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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웜 바디스(Warm Bodies, 2013) : 여기, 로맨틱 좀비 한 마리 있습니다.
    본다/영화를 봤다 2013. 4. 6. 15:29

    웜 바디스

    Warm Bodies, 2013










         원래대로라면 절대 볼 일이 없었을 영화, 웜 바디스. 왜냐하면 난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보지 않고, 좀비 영화도 안 보니까. 그런 내가 웜 바디스를 보게 된 건 친구와의 약속 시간까지 비어있는 두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금은 생각한다. 로맨틱 코미디도, 좀비 무비도 좋아하지 않지만 좀비의 로맨틱 코미디는 꽤 괜찮았다고.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이 'R'로 시작한다는 것 정도 밖에는 자신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 좀비 청년(니콜라스 홀트)이다. 영화는 이 좀비 청년이 폐허가 된, 그래서 움직이는 것이라곤 좀비와 보니 뿐인 공항을 그냥 걸어다니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아, 보니는 그래도 인간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좀비들이 모든 걸 놓고 본능에 올인하게 될 경우 마치 걸어다니는 해골처럼 변하게 되는 데 그 존재들을 일컫는 말이다. 어쨌든 이 좀비 청년은 그저 구부정한 자세로, 창백한 얼굴을 한 채 그저 걸어다닌다. 특이한 점이라면 인간과 전혀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영화는 그르르르, 크르르르가 아니라 이 좀비 청년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된다. 일반적인 좀비 영화와 가장 다른 점이지 않을까. 좀비는 괴물이고, 무조건 해치워야하는 대상이었을 뿐인데, 웜 바디스의 좀비들은, 아니 그러니까 후에 R(알) 이라고 불리게 되는 이 좀비 청년은 좀 다른 것이다. 


         그리고 이 좀비 청년은 쥴리(테레사 팔머)를 만난다. 배고픔을 못 이겨 사냥에 나선 좀비들과, 생존을 위해 의약품을 구하러 좀비와 좀비가 아닌 이들을 가르는 거대한 벽을 넘어 좀비의 구역으로 들어온 청년들의 전투 속에서, 이 좀비 청년은 분명 첫 눈에 쥴리에게 반한다ㅡ아니, 그랬을 것이다. 물론 이 좀비 청년의 쥴리에 대한 감정이 증폭되는 이유는 아마 쥴리의 남자 친구인 페리(데이브 프랑코)의 뇌를 먹어서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이 좀비 청년은 'R'이라는 이름과 함께 자신에게 가능한 최대치의 로맨틱함을 뽐내기 시작하게 된다. 


         R은 좀비다. 얼굴은 좀 창백한 니콜라스 홀트지만, 어쨌든 좀비이기 때문에 낯간지러운 고백을 느끼한 얼굴로 한다거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인다거나 하는 등의 모든 행동을 하지 못한다. 그가 하는 가장 큰 애정 표현은 인간의 냄새를 좀비의 그것과 구분하지 못하도록 해주며 먹지 않겠다고 말해주는 것 정도다. 아니면 음악을 틀어주거나. 인간 소녀인 쥴리와 좀비 청년인 R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다양한 위험 요소들을 겪어가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스스럼없이 손을 꼭 잡을 수 있게 될 정도로. 그리고 이들의 그런 모습은 아무도 하지 못했던 '변화'를 이끌어낸다. 



         글쎄, 아마 아무도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면서 비극을 기대하진 않는다. 해당 장르를 그리 보지 않는 나 역시도 그건 마찬가지. 그래서 진지하게 생각하면 허망하기까지 한 이 영화의 마무리를 난 제법 즐겁게 맞이할 수 있었다. 원래 이 세계에선 '사랑'이 가장 위대한 거, 아닌가?



    ***



         니콜라스 홀트보다 눈에 들어왔던 배우는 사실 쥴리 역의 테레사 팔머였다. 뭐랄까, 크리스틴 스튜어트에다가 헤이든 파네티어를 좀 섞어놓은 것 처럼 생겼다. 크리스틴처럼 깡 마르지도 않았고, 헤이든보다 덜 동글동글해서 딱 내가 좋아하는 정도의 비쥬얼. 앞으로 좀 더 보고 싶은 배우였음 ㅋ



    웜 바디스 (2013)

    Warm Bodies 
    8.9
    감독
    조나단 레빈
    출연
    니콜라스 홀트, 테레사 팔머, 존 말코비치, 애널리 팁턴, 데이브 프랑코
    정보
    로맨스/멜로, 액션 | 미국 | 96 분 | 2013-03-14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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