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레드 라이징 : 미래 화성, 계급사회 전복을 향한 의미있는 움직임.
    읽는다/독서 감상문 2015. 12. 10. 21:27

    레드 라이징

    RED RISING



    피어스 브라운

    이원열 옮김






         마지막 책장이 가까워올수록 이렇게 끝이 난다고? 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었고, 기어이 책장을 덮게 되었을 때 부리나케 옆에 놓인 핸드폰을 들어 책의 제목을 검색했다. 다행스럽게도 삼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엔 출간되지 않았더라. 피어스 브라운의 미래 화성을 배경으로 한 이 디스토피아 삼부작의 첫번째 이야기, 레드 라이징은 그렇게 강렬하고, 인상적인, 계속 읽고 싶은 작품이었다. 


         미래 화성의 깊은 땅 속. 주인공인 대로우는 헬다이버다. 거대하게 진화한 살무사와 곳곳에 산재한 가스 포켓을 피해 민첩하고 재빠르게 작업을 해낼 수 있는 뛰어난 헬다이버이자 척박한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헬륨-3을 채취하기 위한 사명을 안고 있는 레드이다. 헬륨-3의 채취량으로 가장 뛰어난 클랜을 정해 포상을 주는 시스템 속에서 헬다이버인 자신의 힘으로 그 상징인 '월계관'을 받을 수 있다고 믿었던 레드, 대로우. 하지만 물론 월계관은 이번에도 대로우의 클랜이 아닌 감마 클랜에게 돌아간다. 그는 깨닫는다. 이것이 '그들의 권력이다. 그들이 승리자를 결정한다. 태어날 때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하는 게임'이며, '이것이 계급을 유지시킨다'는 사실을. (p. 57)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했던 대로우에게는 이오라는 반려자가 있다. 그녀는 꿈을 꾸는 소녀였고, 대로우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말과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할 생각이 없었다. 레드로 태어나 레드로 살아가는 대로우에게 있어서 사슬을 끊으라는 이오의 말은 미친 소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겐 결정적 순간이 찾아온다. '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어, 저 사람은 이미 마음을 굳혔구나, 거기에 반대하는 건 저 사람을 모욕하는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p. 92)


         대로우. 레드 중에서도 로우레드였던 그는 자신이 로우레드였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껏 자기가 알고 있고 믿고 있던 모든 것이 허구였으며 환상이었고, 지배계층인 골드의 철저한 계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비록 '월계관'은 한 번도 받은 적 없지만, 가장 뛰어난 헬다이버였던 대로우는 골드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단순한 겉모습 위장이 아니라 말 그대로 뼈 하나하나, 핏방울 하나하나까지 철저하게 골드의 것으로 교체하고 구축하는 방식으로 그는 골드가 되고 골드의 삶 속에 뛰어든다. 그리고 또 깨닫는다. 이 역시 치열한 삶이라는 사실을.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수긍하기도 한다. 어째서 그들이 지배하는 가를. 하지만 그는 자신이 레드임을 잊지 않는다. 실패할 수도, 실수할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앞을 향해 나아가며, 마침내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골드로서 걸어나갈 수 있는 문 앞에. 하지만 어떨까. 골드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겨냈다고 믿고 있는 그에게 권력자는 말한다. 네가 처음이 아니라고. 이는 이 이야기의 다음을 하루라도 빨리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였다. 대로우가 믿고 있는 가치와 신념은 과연 그에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 


         레드 라이징 속 컬러 계급 사회와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제정 로마 시대에서 모티브를 따와 미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지만, 골드 계급이 철저하게 자신들을 단련코자 하는 이유와 그 방식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특권 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골드들 역시 호전적이고 강렬하다. 그 속에 뛰어든 레드, 대로우가 어떻게 바뀌어 갈 지 앞으로가 더더욱 기대되는 작품이다. 치열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틈틈히 자신이 레드들을 이끌 먼 미래를 떠올리곤 했던 대로우에게 축복이 깃들기를.   


Designed by Tistory.