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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번방의 선물 (2012) : 펑펑 울어놓고 웃기지 말라고 해도 할 말은 하자.
    본다/영화를 봤다 2013. 3. 6. 00:53

    7번방의 선물

    2012










         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우는 일이 별로, 아니 거의 없는 사람이다. 눈물이 없는 편도 아니고, 영화를 많이 안 보는 것도 아니다. 그저 보는 이를 울리려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를 좋아하지 않아서 보지 않을 뿐이다. 난 그런 영화를 우연히 볼 때마다 늘 '울라고' 협박당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사실 이 영화, 7번방의 선물도 볼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 천만명이 보고도 더 볼 때까지 안봤던 거겠지. 내 영화 관람 패턴의 또 하나 특징인, 개봉 직후 관람 역시 실패한 영화란 얘기다. 참, 여러모로 이 영화는 내게 있어 예외적인 영화였다. 


         모르겠다. 까놓고 말해, 영화를 보면서 주룩주룩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이 내가 이 영화에 만족했다거나 좋아한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이 영화가 내 감정선, 그러니까 눈물샘을 건드린 요소는 아빠와 딸의 관계성 외엔 없으니.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불치병이든 사형이든 느닷없는 사고사든 곧 죽음을 앞둔 아빠와 그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아빠와 떨어져있다는 사실이 슬프고 눈물겨운 어린 딸의 이야기라면, 최소한의 조건,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된다는 전제하에 늘 내 눈물샘을 자극할 수 있다. 아빠가 아니라 엄마여도 된다. 아니, 형제 자매여도 마찬가지. 가족이라는 것은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내 감정의 약점이 되어가는 유일한 인간관계이니까. 


         줄줄 흐른 눈물과 그 원인은 저만치 떼어놓고,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해야한다면 역시, 내가 이 영화를 결국은 보게 만든 류승룡이 연기한 이용구가 겪는 일련의 사건이다.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사법살인'이다. 이 사법살인이 없었다면 영화의 진행 자체가 되지 않았을테니, 결국 이 영화를 관통하는 부녀애와 함께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키워드라는 건 두말 할 게 없다. 그래서 영화는 성인이 된 용구의 딸, 예승이가 사법연수원 모의 재판에서 자신의 아버지 이용구의 사건을 변호하는 변호인으로 법정에 서는 과정을 통해 과거로 플래시백하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법살인은 가벼운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일이 아닌 잔혹하고도 어두운 사회의 일면이다. 모든 현실을 무겁게 다룰 필요는 없지만 지나치게 가볍게 다룰 필요 또한 없다. 그래서 결국 그 경찰청장은, 당시 불합리한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대체 어떻게 되었나. 그래서 당시 제대로 된 수사도 없이 정황증거만으로 가해자로 몰려버린 무고한 이용구는 실제로 무죄 복권 되었나. 모의 재판에서 원심을 파기한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와 이어지진 않는다. 여전히 영화 속 현실에서조차 이용구는 범죄자이며 사형당한 사형수일 뿐이다. 모의 재판을 끝내고 나온 예승이 어떤 생각을 하며 미소지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말 그것으로 된 것일까. 


         영화 속에서 용구와 예승이 교도소 안에서 만난다거나, 기구를 만들어 탈옥시키려고 한다던가 하는 것들은 글쎄, 영화적인 상상력이라고 치자. 이 영화가 지향하는 것이 휴먼 코미디라면 코미디의 요소로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러한 장치들이 이 영화가 건드리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용구와 예승의 가슴 절절한 부녀애에 파묻히게 한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예민하고 중요한 소재를 택한 영화가 해줘야 하는 최소한의 것조차 하지 못하게 한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펑펑 우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그 펑펑 울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용구와 예승이를 갈라 놓은 것은 결코 죽음 그 자체가 아니다. 


         이 모든 걸 차치하고서라도 이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를 꼽아야만 한다면, 배우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배우 류승룡을 비롯해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흘린 눈물을 아깝지 않게 해주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역시 이 씁쓸한 끝맛은 어쩔 수 없다. 아, 그러고보니 언젠가 이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영화가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영화 역시 천만관객이 들었던 것 같다.




    7번방의 선물 (2013)

    9.1
    감독
    이환경
    출연
    류승룡, 박신혜, 갈소원, 오달수, 박원상
    정보
    드라마 | 한국 | 127 분 | 2013-01-23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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