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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크코트(Jesus Hospital, 2011) : 그 어느 것도 쉽지가 않다.
    본다/영화를 봤다 2012. 1. 12. 23:11

    밍크코트

    Jesus Hospital, 2011











         독립영화, 뭐, 인디영화라고 해도 상관없다.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 라는 범주에 속하는 영화들을 볼 때면 늘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고, 아프다. 블록버스터는 말할 것도 없고, 설사 남녀간의 투닥이는 연애물이라 해도 사실은 판타지에 더 가까운 상업영화와 달리 독립영화들은 정말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영화들도 있지만, 최소한 이 '밍크코트'는 그러했다. 


         그래서, 조금 많이 불편했고, 아팠고, 답답했던 것 같다.


         밍크코트의 영어 제목은 'Jesus Hospital'이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불편한 삶의 단면은, 그렇다. 종교와 안락사, 그리고 가족간의 갈등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홀로 살며 우유 배달을 하는 현순(황정민)과 그녀의 가족들이다. 현순에겐 언니와 남동생, 그리고 곧 죽을 것 같다는 얘기를 꺼내곤 하는 어머니가 있다. 아, 자랑스러운 딸과 그녀의 남편도.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사뭇 아슬아슬하고 위태위태한 그들 사이엔 종교와 돈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숨기고 있는 어떤 것들. 웃는 얼굴, 아무렇지 않게 시치미를 뚝 뗀 얼굴 뒤에 숨어 있는 무언가. 하지만 괜찮았고, 그럭저럭 살만했다. 그들의 어머니가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지기 전까지는.


         영화는 훌쩍 8개월이란 시간을 뛰어넘는다. 이 때 그들의 어머니는 6개월째 가망 없는 연명치료를 받고 있었고, 그들은, 아니 정확하게는 현순을 제외한 그들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불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의사에게서 그들의 어머니가 다시 건강을 되찾을 확률이 지극히 희박하다는 얘기까지 나왔으니. 그리고 현순은 강하게 반발하고, 그런 현순을 설득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그들. 아슬아슬하게 그들 사이에 넘치지 않게 고여있던 문제가 기어코 넘쳐 흐르기 시작한다.


         서로가 서로의 허물을 지적할하고 비아냥거릴 뿐이다. 자신이 뒤집어 쓴 것은 보지 못하고 상대방의 그것만 보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는 지도 모르겠다. 악을 쓰고 서로를 원망하는 그들 사이엔 이미 그네들의 어머니에 대한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현순이 듣는다는 '말씀'이 정말로 신의 그것일지, 그들이 '하늘나라에 가고 싶어하셨다'고 하는 어머니의 의지가 정말 그러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전개를 거치고 위기의 마지막 즈음에서야 드디어 등장하는 현순의 딸, 수진(한송희)과 함께 영화는 드디어 제목인 '밍크코트'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화 초반, 살짝 보여졌던 밍크코트가 다시금 등장하는 것. 그렇게 이야기는 절정으로 치닫고, 수진은 단단히 얽혀있던 타래를 풀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족이다.


    * * *


         무엇보다 난 이 영화가 옳고 그름을 단정짓지 않아서 제법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치우친 시선은 있지만 관람자의 입장에서 선뜻 그 어느 쪽의 편도 들어줄 수 없었다는 사실은 만족스럽다.


         사실, 영화의 마지막이 그렇게 끝나지 않았다면, 보다 아프게, 보다 처절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너무 잔혹했을까. 물론 그들은 아마 평생 내려놓지 못할 짐을 하나 혹은 둘 씩 지게 됐지만 말이다.


    * 이 글은 CGV 무비패널 리뷰로도 등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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