 겪었던 적도 있을 정도에, 감독 본인조차 그런 위기를 겪어왔단다. 이 모든 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완벽하길 원하는 그의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타이타닉'을 거쳐 '아바타'에 이르렀을 때, 물론 새로운 촬영기법의 영향도 없었던 건 아니었겠지만 제임스 카메론은 함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고 도전하는 이들에 대해 '특별한 존중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물론 그 특유의 섬세한 완벽함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게 제임스 카메론은 현재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영화 세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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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책은 15년간 단 두 편의 영화만으로ㅡ그 이전의 작품들 또한 인상적이지만 어쨌든 '타이타닉'과 '아바타'로 자기 자신을 세계 최고의 감독 반열에 올려놓는데 성공한 제임스 카메론과 그의 영화,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좀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익히 알려진 이야기부터 시작해 흥미로운 숨겨진 이야기까지 가볍게 읽기 딱 좋은 그런 책이랄까. 사실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을 읽어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신선하기도 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