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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산개 (2011) : 씁쓸하지만, 웃을 수 밖에.
    본다/영화를 봤다 2011. 7. 24. 17:53
    풍산개
    2011








         누구나 그렇겠지만 널리 괜찮다며 인정받더라도 안 끌리는 것이 있고, 반대로 아주 뛰어나진 않더라도 어쩐지 끌리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영화 '풍산개'는 그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을 공존케하는 작품이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풍산개를 개봉하는 날 찾아가서 본 이유는 '빨리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기덕, 이라는 이름이 내게 주는 감각은 늘 그렇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드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배우 윤계상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보게 된 풍산개는 여러모로 내 기대와 엇나간 작품이었다. 마냥 불편할 줄 알았던 이야기는 그 불편함을 불편하게만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씁쓸하더라도 웃을 수 밖에 없게 만들어주었고, 기대하지 않았던 배우들은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더라. 물론 영화를 본 지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곱씹어보면 그저 좋은 얘기만 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관람 직후 느꼈던 그 만족감은 진짜였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면서도 독특하다.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우리나라가 배경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고, 주인공도 그렇다. 일명 풍산개(윤계상)라고 불리우는, 휴전선을 넘나들며 물건을 배달해주는 정체불명의 한 사나이가 바로 주인공이다. 그는 아마도 벙어리는 아닌 듯 하지만,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말한다'. 보는 이들은 어째서 그가 이런 말도 안되는 위험한 일을 시작했으며 하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해 하지만 영화 역시 그처럼 아무 말도 해주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

         본격적인 이야기는 탈북한 북한의 고위인사가 평양에 있는 자신의 애인을 데려다달라고 요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고위인사에게서 정보를 얻어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던 남한의 정보요원들은 풍산개의 소문을 이용해, 그를 불러내고 부탁한다. 그리고 풍산개는 언제나 그렇듯 말없이 그 요구를 들어준다. 여기까지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텐데, 남한의 요원들은 풍산개에게 일을 맡기고 그가 해결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체포하려고 한다. 거기다 실패까지 해버렸을 뿐더러, 보수를 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풍산개는 움직인다. 자신이 빼내온 여인, 인옥(김규리)과 그녀의 애인인 탈북한 북한의 고위간부를 납치하는 것. 물론 뜻대로 되진 않지만. 그리고 그런 그들의 움직임에 끼어드는 것이 바로 탈북한 고위 간부를 제거하기 위해 남한에 잠입해있던 북한의 간첩단들이다.

         그렇게 여기까지 무대의 주인공들이 다 등장했다. 그리고 풍산개가 연출하고, 남북의 요원들이 펼치는 마지막 무대의 막이 올라가는 것. 사실 아무 생각없이 보다보면 낄낄 웃음이 새어나올 정도로 우스운, 말 그대로 우스운 상황이 펼쳐지지만 사실, 그렇게 마냥 웃을 수는 없는 그런 장면들이 이어진다. 그런데 그렇다고 웃음을 억지로 참을 수도 없다. 그냥 헛헛, 웃을 수 밖에 없다. 아, 이게 현실이구나. 이런 우스운 현실을 실제로 살고 있구나, 하고.

    말 한마디 없이 풍산개를 연기한 윤계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이 영화를 본 가장 큰 이유인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난 윤계상이 배우이기 이전에 아이돌이던 시절부터 호감을 가지고 지켜봐 온 팬이다. 그래서 그의 영화 데뷔작인 '발레교습소'부터 꼬박꼬박 그의 작품들을 챙겨봐왔고. 난 한 번 좋아하기 시작하면 제법 오래가는 편이고, 충성도도 높은 편이라 이번 영화 역시 그런 충성심의 표현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의외로, 아니 제법 괜찮았다. 그래서 만족스럽다. 아, 마찬가지로 최근 종영한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윤필주도 그랬다. 이제 그에게도 배우라는 이름이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오랜 팬으로서 그저 뿌듯할 뿐이다.

    * * *


          사실 난 개인적으로 풍산개가 어째서 인옥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는지ㅡ반대로 인옥이 어째서 그런 감정을 느꼈는지는 알겠지만, 풍산개의 경우는 잘 모르겠다. 그저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서,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북한군 2 였나, 오다기리 죠라는 이름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경악했다. 언제?! 오다기리 죠가 어디 나왔지? 라고. 영화를 보면서는 못알아봤지만, 인옥과 풍산개가 휴전선을 넘다 도망치는 장면에서 그들을 수색하던 북한군 중 하나가 그였단다. 클로즈업까지 됐었는데 못알아봤다는 건 여전히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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