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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쿠라 훈민정음 : 우리 일상에 남아있는 일본어의 찌꺼기들.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0. 12. 13. 22:24


    2010. 063.
    사쿠라 훈민정음
    국어사전 속 숨은 일본말 찾기
      이윤옥 지음
        



          수우미양가, 방명록, 달인.... 일상 생활에서건 방송에서건 평범하게 사용되고 있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저 단어들이 일본말에서 온 단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실 오뎅이나 쓰끼다시 같은 말들은 보기만 해도 '아, 일본어에서 온 말이구나' 하는 느낌이 오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고, 다마네기나 요지 같은 단어들은 이제 거의 순화되어서 되려 이젠 저 단어를 일상 생활에서 듣는 게 더 어려워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일본말의 잔재들은 느끼지 못할 정도로 깊숙이 남아 있다. 앞에 예를 든 단어들과 달리 듣는 것 만으로 구분이 어려운 단어들이 특히 더 그렇다. 우리나 일본이나 같은 한자 문화권이기 때문에 일본어로부터 만들어진 단어임에도 단순히 '한자어'로 느껴져 구분하기가 힘들다는 거다. 그래선지 이 책 속에는 그러한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다. 사실 굳이 일본말에서 유래한 단어가 아닐 지라도 대체할 순우리말이 있다면 굳이 어렵고 딱딱한 한자어는 쓰지 않는 게 좋지만 말이다.

    ***

         책의 내용을 잠깐 소개하자면, 일단 글머리에 이야기한 수우미양가. 그러고보면 학교에 다니던 시절, 왜 성적을 수우미양가로 표시하는 건지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대로, 일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의미하는 수(秀)나 우(優)는 한자의 의미도 뛰어나다는 뜻이니 그렇다쳐도, 미(美)나 양(良), 가(可)는 그 한자의 의미와 성적의 연관관계를 이해하기 힘드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 속엔 이 수우미양가가 일본 전국 시대의 무장, 오다 노부나가가 부하들이 잘라온 적의 머릿수에 따라 매긴 등급에서 유래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그 이름을 오다 노부나가에게서 받았는데 그의 이름에 '히데
    (秀, 수)'가 들어가 있는 것이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누구보다도 '적을 많이 죽이고 귀, 코를 많이 베어냈다' 는 뜻이라고도 말이다. 역사적인 관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런 끔찍한 유래를 가진 '수우미양가'를 이용해 아이들의 성적을 매겨왔다는 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운 일이 아닐까. 아직까지도 그렇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여 그렇다면 다른 방식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의 부제는 '국어사전 속 숨은 일본말 찾기'다. 그래서 이런 스토리텔링이 포함된 항목보다는 직접적으로 우리나라의 국어대사전과 일본의 대사전을 직접 비교한다거나 ㅡ대부분의 경우 일본의 사전 쪽을 그대로 번역해 싣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ㅡ 일본말에서 왔다는 유래를 표기하지 않은 부분, 순화어를 정확하게 싣지 않은 부분 등, 기본적으로 국어대사전의 개선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해당 일본어가 유입되기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단어를 사용했는지에 대해 주로 조선왕조실록을 이용하고 있는데 역시나 국역본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진다. 그래서 처음엔 이것도 일본어였어? 라고 놀랐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국어대사전의 허술함에 놀라게 된다. 나 자신의 단어 사용도 개선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어느 집에나 한 권 정도는 가지고 있게 마련인 국어대사전이 좀 더 정확한 우리말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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